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open.spotify.com/playlist/08q7HscdvSuhydHltq7IlA?si=f9d777cdda624dd6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귀찮아서 플레이리스트를 안 만들고 있었는데 계속 요청이 와서 만든다.
Fare Thee Well - Jessica Pratt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앨범. 올해 내내 이 앨범이랑 Weyes Blood를 반복하고 있다.
Nova - Amon Tobin
바다에 의자를 깔고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친구가 옆에서 음악을 튼다. 대충 음악 취향이 비슷하기에 별 불만 가지지 않고 듣던 중 매우 친숙하지만 누구의 곡인지 알 수 없는 노래가 나온다. 같은 아티스트의 다른 곡도 계속 들려달라고 해서 들어도 이름이 생각 안 난다. 분명 아는 스타일이다. 장르를 말하라고 하면 말할 수 있다. 비슷한 류의 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다 떠오른다. 근데 그 사람들이 이 노래를 만들지 않은 건 분명하다. 미치겠다. 10분 넘게 끙끙앓아가며 대가리에다가 SQL 명령어를 쏴대보지만 소용없다. 결국 스포티파이에 트립합 플레이리스트를 훑어본다. Massive Attack, Portishead… 여러 이름들이 눈 앞을 스치다 Amon Tobin이 나오자마자 아차 싶다. 반년 넘게 안 듣다보니 생각이 안 났나보다.
Vikings Invade the Mediterranean But Don’t Leave - Prefuse 73
그러고나서 친구가 Prefuse 73 노래를 트는데 익숙한 장르이지만 어떤 사람의 스타일인지 전혀 모르겠었기에 별 고민이 없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해준다. Prefuse 73은 잘 듣지 않았기에 답을 듣고도 그냥 시큰둥하다. 스타일이라는건 참 신기하다. 같은 장르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음악들이 있지만 누군가의 스타일이라는 건 분명히 남아있다.
data.matrix - Ryoji Ikeda
비슷한 경험을 프리즈에서도 느낀다.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어쩌다 프리즈에 가서 작품들을 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 눈에도 꽤 많은 것들이 보인다. 자신의 스타일, 소재의 족쇄에 빠진 작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작가, 예전에 얼핏 본 적이 있는 작가 등등등. 꽤 재미있던게 유명 작가, 특히 국제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저 멀리서 작품들을 훑는 시선이 살짝이라도 스쳐도 눈을 멈추게 한다. 뭐 작품이 좋아서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너무나 익숙한 스타일이다. 그 이야기를 친구한테 해주니 친구가 자기 어머니의 말을 인용해준다. ‘눈으로 한번 본 작품(작가)는 절대 잊을 수 없다’
Shine On You crazy Diamond - Pink Floyd
좋아하는 바에 가서 음악을 듣다가 50대 아저씨 손님들이 이 노래를 신청한다. 거의 1년 가까이 안 듣고 있다가 다시 들으니 자동반사로 눈물이 흐를 것 같다. 같이 놀던 친구 두명 중 한명이 이 노래를 안 들어봤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이 노래를 처음 듣는 느낌을 상상해보니,,, 정말 짜릿하다.
Trilogy - Emerson, Lake & Palmer
아저씨들이 신청한 Pink Floyd에 대한 화답으로 이 노래를 신청했다. 내가 중간중간에 아저씨들의 곡 느낌에 맞게 노래를 신청해왔기에 아저씨들이 내가 답가를 신청해온다는 것을 눈치채셨다. 그 덕에 사주도 보고 술도 얻어먹는다.
Un Soir, Un Chien - Laetitia Sadier
바사장님은 Stereolab의 Peng!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계셨다. 매번 올 때마다 Stereolab을 신청했으니 이번에는 Stereolab 멤버의 솔로곡을 신청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서로 즐겁게 Laetitia Sadier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내가 맨날 쿠사리를 먹이는 친구한테 MGMT 같이 분위기 어울리지 않는 곡 신청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다^^ 물론 뭘 신청하건 상관이 있겠나. 그냥 재미있어서 괴롭히는거다.
Spectrum - Max Cooper
어느날 뜬금없이 알게 됐다. 막스 쿠퍼가 Computational Biology 박사였다. 숨길 수 없는 고학력의 향기
Queen of This Shit - Quay Dash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버스에서 SOPHIE를 듣고 있었다. 친구한테 소피를 듣는다고 말하니 이 노래를 보내줘서 듣는데 진짜 프로듀싱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느꼈다. 음악 들으면서 프로듀서를 잘 찾아보지는 않는데 바로 스포티파이의 Song Credit을 확인하니 SOPHIE가 적혀있다. 으어어 천재
Weekend - Tamba 4
엘리베이터 노래 류의 재즈를 듣다가 스포티파이가 자동을 이 노래를 틀어준다. 유명한 한국 재즈 힙합 앨범에 곡에서 샘플링한 곡이다. 딱히 어떤 노래인 지 숨길 생각은 없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샘플링한 노래를 찾는 재미를 뺏기는 싫다.
It’s Your Thing - Lou Donaldson
위 곡을 샘플링한 아티스트가 이 노래 또한 샘플링 해서 같은 앨범의 다른 곡에 썼다. 노래가 좋기에 동봉한다.
Aquarius - Cal Tjader
Tamba 4의 곡을 스포티파이가 추천하게 된 근원인 곡이다. 이 곡 또한 아주 유명한 뉴욕의 재즈힙합 아티스트의 곡에서 샘플로 활용됐다.
Town Crank - Clark
Clark가 신보를 냈는데 듣다마자 미쳐버린다. 역시 근본
Water - TENGGER
토요일 낮에 침대에 뒹굴다가 오늘 전자음악 축제(?)를 가려고 했던 것을 깨닫는다. 이미 Hwi랑 김도언씨의 공연은 놓쳤지만 7시에 TENGGER가 있다길래 가야겠다 마음 먹는다. 하지만 전날 프리즈에,,, 한남에서 술판,,, 무슨 브랜드 파티,,, 링,,, 파우스트,,, 첫차,,, 뭐 이런 것들 때문에 몸이 매우 피곤했는지라 갈까 말까 고민이 됐지만 끝끝내 공연을 보러갔다. 공연을 보니 절대로, 무조건 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TENGGER 라이브는 처음 보는데 정말로 좋다! 그러고 결국 친구들이랑 술을 새벽까지 마신다…
Mladic - Godspeed You! Black Emperor
낮에 듣고 기분 좋아서 친구한테 보내줬더니 이미 자기의 9월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는 곡이라고 한다… Spotify Blend가 96%로 음악 취향이 일치 한다고 말하는 친구란 건 이런건가?
Under Belly - Blawan
스포티파이가 말하길 96%의 친구와 나 사이의 대표 아티스트는 블라완이란다.
A Barely Lit Path - Oneohtrix Point Never
OPN이 신보를 낸다! 일단 싱글 하나 나왔는데 미친듯이 좋다
인터넷 전쟁 - 서태지
간만에 서태지를 듣는데 미친다. 몇주간 이 앨범만 무한 반복했던 기억이다. 생일날 노래방에서도 이 노래를 질러보았으나 도무지 따라할 수 없다.
L’enfant samba - Cortex
날 좋은 주말에 들으면 기분 좋다!
Uncle Albert / Admiral Halsey - Paul and Linda McCartney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방구석에 박혀 혼자 우울하게 있다가 이 노래를 들었는데 기분이 좋아진다.
Gantz Graf - Autechre
서울에 병원을 갔다가 근처에서 친구가 공연 준비 중이라길래 놀러간다. 친구가 무대 감독이라서 이런저런 설치를 하길래 따라 돕다보니 나도 꽤나 에너지를 많이 썼다. 공연은 음악 및 이런 저런 분야의 작가들이 게임 뭐시기 사운드 머시깽이라고 준비한건데 좀 충격적이었다. 꽤나 노력이 많이 들어간 건 보이지만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고 사운드는 최악이었다. 공연 끝나고 친구랑 놀려고 했으나 당일 철수해야한다고 공연 끝나고 통보 받았고, 우린 늦은 시간까지 개고생하며 분해/해체를 한다. 나도 고생을 좀 했지만 친구가 오랜 기간 공연을 준비하며 고생을 많이 했는데 공연이 여러모로 잘 진행되지 못 해서(영상이 안 나오거나, 포그가 비쥬얼을 먹거나,,,) 자리를 떠나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는 못 했다. 합정에서 양꼬치를 먹고 버트나 갈 궁리를 한다. 합정에 가는 김에 이 노래를 틀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진다.
Playground Love - Air
DMZ 페스티벌에 갔다. 둘째날 낮에 친구랑 행사장 근처의 한탄강에 위치한 카페에 갔는데 분홍 단체티를 입은 20명이 넘는 단체가 보인다. 놀랍게도 그 중 몇명이 친구랑 인사를 한다. 물어보니 한국, 일본 등 여러 락페를 같이 다니는 집단이라고 한다. 내 눈에는 그 사람들이 정말 신기했던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같이 놀 수 있다는게 일단 신기하고 이런 활동에 단체티를 맞추는 것도 신기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말이지,,, 고등학교 2학년 때 홍콩에 가족 여행을 갔었는데 이러쿵저러쿵 가족들끼리 서로 어디 가는가로 다툼을 하다가 동생 따로, 나 따로, 부모님 따로 홍콩에서 놀다가 약속한 저녁 시간에 어딘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따로 여행을 하는 집에서 자라왔는지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차로 돌아와 노래를 트니 이 노래가 나오더라.
Time After Time - Chet Baker
어디 채부동에 바에 가서 친구랑 신나게 수다 떨다가 옆 테이블에 남자 둘이 앉았다. 그들도 그들끼리 떠들다가 우리 앞쪽에 젊은 바텐더가 자리를 지키게 됐고 쳇 베이커의 노래가 나온다. 바텐더가 노래를 약간 흥얼거렸나? 하니까 옆의 남자들이 ‘어머 노래를 잘 아시나봐요?’ 그때 난 황당해하며 ‘어머 쳇 베이커를 좋아하시나봐요! 목소리가 참 좋죠?‘가 아니라 노래를 잘 아냐는 말이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렇든 저렇든 바텐더에게 열심히 말 걸고 싶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말이면 뭐든 좋지 않았나 싶다.
Girl from Ipanema - Astrud Gilberto, João Gilberto Gilberto, Stan Getz
위랑 비슷하지만 다른 일도 있다. 다른 바를 며칠 후에 갔는데 바 사장이 2시간 가까지 바테이블에 앉은 나와 친구에게 말 걸지 않아서 편해하던 참이었다. 가게에서 세상에서 두번째로 커버가 많이 된 곡이 재생되었고 나는 혼자 흥얼거리며 친구랑 대화를 한다. 그때 바 사장이 다가와 ‘이 노래를 아시는걸 보니 재즈에 조예가 깊으시군요?‘라고 말한다. 순간 당황했지만 ‘어머 제가 재즈 피아노를 배울 때 처음 쳤던 곡이에요! 정말 좋아해요’라고 해준다. 그러자 사장은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스페인이 생각나요’라고 한다. 나와 친구는 2차로 당황해서는 ‘어? 브라질이 아니라 스페인이요?‘라고 묻는다. 그러고 사장은 5분 넘게 자기 스페인 순례길을 두번 갔다온 이야기를 한다. 뭐하자는 건지. 친구랑 나는 술맛이 떨어져서 바로 자리를 도망쳐 내가 좋아하는 바로 자리를 옮긴다.
Criminal - Fiona Apple
위의 바에서 도망쳐 내가 좋아하는 바(펍?)에 가서 놀면서 친구랑 나는 음악을 신청한다. 그때 친구랑 나는 한창 논쟁 중이었다. ‘Kate Bush의 계보를 잊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이게 맞았나,,, 키워드는 비슷하다). 나는 Fiona Apple이라고 주장했고 친구는 계속 Tori Amos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친구는 음악 신청지에 Tori Amos를 썼고 나는 그냥 그때 듣고 싶던 다른 음악들을 신청했다. 근데 웃기게도 사장님은 Tori Amos가 아니라 Fiona Apple을 틀어주신다. 나는 깔깔 웃으며 사장님께 왜 피오나 애플을 트셨냐고 물었는데 토리 아모스를 보니 피오나 애플이 듣고 싶어졌다고 하신다. 상황을 대충 파악한 사장님은 이렇게 덧붙인다. ‘Tori Amos는 뭐 음악하는 사람이고 Fiona Apple은 아티스트죠!’(대충 이렇게 이야기 하신 것 같다). 나는 깔깔깔 웃으며 친구를 놀린다.
Wuthering Heights - Kate Bush
예전에 Kate Bush에 미친듯이 빠진 적이 있다. 진짜 하루 종일 Kate Bush만 듣고, 음악을 틀지 않을 때 조차도 머릿속에서 Kate Bush가 하루 종일 재생됐다. 내가 음악에 대해서 약간 이상한 구석이 있을 때가 있지만 그땐 좀 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일터 건물 앞에서 혼자 담배를 피면서 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물론 헤드폰을 끼지 않고,,, 혼자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 벅차하고 있었는데 담배 피러온 후배가 날 보고 말을 걸면서 툭 친다. 음악 감상을 방해 받은 나는 짜증을 부리며 ‘왜 음악을 듣는데 방해해!’라고 외쳤고 후배는 당황한다. 귀에 아무 것도 없는데,,, 이제는 안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