E.Piano 1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 FM 신디사이저

저번 시간에는 FM 신디사이저로 종소리를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예고했던대로 DX7의 유명한 E.Piano 1 소리를 만들어보자.

신스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글제목을 보고 그냥 웃음이 지어질 것이고 신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게 뭔데 씹덕아 하겠지만 아래의 영상을 재생하면 아,,, 할 것이다.

차 타고 라디오 틀었을 때 나왔던 그 소리다.

대중가요는?

여기 초장부터 나오는 피아노 소리가 DX7 E. Piano 1 사운드다. 친숙하지 않은가?

E.Piano 1

저번 글에서 적었다시피 1986년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곡 중에 40%가 DX7의 E.Piano 1 프리셋 사운드를 사용했다. 여러분이 모를려고 해도 모를 수 없는 그 소리다.

여러분이 이 소리가 친숙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힌트는 프리셋 이름이 ‘E.Piano 1’인 것을 보라. DX7 출시 전, 전세계 음악을 지배하고 지금까지도 매일 같이 들리는 RhodesElectronic Piano의 소리를 염두해두고 만든 프리셋이다.

sound system

위 악기를 눈으로 못 봤더라도 귀로는 들어봤을거다.

위의 곡을 한번 재생해보자. 처음부터 나오는 전자피아노(이하 E.Piano) 소리가 Rhodes E.Piano 소리다. 이 노래는 모르더라도 매우 친숙하지 않은가?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등장할 때는 기존에 시장에 있던 제품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보여야 시장 진입이 쉬워진다. DX7 개발진들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Rhodes E.Piano의 소리를 DX7에 프리셋 사운드로 넣어서 사람들이 DX7을 범용적으로 활용하길 바랬다.

하지만! Rhodes의 E.Piano를 타겟으로 만들었지만 FM 기술로 만들어진 E.Piano 1의 사운드는 달랐다. 아래의 예시로 비교해보자.

바로 위 도니 해서웨이의 곡 인트로를 RhodesDX7 E.Piano1으로 연주했을 때의 소리다. 소리의 차이가 분명하게 들리는가? Rhodes는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따스한 소리가 나고 소리도 순수한 사인파에 가깝게 들린다. 반면 DX7 E.Piano1은 우리가 저번 FM 글에서 들었던 약간 차갑고 유리 혹은 메탈릭한 느낌이 더 강하다.

소리의 완전한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DX7 E.Piano1는 충분하지 못 했지만 DX7 E.Piano1 소리도 평소에 많이 들어와서 우리 모두에게 매우 친숙하다. 비슷하지만 다른 새로운 소리는 음악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어느새 모두가 이 소리를 사랑하게 됐다.

E.Piano 1 소리 분석

웹 상으로 재현된 E.Piano 1 사운드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이제 저번 종소리 시간처럼 소리를 나눠서 분석해보자.

일단 Pair A, B, C를 눌러보며 노리를 듣고 비교해보자. 어떻게 들리는가?

Pair A는 명확하다. 비교적 사인파의 소리에 가까운 청아한 소리이지만 Trigger 순간에 얆은 철판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Pair B는 다르다. 약간 Sawtooth스러운 소리가 자극적이면서도 지저분하기도 하다. 이 지저분함이 묘한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Pair C의 경우 Pair B 보다는 덜 지저분하면서 따뜻한 소리가 난다. 근데 Pair C를 잘 들어보면 소리가 출렁거리듯 움직이는 트레몰로 소리가 들린다.

자 한번 만들어보자.

E.Piano 1 만들어보기 - Pair A

Pair A는 비교적 쉽다. Trigger 순간 약간 과하지만 청명하게 울렸다가 부드러운 사인파로 변하는 소리!

위 문장을 FM식으로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Trigger 순간, 짧은 Attack으로 높은 정수 값의 Harmonicity와 적당한 Modulation Index로 강한 울림을 만든다. 그러고나서, 빠르게 모듈레이션 엔벨로프를 떨어트려 순수한 사인파를 남기면 된다.

한번 만들 수 있겠는가? 아래의 순서대로 해보자.

옆에 버튼을 누르면 답이 나온다.

Pair A는 생각보다 쉽다.

E.Piano 1 만들어보기 - Pair B

Pair B는 조금 까다로우니 Harmonicity와 Modulation Index는 미리 맞추어놨다.

Harmonicity는 1로 비교적 안정적인 떨림을 만들지만 Modulation Index가 4로 상당히 높아 소리가 망가지듯이 나는 것이 들린다. 이제 남은 건 엔벨로프다. 이번 Pair B를 잘 들어보면 모듈레이션이 빠른 Attack으로 치고 올라왔다가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그걸 똑같이 만들면 된다.

옆에 버튼을 누르면 답이 나온다.

Beating Effect

Pair C에 앞서서 아까 들었던 떨림을 알기 위해 Beating Effect를 알아보자. Beating Effect는 간단하다.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두 주파수가 소리가 동시에 날 때 울렁거리는 떨림을 Beating Effect라고 한다.

바로 한번 들어보자.

위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처음에는 단순한 사인파의 소리가 나지만, Beat Rate의 슬라이더를 오른쪽으로 옮겨보면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면서 떨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 Beat Rate를 20Hz 정도 올렸을 때 우리가 FM의 Harmonicity가 정수 근처에 값(1.01 같은거)을 가질 때 들었던 소리가 난다.

한번 Sine A 버튼을 눌러보자. Sine B 소리만 남게되니 Beating Effect가 사라지게 된다. Beating Effect가 두개의 소리 간의 간섭에 의해 생긴 현상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다시 Sine A를 켜고 Beat Rate를 천천히 더 올려보자. 40Hz 정도 됐을 때는 떨림이 거의 안 들리게되고 80Hz 가까이 됐을 때는 화음처럼 들린다!

그렇다! 화음이라는건 두개의 주파수의 소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데, 두 주파수가 적당한 간격으로 잘 맞으면 아름답게 들리고, 잘 안 맞으면 불편하게 들리기도 하고, 두 주파수가 비슷하면 Beating Effect가 일어나는 것이다.

아래에서 FM 데모의 Harmonicity를 0.001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으니 조정해가며 소리를 들어보고 Pair C를 만들러 가보자.

E.Piano 1 만들어보기 - Pair C

Pair C를 다시 한번 들어보자.

이번에는 Modulation Index와 엔벨로프를 미리 맞춰놨으니 Harmonicity만 바꿔가며 Pair C의 소리와 비슷하게 만들어보자.

그 전 예시와 다르게 Harmonicity를 0.001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원하는 값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는데 비슷한 느낌의 값을 찾았는가?

옆에 버튼을 누르면 답이 나온다.

E.Piano 1

E.Piano 1의 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보자.

처음 소리를 들을 때와 다르게 Pair들이 조화롭게 역할을 하면서 FM스러운 E.Piano 소리를 내는 것이 들리는가? 앞으로 음악을 들을 때 FM 사운드가 들리면 안 떠올릴려고 해도 ‘이건 FM 신스야!’라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아는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Operator 6의 피드백이라던지,,, Detune과 같은 개념들을 최대한 생략했다. 모른척해주자)

DX-7을 쓴 곡들

단연코 내가 제일 좋아하는 DX7의 E. Piano 1의 사운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데이빗 린치는 신스에 매우 빠져살던 사람이다.

배스라인에 소리가 DX7의 사운드다. Girgio Moroder 노래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의 곡들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게 이 곡이다. 저번에 LP바 갔을 때 다른 손님이 이 곡을 신청해서 듣는데 큰소리로 들으니 끝장나게 좋더라. (Girgio Moroder 곡 하나를 중심으로 글을 쓸까 생각도 하는 중인데,,, 재미없으면 안 쓸거다)

슈퍼 마리오 64의 Dire, Dire Docks라는 수중 맵에서 나오는 곡이다. 사실 마리오의 수중 모션이 답답하다보니 전반적인 맵 진행 템포가 느려서 좋아하는 맵은 아니었지만 이 곡을 워낙 좋아해서 그냥 마리오를 이 맵에 방치해놓고 거실 소파에 누워 이 음악을 듣고는 했다.

DX7을 쓴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려나,,, 배스와 리드 소리가 DX7의 소리다. 80년대 강한 신스 소리로 구성된 곡들은 되게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들리는데 DX7의 사운드와 이 곡의 경쾌한 진행, 그리고 속도감 있는 뮤직비디오와 맞물려서 사람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한다.

나무위키에 DX7을 치면 이 곡에서 DX7을 썼다고 나온다. 80년대 한국식 뽕빨에 DX7 E. Piano 1이 큰 몫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정확한 신스 모델을 추정할 수는 없지만 DX7 FM 사운드다. 프리셋은 오리지널 DX7이랑 다른데 후속 모델에 프리셋인지 혹은 90년대 PCM 신스에 프리셋일 수도 있다.

DX7을 다른 의미로 쓴 곡이다. NIN이 투어 돌 때 키보드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 대상이 대부분 DX7이었다,,,, 이유는,,, DX7은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아래는 DX7이랑은 관계없는 곡이지만 NIN 곡이나 하나 넣을 겸 올려놨다. 사실 이 글을 쓰는데 가장 방해되는 곡이었다. 이 곡 아니, 이 곡이 포함된 The Downward Spiral 앨범을 들으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다가도 이 앨범의 곡이 흘러나오면 미친듯이 머리를 흔들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막춤을 추다보니,,, 글 진행이 안 된다. 심지어 이 앨범을 틀지 않고 있을 때도 계속 머릿 속에서 재생되다가 다시 앨범을 재생하게 된다,,,

사실 저 Self Destruct 투어 영상을 보면 거칠고 폭력적인 시궁창을 부수고 튀어나온 악마들의 연주인 것 같은 쇼맨쉽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보면 멋졌겠지만 내가 앨범에 들으며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저 라이브 속 이미지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완벽한 녹음 품질, 정교한 신스와 샘플 사운드, 엘리트 의식마저 느껴지는 곡의 전개가 돋보이는 앨범이다보니 라이브 속 모습이 너무나 쇼처럼 느껴져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열심히 하시는 Reznor 형님에게 존경심이 느껴진다. NIN 라이브 봤었을 때도 정말 압도적이었던 건 그들의 정교한 연주 실력과 완벽한 사운드였다,,,

논외로 마리오와 NIN은 약간의 연관 관계가 있다. 슈퍼마리오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인 슈퍼 마리오 월드에 보스 중에 Reznor라는 이름의 코뿔소가 있는데 NIN의 Trent Reznor에서 따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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