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04 플레이리스트

Thousand Knives - Ryuichi Sak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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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

03 1

04 1

05 1 혼자 어디 야산에 올라 캠핑을 했다. 해가 등 뒤의 바다로 풍덩 빠지고 있었고 미니멀과 거리가 먼 백패킹 장비를 등에 지고 열심히 오른다. 뭐 그리 빡세지는 않지만 힘들다. 산 위 오르자 마자 소주를 깐다. 서해 위로 해지는 걸 바라보고 또 넓은 대지 위로 사람의 빛이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소주를 마시고 또 마신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숲이나 바다에 갔어야했다. 사람 소리가 나면 불안감에 숨이 막혔다. 하지만 이 곳은 저 멀리 사람의 빛이 가득하고 인천공항을 향하는 비행기 소리가 쉼 없이 들린다. 더 이상 거슬리지 않는다. 그저 행복하다. 느긋하게 소주를 먹는 인생에 감사를!

아쉽게도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친구가 전해줬고 그 소식 이후로 한없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친구한테 전화한다. 그것도 잠시이지 밤 늦은 시간이 되어 친구들은 모두 자고 나 혼자 소주를 마시며 슬픔에 두들겨 맞는다. 분명 2병만 마시려고 했는데 혹시나 하는 술꾼 마음에 소주 3병을 가져갔는데 3병을 금방 동나고 술이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까지 어떤 뮤지션이 죽었다고 그렇게 슬펐던 것 같지는 않은데 어째 그리 슬펐을까. 나이가 든 뮤지션은 죽을 때 조용히 세상에서 사라질 준비를 한다. 활동을 중단하거나 곡을 내지 않거나 혹은 별로 재미없는 곡만 적당히 발매하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부정적 의미로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사람은 사라지는거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언제까지나 가까이 있었다. 천재치고는 엄청 오래 살았지만 요절한 느낌이다. 너무나 가까이 있었고 언젠가 볼 수 있었고 언젠가 작업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 도쿄에서 전시할 때 류이치 사카모토도 찾아올 것만 같았다. 그런 꿈도 못 꾸다니 슬프다.

By This River - Brian Eno

By This River - Alva Noto, Ryuichi Sakamoto

류이치 사카모토가 돌아가신 다음 날 혼자 산책을 하다가 by this river를 흥얼거리면서 류이치 사카모토를 생각했다. 별 의심 없이 계속 흥얼거리다가 이거 브라이언 이노 노래잖아? 했다가 류이치 사카모토도 이 노래를 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Fleeting Smile - Roger Eno

듣기만 해도 눈물나는 노래

Propagando - Salami Rose Joe Louis

신곡이 나왔는데 좋다. 듣장

Symphony In Acid - Max Cooper

막스 쿠퍼야 저번에 썼다. 그냥 기록용으로 남긴다.

아방가르드 킴 - 검정치마

사실 생각해보면 저번 힙스터 글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노래가 생각나다.

‘’’

낯간지런 인사 대신 나를 노려보는군요

어서 그런 바보 같은 표정을 배웠나요

당시 혹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건 아닌가요?

남들이 모르는 걸 너는 알고 있다 생각하나 봐

‘’’

Ping Pong Machine - Kumisolo
Sul La Planche 2013 - La Femme
Ce Jeu - Yelle
High Life - Daft Punk
Equinoxe, Pt. 6 - Jean-Michel Jarre

친구가 쿠미솔로인가 하는 사람의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하길래 들어보는데 거의 La Femme 카피 밴드 수준이다. 그러면서 프랑스 요즘 노래 이야기하면서 프랑스 TOP 100을 들어보는데 다 힙합이다. 근데 얘들 힙합은 정말 못 듣겠다. 어째 일렉트로닉 탑 차트에 힙합 밖에 없을까? 그러면서 프렌치 일렉트로닉을 좀 듣다가 Jean Michel Jarre의 노래를 듣고 다시 한번 느낀다. 아 다들 그의 자식들이구나.

Smack My Bitch Up - The Prodigy 

이 노래를 듣다가 친구가 의문을 표한다. 왜 게일까? 댄싱 크랩이라니. 뭐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보다가 결론은 프로디지가 바다에서 게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 레이브 한다고 생각했던게 아닐까 결론을 내린다. 서해에 게를 볼 때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그러고 어디 수산시장에 물고기를 보다가 저 노래를 틀어봤는데 계속 가만히 있던 물고기가 춤춘다. 프로디지는 바다생물을 흔들 수 있는 내공을 가졌나보다.

Baby’s Tears Blues - Mort Garson

06 막스 쿠퍼가 더럽게 재미없어서 슬퍼하는 와중에 집에서 이 앨범을 틀면서 춤췄는데 훨씬 재미있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연꽃 같은 수생식물을 상상하며 춤을 춰보자. 잠시나마 현실 로그아웃이 가능하다.

Fiery Yellow - Stereolab

Dire, Dire Docks - Super Mario 64

07

08 갑자기 분에 맞지 않는 호캉스를 하게 되어서 호텔의 야외 수영장에서 첨벙첨벙하고 논다. 눈 앞도 바다, 내 몸도 물! 행복하다. 엄마한테 물어봤었는데 난 어릴 적 게임을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아쉽게 게임을 좋아하지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뭘 좋아했냐고 물으니 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냥 물만 보면 뛰어들어갔다고 한다. 바다건, 수영장이건, 호수건, 물 웅덩이건, 분수건, 비건 물만 보면 일단 뛰어들고 첨벙첨벙 했단다. 납득이 간다. 친구들과 무슨 여행을 할 때 난 곧 죽어도 물이 보이는 숙소를 원했는데 친구들은 나만큼 그런데에 관심이 없었다. 캠핑을 할 때도 물소리가 들리거나 물이 보이는 곳이 좋다. 음악도 이런 물소리 같은 노래가 좋다. Dub Techno 사운드를 거의 맨 처음 만들었는데 그것도 물소리 같아서 좋다고 만든거다. 가만히 파도를 보는게 그렇게 좋다. 파도 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그 해와 달의 윤슬이 좋다. 수많은 노이즈가 미친듯이 진동하는 그 바다가 좋다. 그래서 노이즈 음악이 좋다. 사주에 물 많은 여자랑 자주 만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

Ruby, My Dear - Thelonious Monk

친구집 고양이 이름이 루시인데 내가 잠결에 친구한테 ‘루비 모해’라고 보낸다. 루비가 뭐냐고 묻길래 루시 동생이라고 해줬다. 그러고나서 루시 나이를 물으니 5살이란다. 고양이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친구보다 루시 나이가 많으니 친구 너가 루시 동생이라고 해준다. 그 이후 친구한테 루비라고 부르는데 좋아한다.

Something - Beatles

루비랑 어디 서해 갯벌 한복판에서 텐트를 치고 술판을 벌인다. 이 캠핑 이야기는 따로 쓸까 싶다. 술판 벌이고 놀 때 루비가 비틀즈 노래를 틀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가 다른 사람 음악 취향에 왈가왈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비틀즈를 안 듣는 사람은 싫다. 들었다고 해도 유명한 노래만 들은 사람도 싫다. 비틀즈의 나의 근본 같은 것이다.

Cerebral - Boys Noise

09 부산까지 가서 보이즈 노이즈를 본다. 사정이 있는데 토요일 서울 공연은 사정 상 못 가고 에스 팩토리는 가기도 싫었다. 그래서 부산을 향한다. 멜트라는 작은 클럽이었는데 좋았다. 사람도 많지 않고 그냥 미친듯이 흔들기만 해도 됐다. 요근래 대가리 흔드는게 재미없었는데 그건 내 문제가 아니었다. 다 노래랑 사운드 시스템 문제였다. 병신 같은 디제이들 다 나가뒤지시길^^

I’ll try something new - Tadashi Shinkawa

설레임 - 신중현

10 1

11 1 부산에서 하루 놀고 전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진주도 지나고 함안도 지나는데 길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좋다. 고속도로 말고 국도를 탈까 했는데 한시간 반이 더 걸린단다. 모른 척 고속도로를 계속 미끌어져 가다가 고속도로 너머의 호수가 너무나 멋져 보인다. 역시 물만 보면 환장하나보다. 바로 차를 돌려 국도로 향한다. 호수는 멋졌고 그냥 국도를 타고 전주를 향한다. 가는 길을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니 환상 같았다. 한국 사람이지만 생소하기만한 풍경이 길 앞으로 계속 이어졌고 입에서는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캠핑할까 저기서 캠핑할까 궁리만 계속한다. 아마 텐트를 가져왔다면 전주 안 가고 눌러 앉아 캠핑하면서 술 마셨을 것이다.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가 좋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시간의 파도를 올라타 자유롭게 미끄러지고 싶다. 시간에 내 색을 입히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불만이 터져나온다. 난 정말로 행복하고 즐겁게 산다. 그리고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닌 걸 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각자 멋진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미디어는 맨날 맛집, 여행, 명품 타령 밖에 안 한다. 조금 더 다채롭고 즐거운 인생도 미디어가 비춰줬으면 좋겠다.

Killer’s Blues - Naozumi Yamamoto

전주 영화제에서 본 영화인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얼치기 예술충도 돈 펑펑 쓰면서 예술을 할 수 있구나 싶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킬러인 주인공은 임무 이후 차를 끌고 복귀하다 차가 퍼져서 히치하이킹을 한다. 하얀 멋진 스포츠카가 주인공을 태웠는데 운전자는 섹시한 젊은 여성. 주인공은 거기에다 대뜸 ‘결혼했나?’ 묻는다. 정말 좋은 대사다. 여자는 ‘남자를 증오해’(혐오해였나?)라고 말하고 남자는 다시 ‘꿈도 희망도 없군’이라고 해준다. 골때리는 대사들이라서 좋다.

사실 이 영화까지는 버틸만 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본 영화는 진짜 쓰레기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진짜 심장에서 모세혈관까지 짜증과 분노가 가득찼다. 시발 진짜 쓰레기 영화는 참을 수 없다. 중간에 나가려고 해도 다른 약속 시간이 꼬여서 참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나갔어야하나 싶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영화하는 인간들이랑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연애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잘 지내지 못 했다. 좋은 듯 싶다가도 싫다. 끝도 다 별로 좋지 못했다. 틈만 나면 자살타령이다 시발 진짜.

백자 - 산울림

청자 - 산울림

전주에서 떠나는 길에 기념으로 전주 전통주를 사가려고 시장에 들른다. 이강주가 전통술이길래 사려고 하는데 두가지 제품이 있다고 한다. 청자에 담긴 녀석과 백자에 담긴 녀석. 산울림 두 노래 중 백자가 좋으므로 백자로 결정!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사를 유심히 듣자 정말 좋다.

술도 엄청까지는 아니지만 맛있었다. 또 먹을 만한 맛이다. 조금 쌨으면 좋았겠지만!

TNT - Tortoise

돌아가는 길에 이 앨범을 듣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이게 음악의 완성이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또 되게 이상한 표현이다. 음악의 완성이라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완벽한 노래, 엄청난 노래랑은 다른 것 같다. Kate Bush의 Wuthering Heights 들으면 이보다 좋은 노래가 있을 수 없다 싶지만 그 노래를, 그 앨범을 가지고 음악의 완성이라고 하지 않는다. TNT 앨범은 음악적 형식을 탐구하고 그 형식에 가장 정교한 방식으로 감정을 넣은 느낌이다. 궁금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말고 들어보자.

Echos - Pink Floyd

긴 여행 끝에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이 노래를 듣는다. 누워서 듣는데 그저 눈물이 난다.

Floating - Julee Cruise

12 저번 글 이후로 트윈 픽스 시즌 1, 2를 다 봤다. 어릴 적에 봤던거라서 기억이 잘 안 났는데 다시 보니 좋다. TV 시리즈라서 늘어지기도 하고 시즌 2 중반부터 이야기가 너무 난잡해지고 지리멸렬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좋다. 이런 표현 웃기지만 진짜 린치는 린치다. 좀 더 대중지향적인 TV 시리즈지만 그 묘한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이 좋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 서로 부딪히지만 부딪히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들 정말 부딪히고 있다. 그저 두렵기에 마주하지 못할 뿐이다. 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아니다. 우린 모든 것을 언어화하고 실체화하고 규격화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것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어떤 것에 노동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어떤 것에 친구라는 단어를 붙인다. 직장 동료라는 명사가 어떤 인간에게 부여되면 그 인간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있고 상호작용하는 규약이 생긴다. 근데 일관성, 확실성이라는건 이 세계의 법칙이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Tomorrow Never Knows다. 우린 허구의 성벽을 짓고 그것을 견고하고 다듬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허구의 성은 끊임없는 불확실성의 파도에 위협을 받는다. 자신들이 사는 이 허구의 성의 의문을 품지만 그 의문을 깊게 타고 들어가면 보이는 혼돈이 두렵기에 우리는 눈을 감고 다시 성을 매만지는데 집중한다. 사실 그 의문 끝에 빛이 있는데! 사랑이 우리의 나침반이다. 두려움을 안고서 사랑을 따라가자. 적어도 지금보다는 멋질 것이다. 당신의 눈에서 빛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