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는 중. 오늘로 3회차 수강이라서 할 말이 많지는 않다만 친구들이 내 후기를 좋아해서 써봄.
배우게 된 계기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낚시다. 처음 낚시를 시작하게 된 게 한탄강 물 속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는 계류낚시꾼들을 모습을 보고 반해서였다. 나도 저렇게 물 속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려고 보니 수영을 못한다. 사실 수영을 할 수 있다고 생존 확률이 그렇게 올라갈 지는 모르겠지만 못 하는 것 보다는 나을테다.

또다른 큰 이유는 난 물을 되게 좋아한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어릴 적에도 물만 보면 그게 동네 공원에 얕은 연못이라도 뛰어 물 속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 물 속에 뛴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지금도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수영을 못하는 모습,,, 매우,,,, 가오 떨어진다. 그래서 수영을 배우게 됨.
사소한 욕망이 있다면 밤 늦은 시간에 혼자 한강물을 건너고 싶었고,,, 초보용 철인 삼종도 나가보고 싶었다,,,
예전에 술 취해서 한강 뛰어들 때도 막상 뛰어들고는 같이 있던 당시 여친에게 ‘나 수영 못 해! 빠지면 구해줄거지?‘라고 말했었다. 얼마나 가오 빠지는가,,,

3회차 요약
수영은 월수금 아침 7시에 집 근처 수영장에서 한다.
1일차에는 별 것 없었다. 물 속에서 제자리에서 대가리 박고 숨 내뱉고 대가리 들어 숨 들이쉬는거 배우고, 키판 없이 물 속에서 허우적 대는 것들 몇개 배운게 다.
2일차부터 강도가 올라간다.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로 물장구를 치는 연습을 하는데 이거 빡세다,,, 한 6회 정도 반복하다보니 온 몸이 뜨거워진다. 땀이 나고 있는 것 같은데 몸이 이미 젖어있어서 진짜 땀이 나는지 나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수영장 물이 씻겨줄텐데,,, 이 물 깨끗한걸까,,,
그리고 키판을 잡고 팔 동작 없이 발장구 만으로 레인을 타는 연습을 한다. 호흡도 같이 훈련하는데 이게 사람 죽인다. 아직 숨쉬는 타이밍도 잘 모르고 몸 밸런스도 엉망이니 호흡이 부족하거나 물을 쳐먹거나,,, 뒤진다.
2일차가 끝나고 샤워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갑자기 머리가 핑돌아서 그 자리에서 대가리 깨질 뻔 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골골골
3일차는 사이드킥을 배웠다. 키판을 잡고 발로 물장구를 치며 나아가다가 중간중간 몸을 크게 돌리고 고개를 물 밖에 내밀어 호흡을 하는거다. 간단히 말해 자유형을 할 때 몸을 돌려 호흡하는 것을 기초 버전을 연습하는거다. 오늘 나랑 같은 레벨의 동지들이 전날 술을 많이 마셨는지,,, 안 나타난지라 한 레인 혼자 붙들고 죽자고 사이드킥만 연습했다. 3일차에도 샤워장 가는 길에 비틀했다,,,
느낀 점
수영은 정말 균형이 중요하다. 몸의 균형도 중요하고, 호흡의 균형도 중요하다. 일단 호흡부터 말해보자면 무턱대고 숨을 참고 오래 물 속에 있어도 안 되고 물 밖에 오래 있거나 과호흡을 해도 안 된다. 숨을 오래 참으면 산소가 부족해져서 호흡이 급해지고 호흡 자세가 흐트러진다. 물 밖에 있을 때 들이쉬는 산소가 부족하니 머리를 물 밖에 오래 내밀려고 한다. 머리를 오래 내미니 무게 중심이 높아져서 몸이 가라앉고 물을 먹는다. 호흡이 부족하니 다시 급하게 물 밖에 나오지만 아까의 일의 반복으로 모자른 숨을 채우지 못하고 물만 먹는다. 결국 못 버티고 물에 쳐박혀서 켁켁대며 물 밖으로 나오게된다.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점이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더 인상적인건 모든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이라는 점이다. 일상적인 운동들은 이렇지 않다. 어떤 스포츠인건 균형과 자세가 중요하지만 그 피드백이 이렇게 즉각적이지 않다. 골프만 봐도 스윙 과정에서 엄청난 균형과 안정적인 리듬이 필요하지만 그게 부족하더라도 공이 안 나가지는 않는다. 달리기도 좋은 자세가 중요하지만 자세가 나쁘다고 바로 몸이 상하지는 않는다. 반면 물은 가차없다. 몸을 아래로 끄는 중력과 물의 부력 사이의 안정적인 균형은 깨지기 너무 쉬우며, 그 균형이 깨지면 수영이 아니라 물고문이 된다.
사이드킥을 할 때 몸을 돌리고 호흡하는 순간 고개가 들리지 않고 팔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강사님이 강조한다. 처음 사이드킥을 할 때 고개를 안 들려고 노력하면 머리가 물 밖으로 잘 안 나와서 호흡을 못 한다. 그러면 몸이 본능적으로 숨을 쉬려 고개를 들게 된다. 그러면 다시 무게 중심이 올라가서 가라앉게된다. 그러면 강사님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머리가 물 밖에 못 나와 호흡이 어렵다면 몸을 더 돌려야한다. 몸을 더 돌려보지만 자세가 어정쩡해서 여전히 호흡이 안 된다. 뭐가 문제인 지는 모르지만 문제가 있다는건 100% 확실하다. 레인을 총 10번 왕복하며 혼자서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본다. 혹시 고개를 들지 말라는게 너무 심하게 들지 말라는 걸까? 약간 드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꽤 멀리까지 호훕이,,, 어푸푸푸,,,,,,, 몸을 너무 빨리 돌려서 균형이 틀어지나? 천천히 돌리니까 자세가 여유로웁웁웁,,,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마지막 쯤에 와서야 답을 찾아냈다. 사이드킥을 하며 몸을 돌릴 때 상체 뿐만 아니라 하체도 같이 돌아야한다. 분명 강사님이 시범자세로 보여주셨던 부분이지만 말로는 설명해주지는 않으셨다. 하다보니 몸이 알아서 최적해를 찾아가는 것이다. 재미있다. 보통 무언가를 배울 때 강습자의 말과 행동을 이렇게 철저하게 따르지 않는 편이다. 예를들어 피아노를 배울 때도 항상 손가락의 힘을 빼고 치라고 지적 받지만 그 이유를 잘 못 느꼈다. 피아노를 3개월 정도 배우고서야 내가 치는 소리의 다이나믹스가 역겨워서 화를 내고 연습을 하고를 반복하다가 자연스럽게 손가락의 힘이 빠지게됐다.
이런 경험들을 하고 보면 자유형이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자유’형’이 접영, 배영, 평영과 다르게 자유’영’이 아니라 자유’형’인 이유는 어떤 영법이 제한이 없이 자유로운 자세로 빠르게 물을 가로지르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물을 가로지르는 자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자유형의 크롤 자세다. ‘Form follows function’이라는 말처럼 자유형의 영법에 기능적인 동작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간결하지만, 그 간결함에 담긴 균형이 우아하다.
I once thought that there were no second acts in American lives
나는 한때 미국인의 인생에는 두번째 막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피츠 제럴드가 그의 마지막 소설 The Las Tycoon 서문에 적은 문장이다.
우리 시대는 사람들은 1, 2, 3,,,, N막의 인생을 꿈꾸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직업, 새로운 친구, 새로운 연인, 새로운 물건, 새로운 취미, 새로운 가,,,족,,,,까지 언제나 지금 인생과 다른 새로운 챕터를 꿈꾼다.
어느 시대 사람이나 다 그랬기는 했지만 그 전 시대와 우리 시대 사람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우리는 더이상 땅에 묶여 살지 않는다. 태어난 곳에서 살 필요가 없고 태어난 나라에서 살 필요도 없다. 태어난 신분 자체가 자유,,,롭다. 30대 미혼율이 50%가 넘다보니 가정에 메일 필요가 없는 사람도 많으며 출산율이 1이하이니 아이에 매여살 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매일이 어제와 다르다면 우리에게 어제는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오늘은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내일은 어떻게 될까?
거금 들여서 에어팟 프로 3를 샀다. 약 2년 전에 오른쪽 유닛을 잃어버리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안 사다가 드디어 산건다. 이때까지 산 에어팟이,,, 적어도 5개는 넘을거다,,,,퓨ㅠㅠ
새 에어팟의 성능이 매우 인상적이다. 일단 노이즈 캔슬링이 훨씬 좋아졌다고 주장하던데 실제로 들어보니 장난없다. 부산 락페 내내 공연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캠핑장에서 술과 담배만 하면서 지냈는데 에어팟을 끼면 공연 소리가 정말 작아진다.
주변음 모드라고 이어폰을 낀 상태에서 주변 소리가 들리는 모드의 성능도 장난 없다. 마이크의 위치와 방향, 스피커의 성능, DSP 코드의 향상 덕에 기존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리는데 과장하는게 아니라 주변음 모드를 켰을 때 내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걸 까먹을 때도 있다.
제일 인상적인 건 소리 품질이다. 소리가 기존에 비해 엄청 좋아졌다. 처음 끼고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건 20Hz ~ 100Hz의 저역대 소리다. 작은 폼팩터의 인이어 이어폰이 안정적으로 내기 어려운 음역대가 꽤나 충실하게 표현된다.
혹시 에어팟 프로 3를 샀다면 아래 노래들을 즐겨보자.
처음부터 들리는 킥 소리가 매우 단단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들린다,,, 듣고 충격 받았다.
여긴 더 인상적인데 곡 내내 강하게 압박하는 저음이 들린텐데 이게 대략 20Hz 대역 근처의 소리라서 작은 이어폰이 내기 쉽지 않은 소리인데 이 소리가 꽤나 충실하게 들리면서도 다른 대역의 소리를 잡아먹지 않는다,,,
일상적인 드럼 소리가 아주 안정적으로 잡힌게 들린다.
저음역대만 좋은게 아니다. MSMSMSM에는 중간에 나오는 필터에 강한 레조넌스와 빠른 엔벨롭을 넣고 오버드라이브 갈긴 소리를 들어보면 다양한 음역대로 펼쳐진 배음들이 충실하게 들리는 것이 두드러지게 들린다. 이 와중에 탄탄한 저역대가 소리의 특성을 잘 표현해준다.
여기서도 처음부터 들려오는 강한 디스토션 소리의 모든 배음들이 선명하게 들린다. 오,,,
약간 거슬리는 특징이 있다면 5000Hz 이상의 고역대가 약간 과장됐다는거다. 이렇게 노이즈가 많이 낀 노래를 들으면 고역의 치지직 대는 소리가 너무 부각되어서 듣기 거북하다.
여기서 디지털 노이즈 하이햇 소리가 너무 강하게 들리지 않나 생각한다.
이게 옛날에 녹음되고 믹싱된 노래들을 듣게되면 노이즈가 너무 강하게 다가온다.
반면 최근에 녹음/믹싱된 곡에서는 노이즈가 적절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믹싱의 이슈라고 봐도 될 듯하다. 이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되게 다양한 악기가 동시에 재생되지만 모든 소리가 정말 명확하게 들린다,,, 드라이버가 몇개인 지는 모르겠지만 인상적이다.
음상도 매우 잘 맺힌다. 보통 공간감이라고 부르는 그거 말이다. 앞서 말한 다양한 대역에 대한 충분한 해상력 뿐만 아니라 각 대역의 시그널 게인-음압이 매우 자연스럽게 매칭된 듯하다.
공간감이 매우 좋다.
전문적이 리뷰가 아니니 이까지만 하자. 여러모로 인상적인 이어폰이다,,, 마지막으로 신형 에어팟에 잘 표현하는 곡 몇 개만 추가한다. (사실 위에 노래들이 다 에어팟에서 훌륭하게 재생되는 노래들이다)
이것도 7월에 쓴 글인데 안 올릴까 하다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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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Online Safety Act라는 법이 통과됐다. 유해한 컨텐츠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해 컨텐츠 접근 시 나이 확인을 한다는 법이다. 어릴 적 성인 사이트를 들어갈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던 경험이 있던 한국인으로서는 익숙한 내용의 법안이다.
법안에서 말하는 유해 컨텐츠는 흔히 말하는 성인물, 도박, 테러리즘, 자살 등 흔히 국가가 말하는 유해물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법안에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어린이를 유해물로부터 차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소위 Big Tech Company들의 알고리즘이 유해물을 인식/필터링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명령하며, 그와 동시에 성인에게도 위해한 극도록 위험한 컨텐츠(폭력적 성인물, 테러 등등)도 차단하는 것을 명령한다.
나이 확인은 영국의 방통위인 Ofcom에서(OnlyFans.com이 아니다) 인가한 나이 확인 서비스 업체를 통해서만 수행해야하며 페이스북, 레딧, 심지어는 위키피디아까지도 해당 업체들과 서비스 계약을 하고 나이 확인을 거치고 (유해한?) 컨텐츠를 제공해야한다.
어째 정상적인 법안 같지만 영미권이나 많은 국가들에서 성인물 접근할 때 ‘성인입니까? 예/아니요’ 버튼만 누르면 되던 것을 생각하면 꽤나 강력한 제제로 보인다.
특히 논란이 되는 파트가 나이 인식을 어떻게 하냐는건데 신분증, 신용카드 등 우리 한국인에게 친숙한 인증 수단 뿐만 아니라 얼굴 인식이라는 빅브라더스러운 방식까지 있다.
왜 이런 법이 생겼을까?
명시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유해한 우리 인간들이 인터넷에 유해한 것들을 퍼트려서 어린 청소년들이 나쁜 것에 문든다는 이유다. 영국에 Molly Russell이라는 14세 아이가 SNS 중독 + 유해한 자살 관련 컨텐츠에 영향을 받고 자살한 사건이 여론 형성 및 법안 입안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래! 좋은 목적의 법안인데 난 또 뭐가 수틀려서 이런 글을 쓸까?
먼저 법안의 제제 수단의 실효성이 너무 떨어진다. 단순히 VPN 하나 딸깍하면 해결되는데,,,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VPN 말이다,,,, 법안 발효 1일차에 영국 앱스토어 전체 앱 다운로드의 절반이 VPN이라고 한다,,,, 그러니,,, 영국 노동당은 VPN 금지까지 떠들고 있다,,,
Age Verification이랍시고 얼굴 인식을 들이미는 것도 웃긴다. 그쪽 산업의 기술 현황을 조사해보니 신뢰가능한 수준의 나이 추정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인종 그룹마다 정확도가 다른데 특정 인종 그룹들이 얼굴로 나이 평가가 쉽지 않은게 이유 중 하나이며, 이게 혼혈에 경우에는 정확도가 극히 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나이를 인증할 수단은 많다. 궁금하면 Zero Knowledge Proof(ZKP)나 구글의 ZKP 구현이라던지 IETF에 PrivacyPass를 찾아보라. 입법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이 이걸 몰랐을까? 이걸 이야기 안 했을까? 당연히 알고 당연히 입법자들에게 이야기 했을거다. 그런데도 저런 인증 방식을 들이민다고,,,? 속이 뻔히 보인다.
법안은 페이스북, 레딧, 심지어는 위키피디아 등의 사용자 중심 커뮤니티 서비스들이 유해 컨텐츠 검열을 하도록 요구하는데 이 유해의 기준이 정부 편의적으로 설정되기 쉽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에 통제와 검열의 수단으로 해당 법안이 활용될 수 있다는거다. 무슨 빨갱이스러운 소리냐고 묻겠지만 이미 그런 일들은 일어나고 있다
완전한 수단은 존재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린 Five Eyes 회원국으로서 모든 통신을 감청하던 Echelon 프로젝트의 참여한 국가를 믿을 수 있는가? 디지털 시대에는 GCHQ에서 광케이블을 감청해서 모든 데이터를 감시하는 국가? 애플한테 유저 디바이스에 백도어 심으라고 요구했다가 망신 당한 국가를?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설 스파이 업체가 활동하며 그 업체들이 하는 일이라는게 중국 정부의 홍콩 민주인사 추적 돕거나 불법 감청, 사찰 자료를 법정에 던져 증거 세탁이나 하는건데 이를 방치하는 국가? 불법 수집한 SNS 데이터를 가지고 여론 조작을 하는 회사가 있는 국가를 믿는다고? 퍽이나 믿겠다.
법안의 목적은 단순하다. 감시와 통제다. 현 시점에서 바로 개인들의 성인 인증 데이터 정부가 활용할 것 같지는 않다만 해당 개인정보들을 유출/실수/버그 등의 어떤 식의 이유로든 정부 서버에서 관리하려 할 것이다. 또 차후의 통제 수단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낮추는데에도 일조한다. 그리고 유해 컨텐츠 관리 핑계로 빅 테크 컴패니를 정치적으로 압박하여 통제하려는 의도도 명확하게 보인다.
‘정부는 원래 나쁜 놈들이야! 못 믿어! 쟤들 나쁜 짓 할거야 멈춰!’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약간 다르다. 굳이 따지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인간은 원래 자기 유리할 대로 행동한다. 특히 정부에게 견제가 어려운 권력이 생길 경우 국민의 의사를 반하는 행동을 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잘 감이 안 온다면 몇년 전에 난리났던 Pegasus 사건을 보라. 당시 Ronan Farrow가 New Yorker에 쓴 How Democracies Spy on Their Citizens를 읽어도 좋다.
2월 말에 쓴 글이다. 안 올릴까 하다가 그냥 올린다. 쇼츠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길이의 글인데,,, 다들 느꼈겠지만 쇼츠가 말이 쇼츠지 사실은 잠시 보였다가 흘러사라지길 바라는 글을 올리는 공간이다.
…
지금 윤석열의 헌재 최종 변론을 라이브로 보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도무지 참을 수 없어서 글을 쓴다.
계엄 당일
방구석에 있는데 뜬금없이 친구한테 전화가 오면서 지금 계엄 선포 됐다고 이야기한다. 무슨 개소리냐 하고 뉴스를 켜보니 진짜다. 첫번째 드는 생각은 계엄의 목적이 뭐지? 인터넷을 보니 계엄 포고령 나돌아다니고 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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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 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다시 읽어봐도 정말 아찔하다. ‘반국가세력’, ‘체제전복 위협’, ‘가짜뉴스’, ‘허위선동’… 이게 뭔가 싶다. 그래도 이걸 보니까 상황 파악은 된다. 아 이 사람이 정신적으로 내몰려서 난리 친거구나. 별 일 없겠구나.
계엄의 전조
계엄 포고령을 보고 상황 판단이 바로 된 이유는 그 이전에도 대통령이 비슷한 소리를 하며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24년 8월 15일, 윤석열의 광복절 경축사를 살펴보자.
자유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에 휘둘려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입니다.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사이비 지식인) 바로,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입니다.
대통령 담화문이라고는 상상을 하기 어렵다.
윤석열은 당시 내몰려있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등돌려 여론/지지율을 최악이고 언론, 심지어 조중동 마저도 종일 대통령 비판 기사/ 사설을 올리고 있었다. 윤석열이 주장하는대로 야당은 탄핵을 남발하고 김건희 명품백 특건법으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당 조차도 협조적이지 않다. 자신의 부하라고 여긴 한동훈이 자신에게 영원히 충성하고 다음 대선을 이어주길 바랬지만 어느새 한동훈이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심기가 불편해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자신이 국민을 위해 벌이는 의료 개혁은 뜻대로 되지 않고 어느새 국민들의 불만만 쌓여가고 있었다. 게다가 민노총 등의 여러 시위 단체는 연일 윤석열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뭔가 떠오르지 않는가?
계엄 포고령을 다시 살펴보면 1. 국회 정치 활동 금지, 2. 가짜뉴스 금지, 3. 언론 통제, 4. 시위 금지, 5. 의료진 통제. 정말 투명하지 않은가? 대통령은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싫어하는 순서대로 너무나 투명하게 계엄 포고령에 적어놓았다(민주당 > 국힘 > 김어준 등의 좌파 유튜브 > 기성언론 > 의사).
내가 생각하기에는 대통령이 국민의 위해 대의를 다하겠다는 큰 뜻이 있었던 것은 같다.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우리가 봐왔던 것과 같이 그는 정무 감각, 소통 능력, 실무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데 고집은 세서 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지 대통령으로서 일을 수행할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처한 상황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지고 노력하는데 왜 이렇게 일을 꼬여만 가는걸까? 화가 계속 쌓이면서도 불안감도 찾아온다. 자신이 국정을 잘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그럴 리는 없다.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그럼 무엇이 문제지? 앞서 말한 반국가세력들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생각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니 이제 자신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떡하지? 임기는 끝나가고 ‘반국가세력’에게 나라를 내맡길 수 없으며 임기 후 김건희를 지킬 수도 없을 것 같아 마음을 초조해진다. 모두가 그에게 등돌리고 그도 모두에게 등돌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계엄 밖에 없었다(사실 그가 선택할 수단은 소통이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계엄 이유다.
(재미있게도 김민석 민주당 최고 위원과 이재명이 계엄 의혹을 제기한 시점이 이쯤이다. 8월에 이미 계엄은 준비되고 있던 것이다.)
부정선거
나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주제다. 계엄 당일과 다음 날 아침까지 도무지 계엄의 목적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윤석열의 불안이 계엄이 원인인 건 알지만 적어도 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을 때는 계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야하는데 그 목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계엄 다음 날 오후에 예상하지도 못한 선관위 계엄군 투입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 뭐지 싶다. 기사들이 올라오는 걸 보니 엉성하고 개판인 계엄군의 국회 점거와는 다르게 선관위 수사는 꽤나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다. 이게 뭐지,,,? 그,,,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던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 대통령이 계엄까지 벌였다고? 뭐야 부정선거 진짜였어?
그 시점에서 난 부정선거가 진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믿을 이유는 충분하다. 윤석열을 믿는게 아니라 대통령을 믿었다. 국정원, 군, 경찰, 언론, 정계, 의회 등 모든 권력과 정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부정선거를 이야기 하는데 어떻게 안 믿을 수 있겠는가.
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상황은 아니라서 그 말도 많은 부정선거 유튜브를 몇 개 찾아본다. 부정선거 유튜브는 소문대로 끔찍했다. 계속해서 의혹을 떠드는데 대부분 두서 없이 떠들어대서 부정선거 근거를 파악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팩트라고 이야기 하지만 조금 찾아보면 아닌 정보도 많았고 통계, 수리 과학이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한눈에 헛소리를 임을 알 수 있는 주장들 뿐이다. 흠,,, 이상한데,,, 하나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선관위의 선거 운영이 매끄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할 수준인 지는 모르겠지만 엉성하게 진행된 부분들이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유튜브는 도움이 안 된다. 기다려보자. 탄핵 후 대통령 담화가 공개 됐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며 부정선거 이야기를 한다. 어 이거 진짠가? 저거 진심인거자나? 그 당시 대통령 말을 온전히 믿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부터 부정선거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기다렸다. 심지어 계엄 후 시간이 지난 탄핵 심판 시점에 대통령 변호인이 ‘스카이 데일리’라는 언론사에서 제기한 선관위 연수원 중국인 해커 체포 기사를 인용한다. 이건 뭐지? 아니 부정선거가 이 정도 스케일이라고? 이쯤에서 의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부정선거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해할까봐 밝혀두는데 여기서 부정선거를 믿는다는 건 ‘Stop The Steal’이라고 떠들어댔다는 건 아니다. 이제와서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부정선거의 의혹이 합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부끄러워서 변명을 좀 써야되는데 상식적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떠드는 의혹과 똑같은 수준의 의혹을 품고 계엄을 벌일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나? 그러고나서 며칠 질질 끌다가 낸 담화문에 노골적으로 바로 이웃에 있는 강국에게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데 뭔가 근거가 있어야하는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진짜,,, 내가 그 극우 우파라서가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니다,,,,
탄핵 심판 때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에 대한 주장들은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참담하게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계엄을 벌이면서 한 부정선거 수사의 결과는 온데간데없고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이 떠드는 부정선거 의혹은 유튜브 수준의 정보를 벗어나지 못한다. 탄핵 후 담화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는 다르게 헌재에서는 부정 선거 가능성이 있기에 투명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냈다고 말한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럴 수 있나?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는건가? 다시 말하지만 난 윤석열이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을 믿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의 판단 근거가 유튜브 수준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끔찍하다.
이제와서 보면 내 판단이 완전 잘못됐지만 계엄 당시로 다시 돌아갔을 때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상상해보면 잘 모르겠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탄핵 인용
윤석열 탄핵 심판은 인용될 것이다. 총 12회의 변론과 최종 변론까지 국회-윤석열 측에서 부정선거이니 메모가 조작됐다느니 주장을 하지만 사실 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탄핵 심판은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국정(계엄)을 수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위의 계엄 포고령만 봐도 헌법을 분명히 위배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핵심 쟁점을 살짝만 살펴보자.
국가비상상태
계엄은 전시, 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대통령이 군인을 민간 및 사법에 투입하는 조치이다. 과연 국가비상사태였는가? 거대 야당의 독주, 반국가세력의 위협, 부정선거를 말하며 한국은 국가비상상태였다고 윤석열은 주장한다. 이 중 거대 야당 독주는 야당이 하는 꼴을 보면 윤석열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는 한다만 계엄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엉망으로 굴러가기는 했지만 국민의 투표에 따라 선출된 거대 야당이 적법 절차(?…)에 따른 의정 수행에 대해 계엄 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 재판이니 조금 더 진지하게 가자면 현 시스템에서 거대 야당이 정부에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에 정부에서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엄이 헌법에 부합하는 지 여부에 대한 논쟁을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뭐,,, 계엄이 적법한 견제 수단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한국 꼬라지가 어떻게 될 지는,,,, 굳이 글로 적지 않더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포고령
그냥 말이 필요없다. 포고령을 다시 살펴봐라. 이게 헌법에 따라 국민을 통치하는 대통령이 할 말인가. 여기서 탄핵 인용은 확실해진다.
윤석열 측도 포고령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지 김용현한테 썼다니, 대통령이 검토만 했다느니(정확히는 김용현의 증언), 예전 전두환 때 계엄 포고령을 참고했다느니, 실행 계획이 없었다느니 하는데 엉성하기 짝이 없다.
국무회의의 절차적 요건
국무회의가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가도 핵심 쟁점이며 헌재 재판관들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주제다. 내가 알기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 빼고 다른 국무위원은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일반적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윤석열과 김용현 빼고). 모든 증언을 고려해보면 국무회의가 정상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쟁점은 형식적으로는 국무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국무회의가 아니었는가 여부인 데 이 부분은 좀 애매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상민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로 보지 않았다고 증언하는데 국무위원들이 계엄 이야기를 하고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기다린 것을 보면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국무위원들이 계엄과 최대한 선을 긋기 위해서 국무회의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하지 않았나 추측이 든다.
이 쟁점은 나도 잘 판단이 안 된다. 형식적 절차는 분명 문제는 있었으나 국무회의 비슷한 것을 하긴 했으니 실질적으로 했다는 말도 설득력은 있다. 헌재의 판단이 궁금하다.
의원, 딴지일보 등등등,,,, 체포
이건 좀 어지럽다. 의원 체포 핵심 증인은 국정원 제 1차장 홍장원,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경찰청장 조지호다. 세명 다 검찰 조사에서 진술하기로는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했는데 여인형과 조지호는 헌재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반면 홍장원의 경우 적극적으로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하면 그 말 많은 메모지를 내세우는데 이게 좀 개판이다. 여기서 다 쓸 필요는 없지만 최초 진술이 계속 바뀌고 메모 자체도 처음 진술과는 다르거나 밝히지 않은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증거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 상황이다.
일단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부터 판단해보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찾아보면 위 핵심 증인 외 다수의 증인이 체포조가 있었다고 증언한다.
여인형에게 명단 받아…경찰에 체포조 요청” 증언 여인형 “정치인 체포 명단, 가장 큰 리스크”…계엄후 대책 메모 나왔다
홍장원의 진술에 대해서는 어떤가? 그의 오락가락하는 증언을 토대로 봐도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추측된다. 상호 교차 검증을 통해 사실로 밝혀진 것만 보면 계엄 당일 밤 홍장원 차장이 조태용 국정원 장관에게 ‘이재명, 한동훈 잡으러 다닐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대통령 및 여당은 홍장원 측 증언은 야당 측 증거 오염, 정치 공작이라고 하는데 그 급박한 계엄 상황에서 홍장원이 바로 야당(박선원)과 결탁해서 정치 공작을 기획하고 이재명, 한동훈 체포 이야기를 국정원장에게 꺼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홍장원의 메모지의 증거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너무 말도 많이 바뀌었고 증언을 하면 할 수록 의혹이 많아지기만 한다. 방어하는 윤석열 측은 홍장원의 메모지를 물고넘어지면서 홍장원 진술 신빙성을 떨어트리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고 홍장원의 메모지는 너무 쉬운 먹잇감이다. 문제는 윤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진보 언론들 조차도 대통령 측이 만든 프레임에 얽혀서 홍장원 메모를 계속 이슈로 다루며 물고늘어지는데, 언론을 통해 홍장원 측에서 패를 까면 깔 수록 엉성해진다. 그냥 홍장원 메모는 무시하고 다른 체포조 증거를 다루는게 나았을텐데 대통령 쪽에 놀아나는 꼴을 보면 비웃음이 절로 난다.
국회 봉쇄 / 인원 끌어내!
이것도 개그다. 국회에 군인을 보낸 이유가 국회 질서 유지라고 하는데 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곽종근의 ‘요원을 끌어내라 했다’, ‘인원을 끌어내라 했다’라는 증언은 그 자체로 개그다. 거기에 윤석열이 나는 인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해놓고 바로 뒤 인원이라고 말하는 건,,, 정말,,,
사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세하게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냥 넘어가자
선관위 압수수색
내가 낚인 그거다. 윤석열 덕에 부정선거 유튜브를 몇 편 본 사람으로서 이 쟁점으로 윤석열을 욕하자면 끝도 없지만 귀찮으니 유죄 땅땅으로 끝내자.
탄핵은 인용될 것인가?
당연히 인용이다. 탄핵 심판을 살펴보면 윤석열은 계속 부정선거니 북한 간첩이니 홍장원이니 이상한 주제를 끌고 들여서 주의를 분산시키는데 사실 계엄의 이유와 포고령만 봐도 탄핵은 확정이다.
헌재의 조급한 결정?
헌재가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지 않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다는 비판이 있다. 그 비판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대표적으로 증인이 인정 안하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건 좀 엉성해 보인다. 헌재는 헌법 재판이 형사 재판의 성격이 다르다고 하는데 탄핵 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되어있고 우리나라 법 질서가 엄격한 공판중심주의로 가는 것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최상목 대행의 재판관 임명 거부에 관한 선고 연기 또한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한덕수 탄핵에 대한 결정을 제쳐두고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에 대해 조급하게 선고를 하려다가 아차 싶어 선고 연기를 하는건 황당하기 그지 없다.
헌재가 조급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근데 이걸 다르게 말하면 헌재는 이미 탄핵 결정에 충분한 증거를 공판에서 확인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 탄핵 사유는 분명하다. 헌재는 탄핵에 충분한 증거를 모았고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 심판을 서둘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탄핵 확정이라는거다.
하지만 헌재의 조급한 결정이 옳지는 않아보인다. 헌재가 피청구인(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법 질서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남기는 조급한 결정은 지금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선고 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인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 헌재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앞서 말한 확실한 쟁점을 중심으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승리?
탄핵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탄핵이 된다고 기쁘진 않다. 일단 탄핵 자체가 국민으로서는 되게 슬픈 일이다. ‘우리 윤석열 대통령 어떻게 퓨ㅠ’ 이런게 아니다. 나라가 개판 났는데 어떻게 즐거울 수가 있는가. 게다가 탄핵 후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암담하다.
앞서 거의 모든 윤석열 측 주장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지만 하나 공감하는게 있다.
거대 야당의 독주.
이를 어찌할 것인가. 야당의 29회 탄핵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야당이 제정신인가 싶고 이재명 수사 검사 탄핵은 정말 미쳤구나 생각 밖에 안 든다. 거기에 이재명 방탄법 같은 걸 보면,,, 탄핵 후 더욱 극심해질 야당 독주가 무서워진다.
다가오는 이재명 시대
탄핵 선고 별 문제 없이 3월 초중순에 이루어질 것이다. 윤석열은 탄핵될 것이고 조기 대선은 확정이다. 그러면 누가 대통령이 될까? 당연히 이재명이다.
일단 조기 대선 구도에서 현 여당 측 입장이 매우 난처하다. 12월 말부터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꽤나 높게 나오고 대선 후보 양자 대결에서 여당 입장에서 겨룰 만한 지지율이 나왔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현 여당 측 지지율이 높은건 여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야당의 폭주의 대한 반발 의식과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이 반영된 것인데 탄핵 심판 중 대통령의 헛짓거리들과 이를 비호하는 여당의 행동, 서부지법 폭동은 공감을 살 수 없다.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여당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탄핵 인용이 결정나는 순간은 어떻겠는가? 또 온갖 시위로 전국이 난리날 것이고 이를 다수의 국민들이 달가워 할 리가 없다.
여당은 지금 선거 전략을 세우기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사실 중도층을 붙잡기 위해서는 애저녁에 한동훈처럼 탄핵을 규탄하고 윤석열과 선을 그었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 여당의 지지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보수층들 때문에 그 같은 선택을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현재 대선 후보도 똑바로 못 말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탄핵이 결정되고 나서야 대선 후보를 결정할 것인데 야당은 이미 확실한 대선 후보를 내세우고 선거 전략도 다 짜놓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은 대선후보를 윤석열 지지층도 고려하고 중도도 고려하며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이상한 딜레마에 빠져 허덕일 것인데 어떻게 현 여당이 정권을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내 생각에 여당에게 제일 유리한 대선후보는 탄핵과 선을 긋는 후보인데 홍준표는 선은 확실히 그었으나 지속된 대선/경선 패배로 이미지가 다 소비되어 힘들 것이고 김문수는 너무 무색 무취이며 한동훈은 가능성은 있어보이나 지금의 여당의 탄핵 반대 기조를 봤을 때 당내 지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이며 오세훈은 적당한 중간 포지션을 잘 취하면서 역동적인 이미지를 지녀 그나마 여당 경선을 이길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사실 여당은 탄핵을 찬성 안 하고 버틸 때 끝장난거다. 자신들과 당의 보신을 위해 탄핵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버티는 당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일하는 당인가? 지금도 윤석열의 무뢰배스러운 옥중 정치에 가담하고 있는 꼴을 보면 이 기회에 여당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이재명이 대권을 도전하는데 걸림돌은 무엇일까? 혹자는 당내 친문-친노-이해찬(사실 온전히 한 덩어리는 아니다) 세력의 반발을 얘기할 수 있으나 이재명의 구호 모르는가? ‘이재명은 합니다!’. 그 견고하던 친노 세력들을 단칼에 당에서 축출해버린 이재명이 이런 사소한 당내 정쟁을 해결 못하겠는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도, 중도 포섭에 대해서도 말 많은데 이건 이재명이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해결하지 않아도 대선 상황이 너무 좋아서 상관 없다.
이재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선거법 2심 재판이다. 재판 과정을 유심히 따라가보면 2심에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데 이게 타이밍이 문제다. 이재명의 결심공판은 공교롭게도 윤석열의 최종변론일 다음날인 26일이며 선고도 탄핵 심판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선거법 유죄가 선고된다면 이재명은 탄핵 결정 후 60일 후에 이루어지는 대선과 동시에 선거법 위반 최종심을 대응해야한다.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당선 무효형이 나겠지만 이는 대선 이후로 예상된다. 다시말해 만약 선거법 2심에서 유죄 선고가 난다면 이재명은 대통령 당선 무효의 리스크를 안고 대선에 출마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앞서 말한 당내의(반명계) 규탄이 있을 것이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이재명을 대선 후보로 출마시킬 수 없다고 주장할텐데 이는 잘못됐다. 민주당이 이재명을 출마’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다. 그의 당내 파워를 고려 했을 때 경선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현 여당 및 언론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공세를 취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다 무너져가는 여당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진짜로 대통령 당선이 됐을 때 선거법 최종심이다. 답은 간단하다. 재판은 정지되거나 당선무효형 선고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이 말하는 헌법 84조를 들먹이며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이 정지되는게 다수설이라고 개소리를 믿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믿는건 헌법 84조가 아니라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아주 능히 선거법 최종심을 해치워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재판부 입장에서 현 대통령에 대해 재판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라 아마 최대한 이 문제를 회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정말 큰 변수가 없는 한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여기서 제일 안타까운건 누굴까? 당연 국민이다. 대통령은 미쳐서 계엄을 벌이고 탄핵 당하더니 가장 유력한 야당에서는 1심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은 사람을 대선 후보로 출마시키고 있다,,, 야당도 사라졌으면 좋겠지만 앞서 여당처럼 ‘이 기회에’를 붙일 수는 없네,,,
이재명 괜찮을까?
다들 알다시피 난 이재명을 정말로 싫어한다(이유는 생략하자). 탄핵을 찬성하면서도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이재명에게 투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당선은 확실해 보이니 그 이후 대한민국은 어떨 지 상상해보고는 한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재명이 대통령으로서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에 대한 내 생각은 바꾼 것은 웃기게도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의 형사재판들이다. 선거법 뿐만 아니라 대장동, 대북 송금 같은 이재명에게 기소된 여러 범죄 혐의들을 조사해봤는데 꽤나 흥미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재명은 사실 결백한 사람이었다!는 절대 아니고,,, 그가 이때 걸어온 행적을 보면 정말 대통령이 되기 위한 열망 하나로만 살아왔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어떤 (나쁜) 짓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해왔다는 것이다.
앞으로 쓸 재판 이야기는 아직 1심 선고도 안 난 이야기이니 무시해도 좋다. 내용은 최대한 간략하게 쓴다. 또한 전체 시나리오는 검찰의 공소장을 따른다.
먼저 대장동 사건부터 살펴보자. 보통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화천대유(김만배) 쪽으로 흘러들어간 지분 대비 과도한 배당, 김만배의 ‘내 지분의 절반은 그 분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에 준 여러 특혜(인허가, 서판교 터널) 등의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난 유동규가 증언한 이재명의 말에 주목한다.
나는 제 1 공단 공원화만 되면 된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라.
검찰 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0년대 초 당시 이재명 시장은 이미 공장들이 이전하고 새로운 개발이 예정된 성남 제 1 공단을 전면 공원화하겠다는 열망이 강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선이다. 2008년 이명박이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것이 그가 서울 시장 때 했던 청계천 사업이다. 이재명은 오래 전부터 대통령을 염원했고 자신도 청계천과 같은 대표적 치적 사업을 가지기 위해 당시 빈 부지였던 성남 제 1 공단을 멋진 공원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근데 이 전면 공원화에 소요되는 예산이 워낙 크다보니 개발에 난항을 겪었는데 이를 대장동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이 검찰, 유동규 측의 주장이다. 서로 다른 두 개발 사업(제 1 공단 공원화, 대장동)을 결합하여 하나의 개발 사업으로 묶고, 대장동 민간 개발자에게 공원 개발의 부담을 지게 하는거다. 오! 이재명은 수완가네!라고 말할 지 모르겠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장동 민간 개발자가 왜 자신의 이익률이 떨어지는 공원 개발의 부담을 지려하겠는가? 민간 개발자는 공원 개발에 상응하는 이득을 가지길 원했고 이 과정에서 성남시에서 여러 특혜와 개발 이득을 민간 개발자에서 주게 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검찰 측 주장이다.
참고로 성남 제 1 공원은 망했다. 이재명이 이걸 치적으로 떠드는 걸 본 적 있는가?
다음으로 대북 불법 송금을 살펴보자. 보통은 이재명-이화영의 부탁으로 쌍방울 김성태가 불법 대북 송금을 하고 이에 따른 이득(발생하지는 않았지만)에 대한 제 3자 뇌물 혐의에 집중하겠지만, 여기서 왜 이재명이 쌍방울에게 불법 대북 송금을 종용했는가에 집중해보자. 때는 2018년이다.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문재인은 2018년 4월, 5월에 열린 1차,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던 상황이었고 북한/통일/평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거기에 9월에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평양에서 한다고 하고 연예인부터 주요 재계 인사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상황이었다. 기억나는가? 그 원조 평양냉면을 먹었다느니 하는 이야기 말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정치인들이 포함되는데 문재인과 같이 방북한 정치인은 이재명이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이다. 지금 전국민이 환호하는 이벤트에 참여하여 차기 대권 행보를 밟아야하는 이재명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이재명 방북단 합류 불발 뒷말 무성
이재명은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바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자신의 방북을 성사시키라고 주문했고 이화영은 북한에 500억 규모의 스마트팜 지원 사업을 제시하며 북한으로부터 이재명 방북 약조를 받아낸다. 이재명의 제 3차 남북정상회담 참여가 불발된 지 단 한달 만이다. 여기서 일이 잘 풀렸으면 이재명에게 좋았겠으나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UN 대북제재에 때문에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계속 말하지만 이재명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화영과 친분이 있는 김성태 쌍방울 회장에서 차후의 대북 사업 우선권을 약속하며 자기 대신 북한에 송금해주라고 부탁했고 실제 불법 송금이 이루어졌으나 이후 코로나로 이재명의 방북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아 참고로 원래 이재명은 경기도 돈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하려고 했다.
이 기사에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점점 이재명이란 사람이 그려지는가? 그는 오래 전부터 대선을 준비해왔고 대선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많고 범죄 혐의로 수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고 나 또한 같은 이유로 이재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지금의 선거법도 이재명스러운 언행이 거짓말이라고 법원에서 판결한 것 아닌가.
근데 이재명의 범죄(?) 일대기를 쭉 살펴보자니 뭔가 친숙하다,,, 박원순? 아니다,,, 이재명은 보수들이 은연 중 원하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도저 같은(대장동 원주민과 갈등을 살펴보자) 지도자다! 심지어 지금 윤석열 재판과 이재명 재판을 보라. 재판 지연하겠다고 서로 개지랄 하는 모습이 똑같지 않은가? 윤석열의 옥중정치니 하면서 석동현 윤측 변호인을 통해 전해지는 윤석열의 언행은 어째 이재명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재명이 훨씬 정치감이 좋지만,,,
이재명은 기존 민주당 인사들과 다르다. 길게는 김대중과 그 동교동파 사람들, 가깝게는 이해찬-친노-친문 세력(제 3차 남북정상회담 참여 인물들을 살펴보자. 백낙청, 박지원, 김홍걸 등의 인물들이 보인다)들과도 다르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떠들어대는 이재명에게 발작하는 임종석을 보라. 이재명은 이념이 없다. 단지 대통령이 되고 싶을 뿐이다. 이재명의 대북관도 마찬가지다. 이재명은 진보 특유의 NL(North Lover를 뜻한다)스러운 대북관을 가지고 대북 송금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의 대선을 위해 북한을 파트너로 사업을 했던 것이다. 이거 완전 비즈니스 맨 아닌가? (이명박?) 이재명의 중국의 대한 태도는 잘 모르겠다.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의 대중 행보는 과하게 친중인데 그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재명과 한때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원순을 비교해보라. 박원순도 이재명처럼 팬시한 시정 정책으로 지지율을 호소했지만 그 시정 방향이 대개 진보향이 물씬 풍겼고 센스도 떨어져서 정책 결과물을 보면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반면 이재명이 내세우는 정치 치적들은 진보향은 나지만(청년기본소득) 언제나 자신을 지지율을 가장 끌어올릴 수 있는(지금의 상속세, 소득세) 정책들을 내세운다.
박원순과 이재명에게는 또 큰 차이가 있다. 박원순의 말년 행보를 보면 자신의 세력이 없어서 발버둥 치는 꼴을 볼 수 있는데 이재명은 그렇지 않다. 이재명은 기존 민주당 세력을 척결하고 상왕이 되어 민주당은 중도보수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재명이 그렇게 열망하던 대통령이 되면 어떨까? 대통령의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 대통령 된 이후에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억이 될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이재명은 합니다’의 이재명은 한국의 첩첩이 쌓인 문제들을 단번에 깨부술 수 있지 않을까? 국회와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당장 대한민국에 필요한 일을 하지 않을까?
사실 모르는 일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이후의 모습은 알 수 없는 공백 지대가 많다. 내가 아는 건 그가,,, 이념이나 법치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하는 사람이라는 것 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안타까운건 우리 국민이다. 대통령이라고 작자는 계엄 벌이고 개난리를 치고 있고 여당도 그에 동조해서 지랄하고 있고 야당도 1심 당선 무효형을 받은 작자를 국민에게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에 기뻐할 수는 없다. 유시민은 무슨 정치 시정잡배처럼 이딴 글이나 쓰고 있고,,,,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네,,, 정치병자가 되어버렸나,,,
4월 말에 덧붙이는 말
위에까지가 2월말에 쓴 내용이고 글을 올리면서 조금 더 붙인다.
3월과 4월 초에 있었던 탄핵 선고 지연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조금 더 쓴다. 당시 헌재의 선고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고, 심판 특성상 헌재 쪽에서 흘러나오는 아무 정보가 없었기에 여야, 국민 모두가 답답해서 했던 그때 말이다.
그때 여당은 꽤나 기세등등하게 5대 3 데드록을 주장하면서 각하될 것이라고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고 야당은 인용을 확신하면서도 지연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을 숨기지 못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지적할 게 없으나 지연이 길어진 4월 초에는 야당에서조차 헌재에 원색적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지연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한다던지 헌재를 건너뛰고 국민투표를 하자고 한다던지, 국무위원 줄탄핵으로 압박한다던지,,,
어째,,, 12월부터 문형배 재판관부터 여러 진보 성향(?) 재판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늘여놓던 여당하고 다를 바가 없다.
열성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며 정치 활동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무슨 오적이니 뭐니 하면서 헌재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비난만 늘여놓고 있다.
정신을 잠시 차려보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윤석열에 심판해야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수호해야하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깡그리 망가트렸기 때문이다. 짧지만 숭고했던 한국의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쌓아온 법과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기에 윤석열을 심판해야했다.
근데 여야는 민주주의가 쌓아온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는다. 여야 둘 다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또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난 탄핵 인용 확률 80% 각하 확률 20%라고 봤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될 부분이 있었기에 헌재가 엄격하게 형식적 완결성을 따진다면 기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각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만약 헌재가 그런 결정을 했다면 그 결정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야는 그런 존중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여당이야 입장이 워낙 불리해서 말을 아꼈지만 야당은 기각이 나오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라는 듯 공격적인 언행을 해대는데,,, 이게 민주주의인가?
그래서인지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도 씁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국민의 승리라고 하는데,,, 영 그렇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국민들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았고,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탄핵 과정에 크게 기여한 바가 없다. 국민이 뽑은 국회는 망가진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여줬고 말이다. 그나마 국민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멀쩡하게 돌아갔던 헌재 뿐이다.
(계엄 직후에 있었던 탄핵 시위는 건강한 민주주의적 시민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확 짜증이 나니 생각이 든다. 탄핵 찬성이건 반대건 미친 짓거리를 한 사람들은 싹 다 투표 자격을 박탈해야한다. 노인들의 투표권도 싹 다 박탈해버려야한다. 아니 그냥 탄핵을 반대했던 사람들의 투표 자격을 싹 다 박탈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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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짓말이다. 만약 당신이 방금 내가 쓴 말에 동조했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도 민주주의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