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02 플레이리스트

https://open.spotify.com/playlist/7BhfbfBGsWpOm58o7ruGNc?si=e5195dc160c14563

2월 플레이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요청이 있어서 만드는 플레이리스트! (사실 저번주까지 개같이 바빴다)

바빴다보니 음악을 많이 듣지도 않았고 그 사이에 있었던 이런저런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나 한다. 이번에는 추천도 많다.

Love Is Everywhere - Pharaoh Sanders

친구랑 저번 주말에 술을 먹는다. 친구 집에 가기도 전에 친구가 걱정하길 ‘너랑 마시면 또 끝까지 마시잖아’. 나의 대답은 ‘아냐 가볍게 마시자!’. 하지만 해가 뜰 때까지 마신다. 술을 그렇게 열심히 마시지는 않고 떠들고 놀았다. 그 긴 시간을 떠들면서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벼운 일상 이야기, 다음날 해장과 산책 계획, 가족 이야기, 이런 저런 사회 문제, 심지어는 정치 이야기까지!(우리의 정치 성향은 정반대이다). 그 모든 대화와 술이 끝날 때쯤 이 노래를 별 생각 없이 틀었을 때 깨닫게 된다. 우리의 대화는 사랑이 가득 찼구나. 나, 가족, 친구, 사회, 세상, 미래 등등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거구나! 사랑하기에 떠들고, 사랑하기에 보기 싫고, 사랑하기에 원망하고, 사랑하기에 응원하고, 사랑하기에 두렵고, 사랑하기에 모른 척해주고, 사랑하기에 사랑하구나. 그리고 우리 둘도 사랑하기에 정치 이야기 가지고도 싸우지 못하는구나(친구와 로맨틱한 사랑이 아니다).

Bach Ze - The High Llamas

난 오늘 날씨가 좋았다! 미세먼지는 많았다지만 햇살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이 노래가 생각나서 틀었구 날씨랑 정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앨범 통짜로 좋다.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친숙한가? Stereolab이다.

Dusk - Alice Phoebe Lou

어느 주말 낮에 엘리스 피비 루의 이 노래를 듣다가 하이 라마스가 떠올랐었다. 그래서 오늘 생각이 났나보다.

Souvlaki Space Station - Slowdive

친구가 무지 예쁜 기타를 줬다(장기 임대라고는 하나,,,). 기타를 잡고 그냥 조져본다. 이런 저런 소리를 내보고 또 이펙트 걸어가면서 소리를 만들어본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One Note Samba 같은거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매우 놀라곤 한다. 어마어마한 질량감을 가진 소리의 파도가 온 방향에서 미친듯이 내 몸을 휩쓸면서 저 너머의 어떤 세계로 날 데려간다. 놀라는건 사실 이 포인트가 아니다. 이 곡에 비해 더 사운드가 모호하게 들릴 수 있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곡들을 들으면 완전한 계산이 느껴지는데, 이 곡의 경우 계산 보다는 그냥 때린 느낌이다. 느낌에 따라.

놀라운 사실! 7월에 본다.

Is This It - The Strokes

수블라키를 연습하면서 다음 곡으로 뭘 칠까 생각하자마자 바로 떠오른 곡이다. 굳이 이 노래를 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가. 이 노래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가.

놀라운 사실! 7월에 본다

翼をください - The Red Birds

친구가 앨범의 다른 트랙을 추천해줘서 듣다가 이 곡의 재생 횟수가 많길래 들어봤는데 첫 피아노 한마디만에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모른다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을 보시길!

Electric Counterpoint: I. Fast - Steve Reich, Pat Metheny

친구랑 시골길, 바닷길을 드라이브 하면서 이 곡을 들었다. 그때 친구가 말하길 나랑 같이 있으면 영감을 받지는 않는데 나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딴 친구한테 이야기하니 그대로 공감하더라.

Little Fluffy Clouds - The Orb

정말 아름다운 곡이다. 듣고 듣고 또 듣는다. 그리도 또 듣고 듣는다. 갑자기 이 노래는 왜? 바로 위 스티브 라이히 곡을 샘플링 했다. 

God Save The Queen - Sex Pistols

Firestarter - The Prodigy

2002년 그리스 올림픽의 비요크 공연을 보다가 런던 올림픽 개막, 폐막식 영상을 또 봤다. 여러 노래들이 흘러나왔고 명예 영국인답게 중간 중간 눈물이 찔금찔금 날 것 같았다. 웃기게도 영국 여왕이 등장하기 좀 앞서서 섹스 피스톨즈의 저 노래가 흘러나왔다. 또 중간중간에 레이브 시절 노래가 흘러나온다. 체제가 펑크 정신을 흡수해버린걸까? 내가 느끼기에 영국은 기본적으로 펑크 정신이 가득한 것 같다.  

개막, 폐막식에는 정말 미친듯이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의 영국이 창조한 장르이고 사운드이다. 나야 문화권에서 동떨어져 음악이 좋아서 듣는 노래지만 영국의 대중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젊을 적 춤추고 즐기던 노래들이다. 자신들의 문화가 잉태한 사운드이고, 자기세대의 빛나는 별들이다. 

열맞춰! - H.O.T.

우리는 어떨까? 90년대 K-Pop, 서태지, K-발라드 같은게 떠오른다. 그러면 지금 세대는?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우리의 세대의 자랑인 노래는 뭘까?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열맞춰를 틀어달라고 한다. 친구가 말하길 이때의 K-Pop은 저항 정신이 가득 찼다고 말한다. 지금의 K-Pop을 듣는 우리에게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이다.

그대는 이미 나 - 산울림

왜 내가 산울림 이야기 안 하나 했는가? 따로 이야기하려고.

산울림은 시대의 자랑이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소리!

친구가 넌 음악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묻는다. 난 우리 세대의 산울림이 되고 싶어!라고 하니 친구가 아찔해한다.

이 노래는 장장 18분 30초짜리 곡인데 그냥 듣자. 듣고 감이 안 오면 또 듣자. 

Summer Haze - Deepchord Presents: Echospace

2월 초에 버트에 외국인 디제이가 온다길래 간 적이 있었는데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냥 도중에 나와서 어디 산에 별이나 보러 갔다. 가는 길 강변북로에서 정화하고자 하는 마음에 제일 좋아하는 테크노를 튼다. 별 감흥이 없다. 항상 마음이 불안이 가득할 때 테크노를 들었다. 어떤 때는 그냥 대가리 흔들며 불안을 쫒아내기도 했고, 어떤 때는 덥 엠비언트를 들으며 불안을 잠재우기도 했다. 불안이 없어져서 아무 느낌이 없는걸까?

하지만 플레이리스트 만들면서 다시 들으니 역시 좋다. 

Deep in It - St Germain

친구가 바에서 술 마시자고 불렀는데 친구가 보내준 사진에 생제르망 리큐어가 있길래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들었다. 바에 가서 그냥 적당히 추천 받은 칵테일을 먹는데 바텐더가 이런 저런 맛 설명을 해주며 엘더 플라워 향 이야기를 한다. 술은 잘 모르지만 생제르망이 엘더플라워랑 관련됐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서 바텐더한테 물어보니 엘더플라워랑 생제르망이랑 관계가 없단다. 그리고 며칠 뒤 밤새 일하면서 생제르망을 듣다가 생각나서 위키를 찾아보니,,,, 생제르망은 엘더플라워 리큐어란다,,, 

이 노래는 들으며 우리나라에는 왜 다운템포가 없나 고민한다(굳이 다운템포가 아니라 다른 장르 구분할 수 있겠지만 토달지말자!). 사실 다운템포만큼 현대적인 이지리스닝 장르가 어디있는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한국의 다운템포 곡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Love Is A Song - DJ Soulscape

친구랑 같이 주말 한낮에 숙취를 느끼며 소파에서 구르다가 떠올라버렸다. 한국의 다운템포!(다시 말하지만 장르에 토달지말자)

소울스켑 형의 노래를 들으면 항상 그 패기가 느껴진다. 세기말과 새천년의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도전정신.

God Is a Circle - Yves Tumor

이브 투모의 신보가 나왔다! 물론 이 곡은 싱글로 이미 나왔던 곡이지만. 열심히 듣자.

The Lamb - John Tavener

저번 주에 바쁜 일이 끝나고 연구실 동료들을 집에 불러 파티를 벌인다. 당연하게도 손님에게 음악 재생권은 없다. 다들 내가 트는 노래 그러려니 하는데 어쩌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의 이 곡이 나와버린다. 그때 후배가 정말 혐오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런 노래도 술자리에서 들어야하냐고 짜증낸다,,, 나도 이런 노래 틀 생각은 없었는데,,, 

Medieval Overture - Return To Forever

그래서 바로 이 곡을 틀어줬다! 탐탁치 않지만 그 전 곡에 비하면야,,, 하는 표정으로 후배는 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칙 코리아 아저씨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년전이다,,,,

https://youtu.be/mQesAxySfVg

☆ - Boredoms 

99년도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만들었을까? 정말 알 수가 없다.

https://youtu.be/4KobmJwjLhc

MARCHROMT30a Edit 2B 96 - Aphex Twin

댓글에 모두가 **‘7\’**를 적어놓았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순간이다. 모두 에이펙스 트윈 듣고 마음이 따듯해지시길

https://youtu.be/xx_WwAHKBnI

渋さ知らズ - 渋星 

플레이리스트 마지막은 그냥 추천이자 소망이다. 후지 락페에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