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플레이리스트 올려달라고 해서 조금 올림
Music for Airports, 1/1 - Brian Eno, Bruce Brubaker
정말 유명한 그 곡을 Bruce Brubaker가 다시 연주한 버전이다. 오리지널 버전과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부분은 강조된 저음이다. 피아노의 음색과 녹음, 믹싱이 오리지널에 비해 저음의 무게감과 질감을 두드러지는데 그 덕에 노래가 좀 더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곡 자체가 제목 그대로 공항에서 틀기 위한 엠비언트인데 사실 수많은 방송, 대화, 노이즈가 사방에서 울리는 공항에서 노래를 튼다고 생각하면 두 버전 중 어떤 것이 더 적합할까? 아마 오리지널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곡의 지속해서 울리는 저음을 공항 같은 공간에서 재생하며 울렁이는 저음에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을까 싶다.
Emerald and Stone - Brian Eno, Jon Hopkins, Leo Abrahams, Anastasia Kobekina, Kammerorchester Basel
Yet Another Brian Eno다. 원곡도 좋았었는데 첼로와 챔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도 무지하게 좋다.
VISA - Actress
요새 왜인지 액트리스를 많이 듣는다. 한번은 보고 싶은데 언제 보러가려나.
DIZZY PPL BECOME BLURRY - Saya Gray
ANNIC, PICK A FLOWER.. (MY HOUSE) - Saya Gray
요즘 가장 빠진 음악가! 아직 곡들을 많이 내지 않았는데 하나하나 들어보면 놀랍다. 되게 다양한 장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지만 장르의 형식의 구애 받지 않는 듯 곡들을 자유롭게 만든다. 근데 막상 앨범을 다 들어보면 자신이 사랑하는 다양한 곡들에 대한 애정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는 집착스러운 면모가 보인다.
DIZZY PPL BECOME BLURRY에서는 기술 사회의 무한한 속도에 대한 공포가 느껴진다. 속도라는건 상대적인 것이다. 시속 400km의 속도로 자동차를 달리다가 감속을 하면 시속 100km 속도 쯤에서는 차가 정차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한다(타보지 않아서 모름). 다르게 말해서는 속도가 시속 400km라도 그 속도에 익숙해지면 처음 느꼈던 그 공포스러운 속도감을 느끼지 못 한다는 것이다. KTX를 탈 때 무지 빠르다고 안 느끼지 않는가? 지금 이 사회가 그렇지 않나 싶다. 세상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르고 있지만 어느새 모두가 그 속도감에 무뎌져가기만 한다. 근데 말이다. 잠시 눈을 감고 멈춰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익숙해진 속도감을 몸에서 흘려보낸 다음 다시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그 무시무시한 속도감에 온 몸이 경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스타게이트 장면이 이 감각을 느끼게 하는데 좋은 이미지일까 싶긴한데 완전 가깝지는 않다. 나중에 내가 이런 이미지를 만들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Everybody’s Got Somethings to Hide Except for Me And My Monkey - The Beatles
Making Plans For Nigel - XTC
올만에 강남 우드스탁에 갔다. 평일은 언제나처럼 손님이 별로 없고 중년의 사장님 한 분과 중년의 남성 손님이 바 테이블을 지키고 있다. 여긴 손님이 신청하는 곡을 거의 다 틀어주는 곳이지만 손님 대부분이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곡들을 신청한다. 바에 들어가자마자 흘러나오는 곡은 비틀즈의 저 곡. 들어오자마자 맥주를 시키고 저 노래를 흥얼거리는 옆에 앉아 중년 손님이 눈빛을 보낸다. 그러면 시작되는 것이다. 엘피 바에서 벌어지는 플라토닉한? 디오니소스적인? 교감 말이다.
보통 엘피바에 가면 곡을 마구잡이로 내가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하지 않는다. 일단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신청한 곡들 3개 정도를 들어본다. 3곡 정도를 듣고 어느 정도 엘피바의 공기를 파악하고 난 이후 그 곡과 비슷한 느낌의 곡을 신청한다. 보통 3곡 정도를 한 종이에 써서 적는데 3곡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한 곡은 그 분위기의 대표적인 노래다. 중요한 건 대표적이지만 매우 감정을 교양시키는 곡이다. 같은 아티스트라도 좋다. 위의 비틀즈의 예에서는 Sexy Sadie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같은 앨범에 바로 다음 트랙이니 연관성이 충분하며 정신머리 나간 코드 진행을 들으면 절로 숨이 멈추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듣기도 좋다. 이 곡을 신청했었고 나중에 옆에 손님이 이 트랙의 다음 곡인 Helter Skelter를 신청한다.
다음 한 곡은 조금 더 마이너한 곡이다. 다른 사람들이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는 곡을 신청하는게 좋은데 이 상황에서는 폴 메카트니의 Dear Boy를 신청하려나? Jefferson Airplane의 Somebody to Love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하지 않은 곡을 신청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딥하게 가면 된다. 물론 좋은 곡은 매우 마이너 해도 상관 없다.
마지막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보통 얼피바에 오는 사람들의 나이가 있는 편이니 비슷한 스타일의 현대적인 노래를 신청할 수도 있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른 장르로 노래를 전환해도 좋다. 딱 레드 제플린을 틀고 싶지 않은가?
이렇게 하면 옆에 손님과 별 대화 없이 교감을 할 수 있다. 서로 노래를 주고 받으면서 감정을 공유하면 별 다른 안주 없이도 술이 잘 넘어간다. 이게 내가 엘피바를 즐기는 방법이다.
XTC의 곡은 분위기가 흐르다보니 저 곡까지 신청하게 됐다. 엘피바에서 듣기 정말로 좋은 곡이다.
Giulietta Interlude No 2 - Smoke City
이 앨범을 안 들은 지 꽤 됐는데 이 곡의 멜로디가 떠올라 20분 정도 곡을 찾아 헤맸다. 구글의 허밍에다가 노래를 흥얼거려보기도 하고 곡의 장르와 스타일을 키워드로 검색해봤지만 나오지 않는다. 결국 곡을 끝까지 흥얼거리면서 머릿 속에서 앨범의 다음 트랙, 그리고 그 전 트랙을 머릿 속에서 재생시켜 보다가 가사가 떠오르는 곡을 찾아서 겨우 이 노래도 찾을 수 있었다. 보통 앨범 단위로 듣다보면 곡의 첫부분과 끝부분을 들으면 자동으로 다음 트랙이나 이전 트랙이 떠오르는걸 활용한 방법이다.
Club classics - Charli xcx
스포티파이가 자동으로 틀어준 곡이다. 어,,? 이거 찰리 아닌가 싶은데 맞더라. 찰리 xcx랑 그렇게 스타일이 맞지는 않는 편인데 곡이 좋길래 뭔가 해서 보니 그렇게 호평을 받던 최신 앨범이다. 개별 곡들은 좋기는 한데 앨범 전체로 듣기는 따분하다. 따분하다고 해야하나 귀가 피로하다고 해야하나? 모든 것이 즉각적인 시대에 맞게 개별 트랙으로만 구성한 듯하니 의도는 공감이 간다.
Estate - Lelio Luttazzi
종종 말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은 한 눈에 그 아름다운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 이 곡이 그렇다. 편안한 마음으로 재즈를 듣다가 한 순간에 감정이 고양된다.
Lelio Luttazzi를 좀 찾아보니 예전 이탈리아 영화의 스코어를 자주 작곡한 사람이더라. 조만간 이 사람이 음악으로 참여한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 이게 나의 운명의 힘이다. 이 곡을 만났을 때 ‘어머 넘 아름다워!’ 하는 것과 그 만남의 기쁨을 안고 새로운 세상에 문을 두드리면 운명적 만남을 이어가는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