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호에 가서 수영을 했다.
발단은 이렇다. 토요일에 신안에 무슨 락페에 신타로 사카모토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급하게 신안을 가려다가,,, 이미 늦은 것을 깨닫고 포기하고, 그 여파로 욕구불만에 빠졌다. 후우우,,, 날도 좋은데,,, 뭐 없나? 불꽃축제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별 관심 없었기에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한강에서 수영하면서 불꽃축제를 보면 어떨까? 바로 친구한테 전화를 한다.
나: 한강에서 불꽃축제를 한다는데?
친구: 그게 왜? 니가 그런걸 왜 말 하는데. 사람 많은데 안 가잖아
나: 그건 그렇지. 들어봐. 한강에 몰래 들어가서 물 위에서 수영하면서 불꽃축제를 보는거야
친구: 그래서
나: 그러니 지금 당장 준비하자. 6시에 보는걸로 하고. 야 근데 한강 입장료(과태료)가 얼만지 확인해보자.
친구: 그래 일단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볼게
그 이후 세부 작당모의를 했다. 어디서 입수를 할 지? 어디서 볼 지? 통제 구간은 어딘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궁리를 하는데 대화를 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걸 깨닫는다. 둘 다 경찰에서 쫓겨나는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운이 좋아봐야 물에서 10분 버티다 쫓겨날게 보인다. 후우우,,,
일이 잘 안 풀리자 친구가 갑자기 파로호에 가자고 제안한다. 콜! 그렇게 파로호를 가게 됐다.
늦은 시간에 출발했다보니 10시에 가까운 시간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직전에 고라니인지 사슴을 칠 뻔 했는데,,, 급브레이크로 가까스로 멈춰서 박지는 않았다. 안 쳤으니 별 일 아니다.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니 별이 쏟아진다. 날이 맑고 달도 안 떴다. 아,,,
빠르게 짐을 풀고 바로 호수로 뛰어든다. 오리발만 끼고 배영을 하며 별을 바라본다. 아,,, 나는 우주를 유영하는 중이다. 그렇게 한시간 가까이 물 위를 별과 함께 떠다니며 우주 여행을 즐겼다. 별똥별도 많이 봤다. 아쉽게도 우주 여행 중에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해서 사진은 못 찍었다.

대신 나와서 한 컷
나와서 빠르게 술을 조지다가 잔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사실 굳이 먹어야하나 싶다. 그 시간에 우주 여행이나 더 할 껄 그랬나.

먹다가 친구는 자고 나는 브라이언 이노나 들으면서 몇 잔 더 걸치다가 잔다.

잘 때 쯤은 달이 떴는데 달이 무지 밝더라. (이땐 구름이 많았지만 우주 여행을 할 때는 정말 맑았다!)
술 먹고 눈을 뜨니 화사한 녹색 그리고 푸른색 광선들이 눈으로 쏟아진다.

일단 화천 시내를 들러 간단한 해장을 하고 커피를 사고 빵을 사고 인생 네컷을 찍고 돌아온다. 파로호로 돌아가는 길에 딴산 유원지에 잠시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 자전거, 달리기 하는 사람 등등 자연 속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파로호에 돌아와 수영을 하려는데 어떤 아저씨 한명과 아줌마 3명이 오더니 호수에 정박된 모터보트를 타고 나간다. 오,,, 여자 셋과 함께 보트 여행이라니,,, 좋구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수영을 즐긴다.


저번에 왔을 때랑은 완전 다르다. 수영이 편하다보니 이제 물이 무섭지 않다. 부이 끈을 놓고 온 친구를 버리고 혼자 저 멀리 떠다니며 수영한다. 큰 호수 가운데에서 산과 물을 보며 수영을 하는 것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너무 벅차고 감동이 커서 생각이 없어진다. 충만한 즐거움이 전신을 타고 흐르니 물이 차갑지도 않다.
파로호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오랑캐를 대파한 호수라는 뜻이다. 한국 전쟁 때 이 호수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고 많은 중공군이 죽었다고 한다. 호수에 바닥에 많은 중국인 시체가 수장되었다고 한다.
파로호는 댐에 의해 생긴 호수이다보니 수심이 매우 깊었는데 아마 내가 수영한 곳 중에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일 듯하다. 빠져죽을까봐 무섭지는 않았지만 자유형을 하며 물 아래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심해(?)는 어둑어둑한 긴장감을 준다. 침잠해있는 어둠을 마주하기는 두려웠지만 그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느끼는 긴장감은 수영을 짜릿하게 한다. 깊은 물 속이 궁금해서 다이빙도 시도해봤지만 부이를 달고 있어서 그렇게 깊게 가지는 못했다. 사실 무서워서 못 간 거 아닐까?
그렇게 2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시마이친다. 물론 파로호에서 철수하는거지 수영을 시마이 치는건 아니다. 북한강에서도 수영을 해야만한다!
화천 시내 바로 옆에 북한강이 흐른다. 강변 도로를 따라가며 수영을 하기 적합한 위치를 탐색하는데 붕어섬이라는 곳이 보인다. 수영하기 좋아보이기에 바로 차를 붕어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수영한다.

강이지만 물살이 쌔지 않아 수영하기 좋다. 강 건너편까지 한번 갔다왔는데 수영도 잘 되고 기분이 좋아 한번 더 왕복한다. 하루 사이 수영이 더 늘은 느낌이 든다. 수영은 안 두려운데 강에 보트가 다녀서 치일까봐 무섭더라,,, 호루라기 사야겠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화천 붕어섬은 시내에서 차로 1분 거리다,,, 붕어섬 안에는 한적한 테니스장도 있고 카약 대여소도 있다. 자전거, 오토바이, 보트, 수영, 카약, 달리기, 캠핑, 테니스,,, 화천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처럼 느긋한 국도다. 가는 길에 우락부락한 오토바이 수십대가 잔뜩 서있는 열무국수 집이 있길래 가봤는데 한 그릇 6000원에 맛있고 풍경도 좋다. 식사를 기다리며 앞에 서있는 오토바이들도 구경하는데 오토바이의 엔진들이 무지막지하다,,,


서울 거의 다와서는 잠시 구리의 카페에 가서 커피도 때렸다. 옥상 자리에서 보는 하늘이 예쁘다.


그리고 집 돌아와서 간단하게 생맥과 노가리 그리고 시샤모를 조졌다. 나중에 보니 생맥을 인당 6잔 마셨더라.


종종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고는 한다. 참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다,,,
일단 음악은 정말 말하기 어렵다,,, 비틀즈를 말하자니 너무 당연한거라 정보 전달의 가치가 없다. 질문에는 나의 취향을 알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건데 거기에 대고 ‘비틀즈요!’라고 하면 알 수 있는게 없지 않은가,,, 너무 당연하니까.
수많은 음악가들이 떠오른다.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음악가들,,, 다 주절대기에는 너무 많다. 물론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대며 대화를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지만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형식의 질문에 상응하는 간결한 대답이 좋지 않은가.
벌써부터 말이 많다.
예전에 썼던 글에 적은 말이 맞는 듯하다.
My Bloody Valentine, Cocteau Twins, Stereolab
‘평생 3개의 앨범만 들을 수 있다면 뭐?’ 같은 질문을 친구한테 받았는데 떠오르는건 위 세 그룹이다. 요새 듣는 음악이 대부분 전자음악, 테크노 류이지만 막상 다급한 상황에서 찾는 근본은 이런 것들이다.
따지고 들면 피곤하니,,, 좋아하는 음악을 꼽는건 최대한 피하도록 하자.
그러면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일단 기분이 안 좋다. 난 영화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시네필 아닌데,,,
여러 후보들이 생각난다. ‘공각기동대’, ‘파이트클럽’, ‘중경삼림’,,, 영화 목록을 쭉 정리하다가 생각이 든다,,, 명색의 힙스터인데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데이빗 린치 영화를 말해야하는거 아냐? 시발,,,
뇌가 썩을 대로 썩은거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이딴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는거다.
영화에 대한 말들은 너무 지저분하다. 컷이 어떻니, 상징이니 주제의식이니,,, 지루하고 현학적이다. 그리고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심장을 멈추게 하는 말들이 너무 많다.
오염된 정신을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한다. 내 심장을 뛰게하는 영화는 뭐지.
록키 호러 픽쳐쇼
이번에 배우 팀 커리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록키 호러 픽쳐쇼를 다시 봤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주절주절대며 좋아하는 이유를 언어화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어렵다.
이 영화는 그냥 심장이 뛴다. 처음 붉은 립을 바른 입술이 Science Fiction을 부를 때부터 온 몸이 간질간질하다. 영화를 보며 미친듯이 따라부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활짝 벌린 입은 노래를 따라부를 때만 닫기고 몸은 춤추기 바쁘다.
Dr. Frank-N-Furter는 너무나도 섹시하다.
영화는 Kinky한 문화와 세상만을 그리는 척하지만 열정적인 음악 밑에는 외로움, 삶의 유한함, 정상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깔려있다. 그 음울감이 심장을 울린다.
The darkess must go down the river of nights dreaming
Flow morphia slow, let the sun and light come streaming
Into my life, into my life
괴기스러워 보이는 집사가 이 부분을 부를 때 그의 우울과 생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참고로 영상 속에 이 노래를 부르는 배우는 Rocky Horror Picture Show 뮤지컬을 만든 사람이다. 모든 곡을 본인이 작업했으며, 원래 배우였기에 직접 연기를 하며 부르는거다.
모든 곡들이 뜨겁다. 모든 곡에 대한 코멘트를 쓰지는 않겠다. 이 영화를 안 봤다면 한번 보도록 하자.
영화를 실제로 보면 엉성하기 그지 없다. 컨셉 자체가 B급 + SF영화이기에 스토리가 정신없으며 더빙 및 촬영 퀄리티도 들쭉날쭉하다. 특히 사운드 믹싱이 개판이라 영화를 보다가 짜증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만 보면 몸이 뜨거워져서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다. 즐겁다. 그냥 즐겁다. 어떤 현학적인 주절거림이 필요없다. 마치 음악과 같이 직관적이다. (뮤지컬이니까,,,?)
Rocky Horror Picture Show를 다시보니 내가 뭘 좋아하고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지루하고 현학적인 사람 같지만 난 꽤나 직관적으로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시각 예술에 비해 음악은 직관적이다. 미술, 영화와 같은 시각 예술은 시각적 경험과 훈련 없이 즐기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음악의 정서는 그 어떠한 배경이 없어도 청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농담처럼 말하는 ‘고학력 음악’까지도 말이다.
이걸 깨닫고 보니 한동안 뇌가 오염됐구나 생각든다. 데이빗 린치는 뭔 데이빗 린치야! 난 내 심장을 바로 뜨겁게 하는 것들이 좋다. 물론 데이빗 린치는 좋다^^
이번 할로윈에는 Dr.Frank-N-Furter 코스플레이나 할까,,,

꿈에 그리던 첫 한강 수영을 했다.
블로그 글 몇번 읽어봤으면 술 쳐먹고 한강에 들어간 게 한두번이 아닌 것을 알 것이다. 해서는 안 될 짓인데,,, 술로 뜨거워진 몸과 머리를 식힐 방법은 한강에 뛰어드는 것 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한강만 보면 달려들고 싶은데 술 먹으면 그 욕망을 참지 못해서 뛰어든거다.
먼저 친구와 남대문에 간단한 수영용품을 사러간다. 가기 전에 진주회관에 들렀으나,,, 정오에 이미 2시까지 대기 인원이 있다길래 포기하고 시장 안에 식당에서 열무 비빔밥을 한 그릇 한다.

열무비빔밥은 언제나 맛있다. 옆 테이블의 일본이 커플이 비빔밥 비빔밥 뭐라고 하길래 ‘한 숟갈 하실래요’ 하니 극구 사양한다.
밥을 먹고 남도사에 도착하니 줄이 있다,,, 기다려야지

15분 정도 기다린 후 매장에 들어가서 친구가 쓸 용품 몇개를 사고 잠실대교로 출발! 차가 그렇게 막히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듣기로는 잠실대교 옆에 수없이 많은 수영인들이 수영을 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이 안 보인다,,, 흠,,, 심지어 출입로는 철문으로 닫겨 있다,,, 흠,,, 그래도 강변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녹색 부이를 달고 수영하는 사람이 한 명 보인다. 모르겠고 일단 수영할 채비를 해야겠다. 먼저 강에 다가가서 물에 손 넣고 수온을 확인해보니 시원하지 않다. 웻슈트 개시는 글렀고 그냥 수영복만 입자.
차에 돌아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여러 채비를 하고 보니 아까 우리가 서있던 입수 위치에 해경 배가 있다. 흠,,, 뭐지 싶지만 수영복을 입고 근처로 가본다. 아까 봤던 녹색 부이의 어르신이 나와서 해경과 이야기 중이고 우리가 채비할 사이에 입수한 다른 분도 물 밖으로 나오는 중이다.
어? 수영 안 되나? 된다더만???
해경과 열심히 떠들고 있는 녹색 부이 어르신 가까이로 다가가 대화를 옆 듣는다. 어르신은 해경들한테 화를 풀고 계셨다. ‘최근 여기서 익사 사고 발생했을 때도 내가 여기 있었어!’, ‘그 사람이 오리발도 차고 안전부이도 하고 있었단 말야!’,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아닌데 죽었어! 왠 줄 알아?’, ‘수자원공사가 수문을 갑자기 열어버려서 그렇다고’, ‘지들이 자는 시간에는 수문을 닫은 채 방치해두다가 사람들 수영하는거 뻔히 알면서 수문을 열은거라니까?’, ‘걔들이 살인마야!’.
약간 억지스럽지만,,, 어르신의 수영에 대한 열정은 느껴진다. 해경들도 공무원 특유의 ‘아아 네~ 어르신’ 스탠스로 듣다 질려서 도망친다.
나는 어르신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여쭙는다. ‘수영하지 말라고 합니까?’. 어르신은 큰소리로 외치신다. ‘무슨 소리야. 법적으로 우릴 막을 권리가 없어!’, ‘누가 신고해서 해경도 어쩔 수 없이 온거야! 우리보고 나가라고는 안 해!’. 그렇다. 어르신은 최근에 한강 익사 사고와 언론에 관심이 두려우신거다. 그는 한강에서 계속 수영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말해주시길 주에 4번은 한강에 와서 수영을 하신다고 한다,,, 아까의 역정은,,, 그의 열정이었다.
심지어 녹색 부이 어르신은 ‘오늘 물살이 쌔니 더 재미있을거야! 너울 칠 때 수영을 하면 온몸에 도파민이 싹 돌거든!’이라고 말씀하신다. 그의,,, 나사 풀린 말에 정신이 아득하지만 계속 들어본다. ‘한강 수영 해봤지? (네!) 저기 수문만 조심하고 물살이 쌔니 오리발 꼭 끼고!’, ‘자네들이 갔다가 돌아올 때쯤에 비가 온다는데 잘 됐어! 비가 오면 물살이 쌔서 수영이 짜릿해지거든!’. 이 말을 할 때 어르신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있다.
어르신이 미친 소리를 하는 걸 알고있지만,,, 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이 어르신,,,, 왜인지 닮았다,,, 나랑,,, 내가 친구들에게 신나서 떠들 때 친구들이 내 눈에 맺힌 광기가 무섭다고 토로하는데 이제야 그 눈빛이 무슨 눈빛인 지 알게됐다,,, 녹색 부이 어르신의 미래의 나다.
해경이 갈 때까지 어르신이라 떠든다. 해경이 우릴 막을 권리는 없지만 서로 간의 존중이랄까? 눈 앞에 뻔히 있는데 수영하는건 서로 민망하니 잠시 기다리며 해경에게 예의를 차린다. 5분 정도 있다가 해경 배가 떠났고 우린 녹색 부이 어르신에게 작별을 고한 후 바로 입수하러 한강으로 향한다.
먼저 철문을 담 넘듯이 넘고 물가로 가는데 물가에,,,, 족히 8키로는 넘어보이는 물고기 시체가 넘부러져 있다. 무슨 민어 같은 종류의 물고기였는데 냄새가 지독해서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빠르게 수경, 수모, 안전부이, 숏핀을 차고 입수한다.
배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라 갑자기 깊어지지 않았고 수온은 맨몸으로 수영하기 딱 적당했다. 문제는 물살이 생각보다 쌨다. 수영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편하게 수영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었다. 모르겠고 일단 출발하자.
첫 출발은 상쾌하다. 이번 여름에 바다에서 수영을 엄청 많이 해서 그런지 한강에서의 수영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너울거리는 물살이 호흡을 하는 얼굴에 들이닥칠 때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해변의 파도와는 다르다. 해변 파도는 비교적으로 규칙적 간격으로 정해진 방향에서만 오는 반면, 너울거리는 한강은 매우 불규칙하게 일렁인다. 이게 심장을 뜨겁게한다. 나도 그 어르신처럼 도파민이 돌고 있다.
같이 온 친구가 처음에 적응을 못하고 주춤했지만 이내 적응하고 같이 신나게 수영한다. 강 건너편까지 수영을 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길다. 그래도 즐겁게 수영하다보니 어느새 강 건너편 근처에 도달한다.
원래는 강 건너편 모래톱에 잠시 서서 쉬려고 했으나 이쪽 강변에는 그 말 많고 탈 많은 수문이 있어서 물살이 쌔다. 최대한 수문에서 먼 강변으로 접근해보려고 했으나 물살이 쌔서 진입이 안 된다. 더 하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 수월하지 못했다. 일단 물살이 쌘 수문 구역을 빠져나가는게 쉽지 않다. 간신히 수문 구역을 빠져나가니 힘이 빠져서 몸이 쳐진다,,, 아까 쌩쌩할 때는 잠시 쉴 때도 발동작을 하며 입영 자세로 쉬었지만,,, 힘이 빠지니 그냥 부이에 매달린다,,, 심지어 부이에 몸을 맡긴 채로 발동작을 했지만 종착지는 멀기만 하다. 어쩌겠는데 가라앉는 몸을 억지로 띄어야지. 살아돌아가야지.
사실 수문 구역 빼고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못 했다. 돌아갈 때 힘들기는 했지만 쉬면서 수영하니 하니 아까 못 봤던 경치도 볼 수 있다. 한강 한복판에서 서울을 둘러보며 둥둥 떠다니 서울이 정말 역동적으로 보인다. 이 도시,,, 짜릿한 레져 도시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수영해서 종착지에 돌아왔다. 성공에 기쁨 같은 건 안 느껴진다. 입수 전에도 그렇게 두렵지 않았고, 수영도 비교적 수월했다보니 성공의 성취감이 없었던거다. 그 대신 짜릿한 즐거움이 전신에 남아있다. 그냥 즐겁다. 너무나도 즐겁다.
수영을 마치고 간이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석양을 보며 치맥을 조진다.

행복하다.


기록을 확인해보니 수문 구역에서 너무 헤매긴 했다. 전방을 보며 자유형을 하는 것이 어색해서 경로도 삐뚤빼뚤하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아니 즐겁다.
녹색 부이 아저씨는 35분만에 왕복을 했다는데 그 기록이 대단하고 느껴지는 동시에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산꼭대기를 바라보고 살다보면 결국 산 꼭대기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저번에 펜타포트 관련 글 쓰다가 떠오른 문장이 계속 생각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음악과 자유’
그때도 썼지만,,, 더운 주말에 돈 내고 공연을 보는게 자유랑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자유라는게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랑 관계없다. 그저 자유를 호소하는,,, 동호인 모임이랄까?
원래 락페스티벌이 자유의 상징이었던 이유는 아마 우드스탁 페스티벌 때문일 것이다. 1969년에 온갖 히피들이 모여서 자유, 평화, 사랑을 외쳤던 음악 축제 말이다. 뭐 그 축제가 진짜 자유랑 관계 있는가는 따지지 않더라도 지금의 락페스티벌이 도대체 자유랑 무슨 관계인가.
언어는 언어를 마구잡이로 쓰면 언어가 흐려진다. 자유가 무슨 뜻인지 이제 정말 모르겠다. 이런 단어가 한두개인가? 애국, 공정, 행복 등등,,, 사실 일상에 보이는 모든 단어들이 이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운전하는데 바로 뒤에 따라오는 마이바흐를 보며 생각이 든다. 마이바흐는 안 예쁘다. 메르세데스의 가장 최상위 럭셔리 카이지만,,, S클라스와 같은 외형과 차대를 공유하고 있는게 영 별로다. 당연 메르세데스가 마이바흐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수직의 크롬 그릴을 강하게 쓰지만 이게 더 매력을 떨어트린다. 일단 S 클라스 자체가 디자인 완성도가 높은 차이다보니 강한 크롬 그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보인다. 그리고 디자인적으로 내세울게 없을 때 쓰는 헤리티지 전략이 영 탐탁치 않다.
무슨 소리냐하면 원래 크롬이라는게 1920년대 상업적으로 생산되었을 때만해도 꽤나 비싼 소재였기에 오직 럭셔리 자동차만이 쓸 수 있는 소재였다. 아직 크롬 기술의 성숙도가 높지 않았고 대량 생산 설비도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 크롬이라는게 멋지기도 뒤지게 멋지다. 기존에 니켈 도색에 훨씬 색이 쨍하고 번쩍번쩍 하면서도 변색, 부식이 적어 광택이 오래갔다. 한번 그 시절에 다들 누리끼리하고 변색이 된 니켈 도금을 쓸 때 아래와 같이 번쩍이는 크롬 도금의 자동차를 눈으로 본다고 상상해보라. 심장이 떨리지 않는가?

이후 크롬 도금의 생산 단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지만 크롬의 도금은 1960년대까지 럭셔리의 상징이었으며 그 헤리티지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문제는 공학 발전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헤리티지는 진부해지기 쉽다. 아까 말했듯 크롬이 비싸고 희소했을 때는 크롬 소재의 화려하고 차별화된 외관만 봐도 차에 비싼 첨단 기술이 들어갔다는 것을 공학을 몰라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크롬 생산 단가가 싸지면서 럭셔리 뿐만 아니라 대중차에까지 크롬이 흔히 쓰이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크롬은 차별화된 인상을 주지 못했고 그 전에 가졌던 럭셔리한 이미지도 많이 퇴색되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이거다. 산업 디자인은 순수 미술/디자인, 패션 디자인처럼 단순히 조형적, 미적 아름다움만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단가, 기술력 등 다양한 공학적 측면이 강조된다. 최신의, 첨단의 제품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기술력이나 비용적으로 과하지만 차별화된 모습을 외적으로 드러내야한다는거다.
예를들어 가장 최근에 공개한 제네시스 GV90의 코치도어를 보라.

양쪽으로 열리는 코치도어는 롤스로이스 등의 고급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중간에 B필러(기둥)가 없는 차는 인생에서 본 적이 없을 것이다. B필러 없이 양쪽으로 도어가 활짝 열리니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시원한 개방감이 한눈에 봐도 매력적이고 특징적이다.
왜 그 전에는 이런게 없었을까? 안 만든걸까? 아니 못 만든거다. 차체 측면의 B필러의 차의 강성 및 안전에 필수적이다.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옆에서 차가 박았을 때 저 B필러가 없으면 차가 쉽게 찌그러져 탑승자를 보호할 수 없다. 말고도 여러 이유들 때문에 B필러가 필수적이기에 모두들 B필러 없는 차를 상상만 했지 만들지는 못 했다.
(i3, rx-8 등 몇몇 B필러가 없는 차량있었지만 GV90과 같은 독립 개폐형은 아니다)
GV90은 그러면 안전(차체 강성)은 포기했는걸까? 아니다. GV90은 일단 전기차이기에 차체 하부에 강성이 좋은 배터리팩이 B필러의 담당하던 강성의 일부를 맡는다. 그리고 B필러의 구조를 도어 안쪽에 옮기고 천장 밑 하부에 초고강도의 철판을 덧대어 강성을 보강했다. 그리고 (1.8GPa의) 초고강도 철판은 2022년에 현대제철에서 세계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기술이다. 이 같은 기술 덕에 차체 강성은 B필러가 없을 때에 비해 올라갔으며 프레임의 무게 또한 기존 철팔 대비 가벼워졌다.
어째 느껴지지 않는가? 정확히는 몰라도 B필러가 없는게 무지막지한 기술력의 과시라는 것이?
나도 이쪽은 잘 모르는 편이라 온전히 모르는 내용이 많은 편이지만 GV90의 B필러가 없는 코치도어는,,, 현대차의 기술력에 경외감을 느끼게한다. 그리고 공학도가 아닌 사람들도 은연 중에 GV90의 기술력이 경쟁사에 비해 매우 앞서있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이게 바로 산업 디자인의 묘미다. 자동차 디자인은 단지 형태가 예쁜게 아니라 외형에서 차별화된 첨단의 기술이 느껴질 때 그 제품의 디자인 완성도가 올라간다.
다시 마이바흐로 돌아와보자. 그들의 거대한 크롬 그릴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저 S 클라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크롬의 헤리티지를 이용하는 모습은 그저 뱃지만 바꾼 차라는 숨기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일 뿐이다.

특히 전기 마이바흐(Maybach EQS SUV)는 내연기관차처럼 전면에 그릴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거대한 크롬 그릴을 내세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다. 사라진 기능에 형태만 남은 장식이다.
마이바흐가 S 클라스에 크롬만 더 덧대고 뱃지만 바꾼 차인 것만은 아니다. 마이바흐의 에어매틱 서스펜션의 우월한 승차감, 뒷좌석의 고급 리클라이닝 시트, 소음 방음 대책 등은 분명 S 클라스에 비해 월등한 지점들이지만,,,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S 클라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럭셔리카의 외형 디자인으로서는 디자인 실패다.
산업 디자인이라는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한 모방 불가능성이 중요하다. 전세계 수많은 회사들이 셀 수 없 이 많은 제품을 만들고 경쟁사의 디자인을 따라하는 이 시대에 모방 불가능한 디자인의 제품은 그 자체로 독보적이며 소비자들도 그 형태에서 직관적으로 제품의 기술력을 느낄 수 있다. 마이바흐의 외형은 메르세데스 S450을 사고 뱃지와 그릴을 바꾸면 모방할 수 있지만 GV90의 B필러 없는 코치도어는 모방이 불가능하다. 이 모방 불가능한 디자인이 차별성을 만들고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논외로 BMW가 Alpina를 인수하고 새롭게 발표한 Alpina 럭셔리 라인이 훨씬 더 경쟁력 있는 디자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