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한강 수영장

친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 중간 지점인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 향한다. 평일 밤(화요일) 오후 8시 반 정도에 입장하니 사람도 없고 그 유명한 DJ 파티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이 무진장 많다,,,,

주차장에서 수영장 입구로 가는 길에 비키니 핫 갸루들이 많이 보인다. 비키니 갸루를 보는건 신나는 일이지만,,, 여기가 바다도 아니고 호텔 수영장도 아니고 그냥 수영하러 온건데 핫 갸루를 보니 신나기보다는 불안해진다. 수영장에 가까워질수록 EDM인지 뭔지하는 음악 소리가 커져만 간다.

수영장은 꽤 넓지만 2/5의 공간은 워터밤? 공간이고 2/5는 어푸어푸존, 구석에 쳐박힌 1/5 공간에 2개의 레인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

다행히 수영하는 구석탱이 레인에 사람이 많지 않아 신나게 뛰어들었지만 물이 매우 뜨겁다. 나도 모르게 ‘앗 뜨거!’ 외치게된다,,, 그래도 수영을 하러 왔으니 수영을 하는데 어둡고 수영장 바닥에 선이 안 그려져 있어서 내가 어느 방향을 가는지 모르겠다. 수영 좀 한다고 가오부리러 왔는데 역주행하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박고 사과하기 바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평영을 하게된다.

수영 자체가 유쾌하지 않다. 물이 너무 뜨거워서 몸의 열기가 가시지 않고 물에는 선크림 냄새가 가득해서 낮에 오면 선크림을 따로 바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수질도 썩 안 좋겠지만 락스는 강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하자. 조명이 어둡다보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 도통 알기가 어려운데 그 덕에 몸에 긴장이 많이 들어가서 수영의 원활하지 못했다.

그래도 50m 레인이라 끊김없이 수영을 할 수 있는건 좋다.

평생 올 일이 없는 분위기의 공간이다보니 시끄러운 워터밤 존에 가본다. 그리고 나온다,,,

한강 수영장에 수영은 하러가지 말자,,, (그래도 1km 정도 수영하긴 했다). 워터밤을 즐기고자 가고 싶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난 그런거 정신없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도수 수경을 안 써서 핫 갸루들의 얼굴은 잘 안 보이고 몸매만 보이는데 이게 생각외로 마음이 불편하다. 아래 사진의 외모의 이성에게 마음이 동했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 같아서 수영에 집중하기로 한다.

다시 되돌아보니

예전에 양극성 장애로 고생했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이제와서 되돌아보니 20대 초반까지는 그럭저럭 잘 지내다가 중반부터 망가진게 체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난 체력이 많이 좋은 편이다. 어릴 적에는 같이 놀던 친구가 갑자기 ‘나 피곤해서 이제 집 갈래’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왜 피곤하지?’, ‘피곤한데 왜 집을 가지? 더 놀면 다시 기운 나는데?’ 라고 의문을 품으며 친구를 비난했던 기억이다. 20대 중후반부터 체력이 전보다 약해지기 시작했다. 술을 많이 먹으면 다음날 고통에 시달렸고, 밤을 새고 며칠 놀면 몸이 안 움직인다.

그때 극심한 다운에 고생한 적 있었는데 그게 다 몸의 며칠간 혹사시키고 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니 체력이 떨어져서 질환 증상이 나타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제와 돌이켜보면 떨어진 체력에 맞게 마음의 리듬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게 아닌가 싶다.

꽤나 평안한 요즘이다.

락은 죽지 않았다 (이미 죽음)

Rock Will Never Die

토일 펜타를 갔다왔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다양한 사람들이 또 한 곳에 모였다.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부턴가 많이 보이는 문구가 있다. ‘나락도 락이다’, ‘Rock Will Never Die’ 등등,,,

락은 죽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우울해진다. 락이 이미 쓰러져서 사망한 상태에 가까우니 저런 말이 나오는거다. 락이 멀쩡했다면 저런 말을 왜 쓰겠는가,,,

픽시스 공연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옆에 여자들 무리가 하는 대화가 들린다. ‘작년에 Beck 공연을 할 때 앞에 커플이 키스하고 있더라. Beck이 블루스도 아닌데 뜬금없이 키스하는거 너무 꼴보기 싫더라고’, ‘어후 그게 뭐야 그럴거면 모텔을 가라. 생각만 해도 짜증나’. 당황스럽다,,, 왜 화가난거지,,,? 내가 말할 수 있는건,,, 그들이 트친이니 그림 커미션이니 뭐니 하면서 트위터 세계 이야기를 주로 대화했다는 사실이다,,,

락은 이미 죽었다. 저항 문화에서 시작되어 한때는 주류 문화였지만 지금은 락은,,, 하위 문화 언저리의 음악적 장르에 불과하지 않은가 싶다. 마치 제로 코크처럼 저항 향의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하위문화다. 12만원 내고 여름에 음악을 들으면서 프릭쇼 하는걸 자유라고 부르는건 너무나도 민망하다.

라스베가스 카지노 효도 공연

일요일 펜타는 오롯이 픽시스를 보러 갔던거다. 픽시스 공연을 30분 정도 대기하면서 생각이 든다. ‘내 유년을 책임진 밴드이니 오기는 했는데 왜 이렇게 기대가 안 되지?’. 사람의 감은 정확할 때가 많다. 공연은 별로였다.

메인 스테이지의 꽤나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돈되지 않은 기타소리와 터져나오는 드럼소리,,, 그리고 미국 중년 남성의 가라오케쇼,,, 분명 밴드의 연주에는 그 시절 혼란과 분노가 남아있는데 보컬의 목소리에는 그저 싱어롱 정신만이 깃들어있다. 듣다가 슬퍼서 중간에 나와버렸다.

락의 수명은 그렇게 길지 않은 듯하다. 밴드는 나이가 들고, 노래 속 저항과 분노의 대상들도 이미 나이 들어 사라진 지 오래다. 베트남 전쟁? 아빠 부시? 마가렛 대처? 자본주의? 그런 것들은 이미 사라졌다. ‘무슨 소리냐 여전히 존재하는 악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이 시대에 저항 정신이라는게 어딨는가. 주식 레버러지 거래를 허용해서 주식시장이 이 꼬라지 아니냐고 화내는데 온 에너지를 다 쏟는 이 시대에 말이다,,,

사실 이미 늙어빠진 락밴드들이 헤드라이너를 차지하는 것부터가 락의 수명이 다했다는걸 보여준다.

그래도 어릴 때 정말 많이 듣던 I Bleed를 들을 때는 마음이 뜨거워지더라.

아래에 Tame 가사를 첨부한다. 번역은 애미나이 돌리던지 하자.

Got hips like Cinderella  
Must be having a good shame  
Talking sweet about nothing  
Cookie I think you're

Tame, tame  
Tame, tame

I'm making good friends with you  
When you're shaking your good frame  
Fall on your face in those bad shoes  
Lying there like you'r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Tame

Massive Attack

아까 픽시스 공연 전에는 공연에 큰 기대가 없었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토요일 매시브 어택은 공연 전부터 미친듯이 흥분되어 있었다. (픽시스는 일요일 공연이었다). 초조함에 온 몸이 긴장되어있고 계속해서 몸을 베베꼬며 긴장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당연 매시브 어택은 어마어마했다. 라이브에 총체적인 경험을 전달하기 어려우니 좋았던 부분들을 단편적으로 써보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자면 완벽한 소리였다. 매시브 어택 바로 전에 옆 스테이지에서 Jesus and Mary Chain의 공연이 있었는데 그 스테이지의 PA 시스템(음향 장비 및 세팅)이 매우 끔찍했는지라 매시브 어택의 공연도 소리가 별로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매시브 어택의 소리는 완벽했다. Dub에 필수적인 100Hz 이하의 저음뿐만 아니라 모든 주파수 대역의 소리가 충실하게 구현되고 있다. 악기 대역 별 분리도 잘 되어있어서 소리가 뭉치거나 마스킹이 일어나지 않았다.

완벽한 소리라는건 좋은 음향 장비로만 달성될 수 없다. 좋은 음향 장비는 시작점에 불과하고 실제로 음향의 품질을 결정하는건 아티스트와 사운드 엔지니어다. 아티스트는 훌륭한 소리를 연주하고 자신 원하는 소리의 지향을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선명하게 전달하고 최종 소리 결과물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줘야한다. 그리고 사운드 엔지니어는 음향지식과 청음 능력을 동원하여 아티스트가 원하는 소리를 구현해줘야한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야 좋은 소리가 나는데, 아무리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해도 소리에 대한 총 책임자는 아티스트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소리를 잘 구현 못하거나 부족한 음향 장비를 준비했다면 사운드 엔지니어를 잘못 고른 아티스트의 책임이다. (예산 등의 여러 현실적 제약들도 있지만 매시브 어택 정도면 웬만큼은 해결 가능하다). 이걸 다르게 말하면 좋은 아티스트는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글을 쓰다보니 말하는 순서가 뒤집힌 느낌인데 좋은 PA 시스템 구축하는 아티스트는 좋은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다. 그들의 연주는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수준이었다. 한번도 매시브 어택의 라이브 영상을 본 적이 없는데 샘플링 중심의 그들의 음악의 이렇게 멋지게 연주될 수 있을지 몰랐다. 투 드럼에 드러머들이 드럼패드로 샘플 소리를 연주하기도 하지만 실제 드럼에 이펙트를 걸어 음반에서 들었던 그 소리가 정확하게 날 때마다 ‘이게 가능한거였나?‘라는 생각이 계속든다.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보컬들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엘리자베스 프레이져의 라이브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운데 심지어,,, 목소리가 여전하다. 스피커를 통해서만 들어오던 비현실적인 목소리가 라이브로 부를 수 있었던 거였나,,, 원래 늙은 락밴드는 ‘안 볼 수는 없으니까’의 마음으로 가서 여전히 건강하시네 정도의 느낌으로 공연을 즐기는건데 이건 그 수준이 아니다. 아득할 정도로 완벽한 공연이다. 다른 곡들을 부른 호레이스 앤디와 기존 사라 넬슨이 맡았던 곡들을 부른 데보라 밀러의 목소리도 너무나 완벽해서 당황스럽다.

그리고 빼먹을 수 없는건 그들의 기타 사운드다. 예전에 글에 90년대의 아이코닉한 기타 소리를 적어오면서 매시브 어택의 기타 소리를 빼먹었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출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차분하고 정제되어있는 기타 톤은 완전히 독보적이고 아름답다. 후대 많은 음악들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 음악들 속에서도 이 정도로 멋진 기타 소리는 찾을 수가 없기에 여전히 신선하고 세련됐다.

매시브 어택의 곡들을 수만번 넘게 들었지만 내가 그들의 곡을 잘 이해하지 못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의 곡을 트립합, 덥으로 퉁쳐버린 것을 반성한다. 매시브 어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혁신적이고 독보적인 그룹이었다.

말이 많았지만 심장을 울리는 Dub의 저음을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끝내주는 공연이었다.

그 외

잠시 썼던 것처럼 2nd 스테이지의 음향이 매우 엉망이라 그곳에 있었던 공연들은 대체로 즐기기 힘들었다. 장필순, Jesus and Mary Chain 등등,,, 공연은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 반면 다음날(일요일) 같은 스테이지에서 공연했던 술탄의 음향은 나쁘지 않아서 이해가 안 간다. 토요일에 듣기에는 PA 시스템의 출력이 부족한가 싶었는데 술탄의 공연의 경우 전반적인 밸런스가 맞아있어서 사운드 엔지니어의 문제인가 싶은데,,, 사실 Jesus and Mary Chain 수준의 밴드의 사운드 엔지니어가 그렇게 엉망의 소리를 구현해낼 것 같지는 않고,,, 잘은 모르겠다.

술탄의 공연은 첫 곡이 시작되자마자 술탄 월드가 열렸다. 10여년 만에 공연을 본건데 여전하시더라.

이번에 처음으로 각잡고 혁오의 노래를 들었는데 연주도 잘하고 음악도 좋더라. 같이 간 친구가 떠밀어서 슬램에 끼게 됐는데 뭐 곡이 험하지 않으니 슬램도 험하지 않아 버틸만했다.

실리카겔도 각잡고 들어본 건 처음인데 에너지가 넘치고 연주를 잘하더라. 역시 출신들이 다른지라,,,

락에 대한 볼멘소리를 많이 썼는데, 사실 락을 더 잘 즐기려면 낮 시간 대에 젊은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공연을 더 즐겼어야 했나 싶지만 사실 젊은 세대의 락들도 들어보면,, 다,,,,,, 그냥 말을 아끼자. 어차피 더워서 낮부터 놀수도 없다.

난 낮에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하거든^^ 토요일에 영종도에서 수영 때리고 펜타포트를 간거다.

행사장 근처에 불법주차 해놓은 내 차 바로 뒤의 회 노점상도 끝내주게 맛있다. 광어 3만원, 전어 1.5만원이었는데 양과 맛이 훌륭하다. 오픈 키친이라 그런지 도마 관리도 청결하게 하시더라.

화가 많나?

수영 강습을 받는 내내 짜증이 가득하다. 수영하는 도중에 레인에서 걸어다니는 아줌마, 끊기는 수영 흐름, 성의 없는 강사, 냄새나는 물, 아직도 초급에 있는 나 자신.

오늘 제일 짜증났던 건 사람 발로 차놓고 사과도 안 하는 아줌마다. 약간 늦게 강습에 도착해서 가장 후위에서 한 레인을 다 차지해서 연습하는 양팔 배영을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수영하는 동안 반대쪽에서는 출발하지 않는다는거다. 편안하게 양팔 배영을 하고 있는데 누가 발로 찬다. 선두에 있던 아줌마다. 내가 레인에 있는데 출발한 것도 짜증나는데 심지어 평영 중이었다. 보고 피할 수 있는거다. 난 발로 차여 짜증나서 레인에 서서 아줌마를 쳐다보려했지만 아줌마는 신경도 안 쓰고 평영하고 앉았다. 아득하다. 입에서 ‘야 사람을 발로 찼으면 사과를 해’라고 소리치려는걸 간신히 참는다,,,

이러한 이유로 요새 수영을 할 때 짜증이 솟구친다. 배우겠다고 와서 잡담이나 나누면서 레인을 가로막는 인간들,,, 가로막을거면 한쪽에 붙어 있을 것이지 시작점 벽면 가득 따개비처럼 달라붙은 인간들,,, 킥판 잡고 중급 레인에서 발차기 하는 인간들,,, 해파리처럼 수영하면서 남들의 반의 속도로 수영하며 주변 사람들 불편은 아랑곳 하지 않는 인간들,,, 내가 제정신이 아닌 인간인 건 알지만 저 사람들이 더 미친 것 같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사람들이 하고는 하는데 그것도 가스라이팅 아니냐. 나는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사람을 발로 찰 자신이 없다. 발로 차면 그게 기적이다. 만약 그런 기적이 일어나면 바로 사과할테고 말이다. 내가 사과를 안 한다? 그건 내일 지구가 종말하는 날이다. ‘그럴 수 있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럴 수 없다.

이렇게 짜증이 솟구치는걸 계속 참고 참다가 생각이 든다. 대략 20대 중반까지는 항상 이 마음 상태로 살았던 것 같다. 그땐 어떻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나 궁금하다,,, 적기 부끄러워서 그 시절 감정 상태는 못 적겠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정신없다는 핑계로 접영을 전혀 안 가르쳐주며 중급으로 안 보내주는 강사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실력이겠지. 혼자라도 접영 연습을 해서 중급으로 도망치던지 해야겠다. 너무 힘들다.

그래도 수영이 좋다. 일본 여행을 갔다왔었는데 억지로 시간 내서 일본 바다에서 수영하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와서 바로 공항 옆 해수욕장에서 3km 수영했을 정도니,,,

검은콩자반

아빠랑 마주보며 식사를 하는 식탁 위에 검은콩자반 있었다. 이 검은콩자반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화가 치솟는다.

평온한 목소리로 운을 띄운다. ‘내가 편식을 하는 편이 아니고, 심지어 야채를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이 검은콩자반은 진짜 맛이 없어서 못 먹겠네요. 이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어릴 때 아빠가 이거 먹으라고 맨날 소리치고 화내고 안 먹으면 비난했던거 생각하면 억울하네요.’

아빠도 내심 납득이 가는지 겸염쩍게 웃으며 말한다. ‘이 맛있는 걸 왜’

이 나이 먹고 생각해보면 정말 억울하다. 검은콩자반은 진짜 맛없다. 일단 단 음식을 평소에 먹지 않으며, 밥 먹을 때는 달달한 반찬에 입도 안 대고, 요리나 베이킹을 할 때 설탕을 적게 쓰는 내 입맛을 생각하면 저건 맛있을 수가 없는 반찬이다. 저 겉에 찐득한 물엿은 그 촉감도 별로고 맛도 별로다. 씹을 때는 간장과 물엿, 그리고 콩껍집의 짙은 향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탁하고 어두운 향이 나는데, 그 맛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어릴 때 검은콩자반이 식탁 위에 놓여있으면 괜히 몸이 움츠러들고 안 먹는다고 아빠가 화내면 내가 편식하는 나쁜 아이가 된 것 같고,,, 억울하다 억울해.

이제는 내 입맛이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어릴 때는 잘 설득할 방법이 있었을까?

모르겠다. 뭔 소리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했더라도 아빠의 감정은 격해졌을거고 난 위축됐을거다.

내 삶의 가치관에 많은 지분을 아버지의 교육이 차지하고 있기에 아빠의 격한 비난을 쉽게 넘어갈 수가 없다. 아무리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도 그 말들이 나를 키웠기에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나 자신이 사리분별, 가치판단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지만 아빠의 말들에는 그런 것들이 안 된다. 사실 대화를 하면 되지만,,, 아빠랑 대화가 잘 안 된다. 서글프게도 아빠는 대화를 못하는 편에 속하고, 나는 아빠한테 하도 당한게 많아서 아빠가 소리를 치면 큰소리로 되받아치고 있다,,,

사회에서는 쉬운데,,, 그냥 무시해도 되고,,, 다른 정치적 방법을 강구해도 되고,,,

검은콩자반을 보면 울적해진다.

그래도 오늘 밤 별똥별을 여러개 봐서 기분이 약간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