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집에 놀러가 술을 마셨다.
친구가 스페인 갔다와서 부채를 선물해줬는데 기갈 넘치는 포즈를 잡으려다가 결국 다 망해버렸다,,,
술 먹고 친구네 피아노로 서로 피아노 치고 놀다가 해가 뜰 때 친구 집 뒤에 와룡공원에 만취한 상태로 올랐다. 10여년 전에도 이 친구랑 을지로에서 연어였나 먹다가 만취해서 남산에 오른 기억이 있다. 둘 다 기억은 없는 채로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이 갈려있었다. 하나 기억나는건 남산타워에서 이태원 쪽 소월길을 향해 나있는 산길 중간에 나무로 된 선베드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친구가 기타를 치고 난 Girl from Ipanema를 불렀었다.
그러고 자고 일어나 친구 집 앞 유명한 빵집인 밀곳간에서 바게트를 사먹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바게트를 맛 보게 되어 행복했다. 해장으로 경동시장에 할머니 냉면에 간다. 친구가 매운 맛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다른 곳을 갈까 하다가 ‘한번은 먹어봐도 되는 맛’이라고 생각하기에 친구랑 같이 갔다.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더라. 한국 사람들이 매운 걸 먹으면서 아 속 풀린다고 하는 걸 잘 이해 못 했는데 이 날 정말 그랬다.
밥 먹고 친구 맥북 수리하는거 좀 도와줬다. 그러고 곱게 집을 가려고 했는데 친구네 동네로 오니 친구 집 뒤의 북악산에 걸린 구름(연무?)들이 너무나 멋졌다. 비가 좀 오긴 했으나 그 덕에 날이 덥진 않으니 간단히 산을 오르기로 한다. 코스는 와룡공원 - 말바위 - 숙정문 - 곡장 - 북악 팔각정. 중간에 비가 장대같이 쏟아졌지만 시원하고 청명하다.
마지막 팔각정에서 쓸데없는 셀카를 찍고 친구 집에 돌아와 친구가 차려준 식사를 먹고 쫑. 순식간에 한상을 예쁘게 내놓는 능력이 정말 부럽다. 난 그냥 메뉴 하나 딸랑 만들고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