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pen.spotify.com/playlist/1UWgmFdJygw63BTf88BsHk?si=47f117e6216b4e19
저번 이후로 짧은 기간에 대한 플레이리스트
Lips Like Sugar - Echo & the Bunnymen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존재를 보려고 친구집에 놀러간다. 망할 친구는 환영해주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존재는 반겨준다. 후추는 너무 귀엽다,,, 개를 키운 적도 없고 사실 무서워하지만 그래도 옆에 있으면 매우 좋다!
친구가 프랑스에 곧 갈 친구가 갑자기 미국 워싱턴에 간단다. 어떤 남자를 만나러 가는 거라길래 사랑을 찾으러 가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분명 러브와 관련되어 있는데 사랑을 찾아 떠나는 사랑꾼의 광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정을 들어보니 넷상으로 어찌저찌 알게된 미국인 남자애가 자신에게 매우 빠졌고 그 남자가 뱅기표까지 다 사주면서 자신을 보고 싶어한단다. 아니 보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그 남자는 이미 결혼이고 자식이고 노년이고 다 고민했단다. 은퇴 후 이야기까지 내 친구한테 이야기 했으니 말 다했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다 적기에는 힘빠지니 그냥 내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 뿐이다. 틴더 러브 스캠! 근데 친구가 틴더가 아니라고 하니 오멩글,,? 러브 스캠,,,? 뭐 그것도 아니라고 하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기 같았다. 남자가 의사이고 돈도 잘 벌고 잘 생겼단다(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아서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근데 생각해보면 내 친구는 뜯어먹을게 없다,,, 그럼 왜 갑자기 넷상의 동양 칭챙총한테 빠졌을까?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해가 안 가니 그냥 옐로우 칭챙총 아내가 차이니스 누들을 만들어주는거에 대한 환상이 있는게 아닐까하고 친구를 놀려먹기는 하지만 이해가 안 간다. 친구의 말로는 찐따라고 한다. 트루 찐따. 그러니 이런 넷상 일방적 구애 및 연애를 하는거라고 생각한단다. 영 이해는 안 간다. 친구한테 넌 마음에 드냐고 하니 친구도 상황이 잘 이해는 안 가고 믿음이 안 가지만 그 남자애 자체는 마음에 든단다.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다. 흔히들 말하는 너드남의 완성형이다. 난 영 찝찝한 마음으로 그러냐 저러냐 하면서 고민을 한다.
친구가 그 남자애한테 마음을 열어준 계기가 음악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 남자애가 자신에게 보내준 노래를 틀어준다. 이 에코 앤 더 버니먼이 그 노래다. 듣자마자 그 찐의 감성이 전해져온다. 직전까지 의심 밖에 없었지만 이제 모든게 납득이 간다. 친구가 그 다음곡 그 다음곡을 계속 틀어주니 의심을 사라지고 찐따만 남는다. 친구에게 잘 다녀오라고 말하며 멋진 사랑을 찾길 기원한다고 말해준다♥️
음악 취향이라는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이런 틴더 러브 스캠 같은 것도 사랑으로 치환시켜버리다니. 내 음악 취향에선 어떤게 전해질까?
아래는 친구가 즉석에서 만들어준 저녁과 후식. 저 빵 옆에 가지 뭐시기가 그리스인가 어딘가 지중해쯤 되는 나라의 하쿠나 마타타 비슷한 이름의 친구가 직접 만든 음식인데 매우 맛있었다.
People - Chico Hamilton
친구 스포티파이에서 흘러나오는데 4마디 만에 반해버린 곡. 치코 해밀턴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걸 보니 치코 해밀턴의 노래를 많이 들어보지는 않았나보다.
기억을 걷는 시간 - NELL
친구랑 월미도에 즉흥 드라이브를 뛰었다. 월미도는 정말 멋졌다. 시간이 2000년 대에 멈춘 것 같은 그 낡아빠진 지저분함이 매력적이었다. 바닷가 산책로를 걷다보면 미친듯이 번쩍이는 술집도 소란스러운 짜세 낮은 튜닝카 보이고 바닷가에서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폭죽놀이도 보이고 그 유명한 월미도 바이킹도 보인다. 그러다 ‘돈까스 ・ 스파게티 원두커피 ・ 맥주 ・ 음료’라고 적혀있는 카페에서 파르페도 먹는다.
그러고 다시 바닷가를 걷는데 해변 공간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이 노래를 부른다. 별로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다. 그 버스킹 무리를 지나 해변을 걷는데 또다른 케이-발라드가 들린다. 옆에서 터져나가는 폭죽의 매연 향이 가볍게 난다. 눈 앞에는 팬시하다고 말하기 힘든 바닷가의 모습과 K-팬톤 파레트. 찰나의 순간 잊고 있던 이미지가 온 몸을 덮는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혔지만 어느 순간 깡그리 무시하고 잊고 있던 이미지.
어릴 적에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식당이 많지 않았다. 심부름을 나가면 아파트 단지의 오래된 상가 안 슈퍼에서 야채나 우유를 사고 옆 동에 살 것 같은 아줌마나 아저씨한테 계산을 했다. 학교 앞 문구점도 마찬가지고 가족들이 자주 가는 고기집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마을에 사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일부의 가게에는 내 또래의 애들도 가게를 지키고 있었고 또 그 중 일부는 내 친구네 부모님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어릴 적 그런 공간에 들어설 때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 공간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너무나 약하다. 나는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는 공간이지만 마치 남의 집 안방에 방문하는 느낌이 들어 거북했다. 문제는 친구집을 방문하는거랑 다르게 그 집의 생존을 떠받치는 기둥을 온 몸으로 마주하는 것이었기에 거북했다.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항상 시간을 걸으면서 마주하는 폐업 문구들이 금방이라도 그 기둥에 붙을 것 같았다. 연약한 보통 사람의 삶. 기둥이 망가져가면 몸으로 떠받치고 가정으로 떠받치다가 결국 짓뭉개져버릴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나는 그 이미지가 떠오를 때마다 괴로웠고 눈을 돌렸다. 오늘에 와서 이 이미지가 다시 떠오르니 내가 저 폭죽이며 케이-발라드며 K-팬톤이며 뭐시기 저시기들을 다 싫어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케이-발라드는 자신의 수명을 돈으로 바꾸면서 듣는 노동요 같았다. 그 담배 냄새나는 어둡고 갑갑한 노래방. 사람들이 거칠게 부딪치는 소리. 나는 그 현실의 처참한 무게가 무서웠다.
단골 식당에 가면 친근하게 인사하지만 가게 주인과 친해지면 친해질 수록 마음이 불편한 이유도 덤으로 깨닫게된다.
(그때 흘러나왔던 케이-발라드를 적고 싶었지만 뭔지 몰라서,,,)
#1 - Aphex Twin
캠핑을 갔다왔다. 3주 전부터 약속한 캠핑이지만 친구는 캠핑 전날까지도 캠핑을 못 갈지도 모른다고 간본다. 개빡친다. 당일에 갈거냐고 물어보니 또 간보다가 결국 간다고 한다. 친구가 서울에서 울 집까지 와야 출발을 하는데 4시까지 온다던 친구는 6시 가까이에 도착한다. 친한 친구에게 매우 관대한 편이지만 정말 한계까지 왔다. 결국 해가 지는 걸 보면서 한잔 때리는 건 포기하고 느긋하게 9시에 출발을 한다. 행선지가 있었지만 마음을 바꿔 별이 잘 보일 만한 구석진 곳으로 향한다. 계획이라는게 딱히 있지는 않다. 도착하고 야산을 대충 탐방하다가 텐트를 칠 곳을 발견하고 텐트를 친다. 텐트 뼈대가 안 보인다. 놓고 왔나보다. 내 잘못이다. 당황스럽다. 친구는 별로 화를 내지 않는다. 서로의 잘못을 퉁퉁쳐서 대통합을 했다. 둘이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가지고 온 2개의 의자를 뼈대로 대충 자자고 이야기한다. 이리저리 뼈대를 놓아보니 잘 수는 있을 것 같다. 해피!
친구는 뭐 일 할게 있다고 1시간을 달라고 한다. 추운 야외에서 쭈그려 앉아 일하는 친구를 옆에 두고 난 의자에 앉아 별을 본다. 그때 Aphex Twin의 이 앨범을 틀었다.
처음 목표한 바대로 별이 정말로 잘 보이는 곳이었고 난 멍하니 한시간 넘게 별을 본다. 별을 오랫동안 별의 별 생각이 다 난다. 여기에 적으려니 너무 웃기기도 하고 벌써 꽤나 까먹어버려서 적지는 못 하겠다. 파도소리와 별들 그리고 Aphex Twin이 좋았다고 말할 수 밖에! 아 별똥별도 엄청 많이 보이더라.
다른 사람들은 별을 볼 때 어떤 노래를 틀고 싶을까?
Come On Let’s Go - Broadcast
스포티파이가 자동으로 틀어주길래 듣는데 평소에 듣던 커몬 레츠 고가 아니다. 시작부의 신스에 LFO를 빠르게 거는 부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We’re Dumb - Salami Rose Joe Louis
앞과 마찬가지의 사운드다.
Before I Leave - Fennesz
사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펜네즈가 떠오른다.
Martha My Dear - Beatles
두개의 믹스 버전이 있는데 첫버전을 듣고 깜짝 놀랬다. 피아노를 왼쪽에만 패닝해놓는 위엄이란,,, 매우 듣기 불편해서 두번째 버전을 들어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딱히 리마스터니 뭐니 이런거까지 따지고 듣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앞에 버전이 비틀즈가 곡을 발표할 때 버전이랑 비슷하려나? 그때 스테레오 믹싱이 처음 등장하다보니 패닝이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니까,,, 잘 모르겠다,,, 골백번 듣던 노래인데 왜 이렇게 어색하지.
눈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왜인지는 모른다.
White 앨범 CD1에서 보통 이 트랙으로 시작해서 I’m so tired를 듣고 Blackbird는 제끼고 Piggies - Rocky Raccoon - Don’t Pass me by까지 듣는걸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다음 트랙들 다 제끼고 CD1의 마지막 트랙을 들으면 된다.
Julia - Beatles
첫 가사를 정말로 좋아한다. ‘Half of what I say is meaningless. But I say it just to reach you, Julia’
Jazz Funk Soul - 공중도둑
공중도둑 새 EP라고 스포티파이에 올라왔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쇠사슬이나 듣는다.
Aquarius - Cal Tjader
음악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다가 이 노래를 듣자마자 깨버렸다. 알겠지만 A Tribe Called Quest의 Midnight Marauders 앨범의 첫 곡이 샘플링한 노래다. 당연히 샘플링한 노래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워낙 엘리베이터 노래스럽다보니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렇게 들으니 너무나 반갑다. 그리고 노래가 정말 좋다.
Numb - Portishead
친구랑 집에서 커피나 마시다가 이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친구가 노래 개힙하다고 노래를 적어간다. 매우 당황스럽다. 노래를 많이 듣는 친구인데 포티쉐드를 처음 듣냐니까 처음 듣는단다. 나는 매우 당황한 상태로 아주 조심스럽게 내가 정말 뭐 음악으로 젠체하려는게 아니라 이건 그냥 필수 교양 같은 곡인데 모르는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해준다. 이럴 때마다 사람들의 음악 취향 연대기가 궁금해진다.
친구랑 종일 서로 빻은 대화만 주구장창하다가 다음날 교수님이랑 연구 관련 이야기하다가 ‘이러저렇게 하면 개섹스 아닐까요’라고 내뱉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여기서 개섹스는 개쩔지 않을까요 라는 뜻이다). 지도교수님은 아니고 원래 이런 이야기 하는 사이라서 상관은 없었지만,,,,
플레이리스트가 짧으니 이 뒤로는 그냥 내가 평소에 듣는 노래 몇 곡 채워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