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 힘 넘치는 소리 - THX Deep Note

이번에는 고해상도 디지털 소리의 상징인 THX Deep Note 소리를 만들어보자. THX Note가 뭐냐고?

아,,, 천천히 끓어오르다가 웅장하고 청명하게 터져나오는 힘이 느껴지는가?

THX Deep Note의 역사

아마 위 유튜브 영상을 영화관에서 영화 시작할 때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처음 저 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난 집에 스타워즈 4,5,6편 트릴로지 비디오 세트가 있어서 유치원 다닐 시절부터 종종 듣던 소리다.

일단 THX Deep Note의 역사를 짧게 소개하겠다.

사운드광이었던 감독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작품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낸 후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당시 영화관들의 사운드 시스템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그는 극장에 균일하고 높은 수준의 사운드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THX라는 회사를 세운다. THX는 스피커나 오디오 장비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운드의 기준을 파는 회사였다. THX는 상영관 내의 스피커의 개수, 위치, 품질부터 시작해서 각종 소음 크기, 소리 재현력, 소리 왜곡 정도, 심지어는 상영관의 건축 도면까지 확인하면서 상영관의 사운드 품질을 확인한다. THX의 엄격한 사운드 품질 기준을 통과한 상영관은 THX Cinema Certificate라고 하는 증명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막상 듣고보니 봉이 김선달 같지만 THX 덕에 영화관들의 소리들이 월등하게 좋아졌고, 지금 우리가 극장에서 훌륭한 품질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THX Deep Note는 뭐냐? 조지 루카스는 관객들이 훌륭한 THX 사운드를 영화 시작 전에 느끼기를 바랬기에 THX 사운드를 뽐낼 오디오 로고를 만들었고 그게 THX Deep Note이다.

사운드 품질을 느끼기 위한 소리라니까, 그걸 염두해두고 다시 한번 THX Deep Note를 들어보자. 이어폰까지는 끼고 들으면 좋다.

Deep Note의 의도가 느껴지는가?

Deep Note 악보

Deep Note는 스탠포드 컴퓨터과학 박사 출신인 Dr. James A. Moorer가 컴퓨터를 가지고 만든 곡이다. 다시 말해 실제 악기를 녹음한 것이 아닌 디지털로 만든 곡이다. 그가 인터뷰로 밝히기를 300여 줄의 컴퓨터 코드로 만든 곡이란다.

일단 비교적 최근에 공개된 Deep Note의 악보를 한번 살펴보자.

deepnote score

약간 어지러워 보이지만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먼저 구간을 나눠보자면 총 세개의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나눌 수 있겠다.

각 파트에 적힌 노트들도 한번 살펴보면

여기서 보이스는 소리(오실레이터)의 개수다. 30개의 보이스라고 하면, 30개의 소리가 동시에 재생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노트를 읽고 다시 한번 Deep Note를 들어보자.

한번 저 노트에 적힌 그대로 소리를 만들어보자.

첫번째 시작 데모는 아래에 기본적인 부분을 따라해본다.

한번 들어보자. 핸드폰에서 소리가 안 들린다면 무음(진동) 모드를 끄자. 아이폰의 경우 왼쪽에 그 딸깍이!

위 데모는 총 30개의 오실레이터 각각의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그려준다. 처음 시작할 때 200~400Hz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 목표 주파수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첫 시도로 단순하게 따라했던 것이지만 벌써 꽤 그럴듯한 소리가 나지 않는가?

첼로 소리

일단 사인파는 너무 정직하고 단정하다. 사인파 말고 다른 파형을 써야한다. 뭐가 좋을까?

작곡가가 인터뷰에서 밝히길 그는 Deep Note에 첼로의 파형을 썼다고 한다. 먼저 첼로의 파형을 살펴보자.

위에가 첼로의 파형이고 아래가 우리가 아는 기본 파형을 그려낸다. 그래프 하단의 파형 아이콘을 눌러보며 어느 파형이 가장 비슷한지 찾아보자.

사실 4가지 파형 모두 첼로 파형과 비슷하다고 하기 어려우나 특히 사인파Triangle 파형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나마 SawtoothSquare가 닮았는데 아무래도 첼로의 파형이 떨어지는 형태이다보니 Sawtooth가 현재는 가장 적합해보인다.

한번 앞선 예시의 소리를 Sawtooth로 바꾸고 들어보자.

놀랍게도 파형만 Sawtooth로 바꿨을 뿐인데 소리가 매우 닮아간다!

그러면 실제 첼로의 파형을 따와서 만들면 어떻게 될까?

훨씬 좋다!!

첼로 파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글이 좋다.

스펙트로그램

더 정확한 Deep Note 재현을 위해서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음향에 가장 필수적인 도구인 스펙트로그램(Spectrogram)이 필요한데 아마 여러분도 아래의 그래프를 한번쯤을 봤을 지 모른다.

저번 스펙트럼 분석기에 대한 글을 읽었다면 전혀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우리가 코러스 글에서 들었던 Rhodes 피아노 소리다. 그리고 아래는 위 Rhodes 피아노 소리의 스펙트로그램이다.

일단 찬찬히 그래프를 살펴보자.

가로축에는 0s, 5s, 10s가 적혀있으니 시간을 의미하고, 세로축에는 20, 50,,, 20k가 적혀있는데 우리가 항상 소리를 다뤄왔던 것을 생각하면 주파수를 뜻하는게 분명하다.

그래프 안도 살펴보자. 노란색으로 밝은 수직선이 총 4개가 분포하고 수직선 오른쪽으로 밝은 수평선들이 그려져있다. Rhodes 피아노 소리를 그린 그래프라고 했으니 눈치 챘을 것이다. 0초, 2.6초, 5.2초, 7.8초에 밝은 수직선코드가 시작될 때의 강한 소리를 표시하는거다.

그러면 밝은 수평선은? 한번 밝은 수평선이 있는 영역을 클릭이나 터치해보자. 그러면 아래에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스펙트럼 분석기 그래프가 그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펙트럼 분석기의 그래프를 잘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 4개가 중앙부 근처에 그려져있고, 그 뒤로 낮은 봉우리들이 위치하는데 그 위치가 스펙트로그램에 밝은 수평선 위치와 같다. 혹시 이해가 안 갔을까봐 말하자면 스펙트럼 분석기의 좌우가 스펙트로그램의 위아래로 변환된거다.

심지어는 스펙트럼 분석기 우상단Play버튼이 있는데 한번 눌러보자. 해당 구간의 짧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치챘는가? 스펙트로그램은 수천, 수만장의 스펙트럼 분석기를 합쳐서 그려놓은 그래프이다. 스펙트로그램의 수직선 하나하나가 스펙트럼 분석기의 결과값이고 그걸 좌우 시간축으로 능ㄹ어놓아서 스펙트로그램이 된 것이다.

그걸 염두에 두고 위 Rhodes 피아노를 분석해보자.

먼저 4개의 밝은 수직선은 코드가 시작될 때 상대적으로 넓은 주파수 영역의 소리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후 밝은 수평선 4개는 코드가 4개의 음정(노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 위에 선들이 상대적으로 밝지 않다는 것은 하모닉스 혹은 인하모닉스가 많지 않은 소리라는 뜻이다. Rhodes 피아노의 소리가 사인파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비교 삼아, 같은 코드를 DX7의 E.Piano 1으로 친 소리의 스펙트로그램도 살펴보자.

보다시피 밝은 수직선 4개와 밝은 수평선들이 있는 것은 같지만, Rhodes 피아노의 사인파에 비해 DX7 E.Piano 1가 더 복잡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 그래프에 밝은 수평선들이 훨씬 많으며, 그 이외의 위아래 주파수 영역이 상대적으로 밝은 것도 납득이 갈 것이다.

Deep Note 스펙트로그램 분석

그러면 Deep Note의 스펙트로그램도 살펴보자.

아까보다 훨씬 복잡하다. 아깐 4개의 음정으로 이루어진 코드(4 보이스) 였으나 지금은 30개의 음정으로 이루어진 코드이며, 파형 또한 Sawtooth에 가까우니 어지럽다.

일단 아까처럼 전반, 중반, 후반의 3개의 구간부터 눈으로 살펴보자. 대략 0초~14초 정도가 전반에 속하고, 14초~18초정도가 중반, 18초~30초 정도가 후반에 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 각 구간의 스펙트로그램을 확대해서 자세하게 분석해보자.

전반부

아래는 Deep Note 0초~14초의 구간만 그린 스펙트로그램이다.

확대해도 여전히 복잡해서 정보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복잡한 그래프에도 힌트가 있다.

그래프 상단의 선들을 보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직선들이 보이는가? 아까 ‘각 보이스는 천천히 그리고 무작위로 움직임’이라고 적혀있던 부분에 대한 힌트가 이 직선들에 있다.

세상에 무작위로 움직이는 방법은 많다. 위아래로 크게 요동칠 수도 있고, 0.1초마다 요동칠 수도 있고,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요동칠 수도 있다.

Deep Note는 2초의 간격 동안 직선으로 움직이다가, 다시 새로운 랜덤 주파수를 향해 2초간 직선으로 향하는 것을 반복한다. (마우스를 올리면 정확한 시간 위치를 알 수 있다)

이것을 그대로 구현해보면 어떤 소리가 날까?

위에 있는 원곡의 초반부와 구현을 비교해보자.

Deep Note 초반부의 어지러운 소리와 썩 닮아간다. 고음이 많은 듯하니 고음부를 죽이는 필터를 걸은 소리를 들어보자.

이제 많이 유사해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이 초반부가 Deep Note를 완전하게 재현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다. 랜덤으로 각 오실레이터가 이동하는데 이 랜덤 값이 매번 재생할 때마다 달라져서 매번 똑같은 소리를 얻을 수가 없다.

실제 THX Deep Note도 원음 파일을 유실하고 다시 똑같은 소리를 만들려고 했으나 똑같이 랜덤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만들 수 없어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나중에서야 파일을 찾았다고 한다)

중반부

이제 200Hz~400Hz 사이에서 진동하던 오실레이터가 D Major로 향하는 중반부를 구현해보자.

중반부는 초반부에 비해 스펙트로그램에서 정보를 얻기 쉽다.

한눈에 봐도 오실레이터들이 최종 목적지를 향해 찾아가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살펴볼 부분들이 있다.

먼저 살펴볼 것은 총 두단계로 주파수가 변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들을 재현해보면 어떤 소리가 날까?

서서히 올라가는 부분과 계단처럼 올라가는 구간이 들리는가?

후반부

후반부는 쉬워보인다. 정확한 음정에 소리들만 위치시키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한번 해보자.

음정이 비슷하니 소리가 원래의 Deep Note와 닮기는 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우리가 만든 소리는 원래의 소리에 비해 너무 쨍하고 가볍게 느껴진다.

스펙트로그램을 봐도 중간 중간에 검은색으로 빈 주파수 영역이 존재하는데 원래 Deep Note에 스펙트로그램이 꽉 찬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 모자르다.

어떤게 필요할까?

힌트는 앞선 Deep Note 악보의 코멘트에 적혀있다.

노트당 3개의 보이스, 약간 디튠됨

우리가 SuperSaw 다루면서 디튠에 대해 배웠던 것을 기억하는가? 음정(주파수)이 아주 약간 다른 소리를 동시에 재생하면 소리 간에 간섭이 일어나서 소리가 웅장하게 울리게 되는데 이걸 우리가 만든 Deep Note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아래의 결과물을 들어보자.

소리가 훨씬 웅장해진게 들리는가? 특히 저음부에 요동치는 듯한 소리는 Deep Note의 힘 넘치는 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스펙트로그램을 봐도 아까에 빈 주파수 영역이 채워진 것을 볼 수 있다. 디튠 덕에 소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EQ와 이펙트를 걸은 소리를 들어보자.

훨씬 더 혼란스러워지고 힘이 넘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여기서 걸린 이펙트는 이렇다. EQ를 가지고 중저음부와 중고음부를 약간 부각시켜 첼로의 몸통의 소리를 흉내냈고, Saturation이라는 이펙트를 걸어서 약간의 노이즈와 하모닉스를 추가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닮지 않았는가?

스펙트로그램을 봐도 모든 주파수 영역이 가득 차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을 말해주자면 첫번째의 쨍한 소리와 바로 위의 최종 소리의 볼륨이 같다. 하지만 소리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최종 소리의 볼륨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데 이는 주파수 영역이 가득 채워지면서 소리가 풍성해진 덕에 소리도 크게 들리는거다.

최종 소리

자 이제 우리가 만든 초반, 중반, 후반부를 합친 최종 소리를 들어보자.

완전히 닮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꽤나 비슷한 소리를 만들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아래의 만들고 싶었던 느낌들은 충실히 재현해냈다.

이렇게 만들고 보니까 THX Deep Note의 의도가 느껴지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Deep Note의 초반부는 THX 이전에 조악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극장들의 소리를 표현한다. 스피커 품질도 엉망이고 공간 설계도 잘못되어 소리들이 명확하지 않게 뭉쳐서 들리던 소리를 30개의 오실레이터의 어지러운 소리로 표현한거다.

중반부의 전이 과정을 너머 후반부에서는 30개의 오실레이터가 매우 쨍하고 힘이 넘치는 소리를 내면서 THX 사운드 시스템의 선명한 소리 표현력을 내비친 것이다.

스펙트로그램의 유용성

Deep Note의 소리를 만들어보면서 스펙트로그램의 유용성을 느꼈는가?

30개의 오실레이터가 동시에 소리를 내고, 악보는 있지만 정확한 소리를 재현하는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스펙트로그램 덕에 소리의 특징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 덕에 소리를 쉽게 재현해낼 수 있었다.

처음 보기에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였을 지 모르겠지만, 스펙트로그램을 통해 쉽고 직관적으로 소리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