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리를 많이 하다보니 요리에 대한 간단한 생각들을 남긴다
요리를 하는 이유
돈 없어서
한동안 백수로 살 예정이기에 돈을 아껴야 하는데 요즘 외식 비용이 너무 올랐다. 그래서 집에서 요리한다. 그냥 한끼씩 매번 다른 요리를 하면 돈이 그렇게 안 아껴진다. 대용량이 가장 고민 없이 싸게 맛있게 요리를 하는 방법이다.
아래는 요근래 자주 해먹던 대용량 파스타이다. 파스타면을 삶고 올리브유를 적셔 냉장고에 넣으면 5일 정도는 괜찮고, 파스타 소스도 대량으로 해놓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은 더 간다. 그냥 냉장고에서 면과 소스를 꺼내 대충 후라이팬에 볶으면 된다. 시판 소스보다 취향이 맞는건 덤이다.
바깥 음식은 맛이 없어서
상당 수의 바깥 음식은 맛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피자, 특히 시카고 피자가 아닌 듯 싶다. 정말 어릴 때 시카고에 3년 살았었지만 워낙 어린 나이였기에 그때 먹은 시카고 피자 맛은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항상 ‘시카고의 지오르다노의 피자는 정말로 맛있단다’라고 해주셨다보니 커가는 내내 그 맛이 궁금했고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다시 시카고에 갔을 때 먹은 지오르다노의 맛은 끝장나게 맛있었다. 계속 먹고 싶지만 한국에는 지오르다노가 없기에 어머니가 ‘우노는 맛이 없단다’에 그 우노를 찾으러 코엑스에 갔다.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잘 모르겠지만 시카고 지점 보다도 맛 없을 것이다. 그러고 충격에 시카고 지오르다노를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안고 시름시름하면서 살아가다 한번씩 시카고에서 먹고는 했다. 근데 놀랍게도 시카고 피자는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어머니는 요리, 베이킹 둘 다 좋아하시기에 이런 저런 요리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메뉴 중에 시카고 피자가 어느새 추가됐다. 엄마의 시카고 피자는 정말로 맛있다. 가정용 오븐에서는 그 화덕의 화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어디서 사먹는 쓰레기 같은 한국의 쓰레기 시카고 피자들과는 비교하는게 웃긴 일이다. 그리고 나도 집에서 시카고 피자를 굽는다. 내가 사랑하는 시카고 피자는 한국에서 먹기 어려우니 내가 직접 해야하지 않겠는가?
아래는 가장 최근에 한 시카고 피자인데,,, 그 빵틀 밑판이 분리 가능한 딥디쉬가 아니라서 그냥 대충 뒤집어 봤는데 이 꼴이다. 옆에 친구가 부추겨서 해봤는데 망했다 ㅠㅠ
성격이 지랄맞아서 맛없는 건 참기 힘들다
성격이 너무나 지랄 맞다. 어제 내가 사랑하는 카페에 여자친구랑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에 비치된 커피/바리스타 소개서 같은 책을 읽다가 대화를 나눈다.
나: 아니 커피 컨테스트에서 커피 맛을 정량적 수치로 평가하고 등수를 매긴다네. 그냥 '맛있다. 맛없다. 더 맛있다. 더 맛없다. 내 취향이다. 내 취향이 아니다' 이렇게 평가하면 되지 지랄났다 이 세상.
여친: 너도 맨날 그러잖아! 뭔 조금만 맛없는 커피 마시면 쓰레기라고 욕하고 화내고 지랄하잖아.
나: 아니 그건,,, 맛있다 맛없다 차원이지,,,, 아니 쓰레기는 쓰레기라고!
그렇다 성격이 지랄 맞아서 싫은건 참을 수가 없다. 대부분 사먹는 음식은 맛이 없고 나는 맛없는 걸 참는게 너무나 힘들다. 그래서 아무 카페(당연 스타벅스 포함)에서 커피를 마시게 된다면 무조건 아이스 라떼를 시킨다. 음식의 기본 법칙! 차가우면 향이 덜 난다! 우유를 타면 맛이 순해진다!
위 대화를 나누는 동안 쓰레기 커피의 향이 입가에 맴돌아서 속으로 분개하고 있었는데 여친이 말하기를 바테이블 건너편에 있던 사장님이 매우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더라. 사장님 사랑해요! 사장님 커피가 최고에요!
맛의 형성에 대한 탐구
요리 유튜브에 댓글을 보면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설탕을 적당히 넣는다구요? 그게 얼마나죠?‘. 여러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질문이다. 텍스트로 된 정리가 없어 영상을 다시 정확히 돌려보며 조미료 분량을 확인하는 것이 귀찮은 것일 수도 있다. 정확한 수치 없이 눈대중으로 하면 요리가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때문에 숫자에 더 기대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조미료의 적당한 가감의 개인의 취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알지 못하기에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요리를 할 때 조미료를 가감할 때의 그 미묘함이 무척이나 즐겁다. 단순히 ‘난 짠게 좋아!’ ‘난 단게 좋아!’ 차원에서 볼 때 요리는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근데 요리를 하다보면 설탕이 단순히 단맛 만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약간의 설탕은 매운맛, 신맛과 과한 음식의 밸런스를 잡아주기도 하고 재료를 향을 더욱 강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짠맛과 조화되었을 때 독특한 맛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양파를 볶을 때 넣으면 양파색이 더 빨리나며 그 향도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어준다. 조미료는 단순한 기호의 차원을 넘어서서 맛을 구성하는 가장 결정적이 요소가 된다.
예전에 인터넷에 어디 인터넷에서 짤로 돌아다니는 비빔면 레시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빔면 소스를 직접 만들 때 우스터 소스가 필수이다. 진짠가 싶어 만들어봤더니 꽤 그럴 듯 했다. 그 덕에 우스터 소스의 맛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요리에서도 요긴하게 쓰고 바깥에서 식사를 즐길 때도 우스터 소스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할 때가 많다.
요리하면 재료이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가끔 냉장고에 오뎅이 없어서 오뎅 없이 떡볶이를 할 때가 있다. 오뎅이 없으면 아무리 멸치, 다시마를 잘 우려도 그 맛이 안 난다. 가끔 대파가 없어서 대파를 안 넣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재료가 없는게 아니더라도 조리 과정에서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정확히 알 수 있기에 요리를 하면 각 재료가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배우게 된다.
요리를 하면 조리 과정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예전에 백종원씨였나 어떤 요리 전문가였나 하는 사람이 튀김을 먹어보고 이건 몇도에서 튀기고, 몇도에서 다시 튀겼다 하는 내용을 말하니 주변 패널과 댓글 반응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놀라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난 그 반응이 놀라며 ‘아니 그걸 왜 몰라?’ 하다가 튀김을 안 해봤으면 모를 수 있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무언가를 종종 튀겨본 사람이라면 ‘그걸 왜 몰라?‘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하면 자연히 그 맛을 내기 위해 어떤 조리과정이 거치게 됐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서인지 레시피를 안 보고 요리를 종종 하고는 한다. 먹어본 요리들의 맛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상상하고 재료와 조리과정과 조미료를 선택하고 요리를 하면 도전과 탐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맛을 더 잘 즐기기 위해서
내가 음악을 들을 때 그렇다. 음악을 만들지 않을 때도 음악을 무지 좋아했고 즐겼지만 연주와 음악 창작에 대해 알아갈수록 음악을 듣는 즐거움의 층위가 깊고 넓어졌다. 피아노를 치기 전에는 그 섬세한 터치와 미묘한 리듬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전혀 못 느낀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의 재미를 온전히 뽑아내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창작에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신스 중독, 사운드 디자인에 집착하는 사람인데 실제로 사운드를 계속 만들다보니 음악가가 만든 사운드에 들어간 손길들을 하나하나 느껴보며 그 즐거움에 빠지고는 한다. 오,,,, 여기서 필터를 이렇게 조져? 디스토션에 인벨롭을 걸었나? 좋다,,, 아니 여기서 분명 두개의 사운드의 주파수 대역이 겹치는데 이렇게 우아하게 컴프레싱을 걸어? 아니 컴프레싱으로 이게 되는가? 뭘 더 한거지? 이런 식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앞서 요리를 하며 배우는 맛의 형성에 대한 지식은 맛을 즐기는데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우와 이 집은 대파향을 이렇게 쌔게 살리니 자신들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는구나! 여긴 단가, 조리 시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이런 조미료와 냉동 식자재를 사용했지만 정형적인 맛을 정확하게 살려내어 싼 가격에 이런 음식을 만들어냈구나!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즐기는 재미가 한층 깊어진다.
공학도로서의 즐거움
분자 요리라는게 있다. 조리 과정의 화학적, 물리적 반응을 연구해서 조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맛의 형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조리법을 탐구하는 분야다. BBC 다큐인가에서 보면 어디 과학자가 실험실 장비로 요리하고 그런거 있는데 보면 웃긴다. 이 분자 요리가 새로운 조리법에 대한 탐구의 목적도 있지만 가정에서 요리할 때 조리과정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시스템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위의 대용량 파스타의 경우 처음에는 그냥 후라이팬데 소스를 데운 다음 면을 넣어 약간 볶고 먹었는데 향미가 부족했는데 소스를 데우기 전에 약간의 올리브 유에 마늘(냉장고에 있다면 베이컨 추가)을 볶고 난 다음 소스와 파스타를 데우면 그 향이 훨씬 좋다. 분명 소스에 마늘이 들어가지만 실제로 마늘을 오래 끓일 때는 그 향이 소스에 은근히 묻어나지만 올리브유에 볶게 되면 기름과 마늘위 휘발성 향이 함께 기화되어 공기에 퍼지게 되어 그 향이 강조되게 된다. (쓰고보면 분자 요리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잘 모르니까 누가 나한테 Modernist Cuisine 사주라. 넘 비싸 ㅠㅠ)
베이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왜 샤워도우는 맛이 다를까? 내 스콘은 왜 안 부풀까? 내 케익 시트는 왜 안 부풀까? 휘핑을 할 때 과하게 하면 안 되는 이유? 왜 반죽을 하고 접기를 하는거지? 오토리즈는 또 왜? 빵은 왜 예열한 오븐에서 구워야하는걸까? 이런 질문들을 대한 지식은 경험에서 배울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배우고 난 이후에 베이킹의 결과를 보며 조리 과정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지속적인 변인 통제로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 또한 즐겁다.
창작의 즐거움
집에서의 요리를 제약된 환경을 만든다. 예산의 측면에서의 제약도 있지만 보통 가장 큰 제약은 당장 있는 재료이다. 아까 떡볶이 예시에서 집에 오뎅이나 대파 없이 떡볶이를 할 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집에서 요리라는게 그렇다. 인터넷을 찾으면 나오는 레시피를 항상 준비하고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집에 어떤 재료가 없거나 비슷한 재료가 있을 때도 그냥 있는 재료롤 대충하기도 한다. 귀찮아도, 없어도 먹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럴 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아 대파가 없는데 걍 깻잎 있는거라도 넣을까 하다보면 꽤 재미있는 맛이나고 그 과정에서 창조가 일어난다. 물론 인터넷 찾아보면 다 있는 레시피다. 뭐 있으면 어떤가. 어디 학회에 내가 최초로 했다고 출판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만들었으면 내가 창조한거지.
가끔은 그냥 본능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피자를 만들고 남은 소스에다 김치를 넣고 볶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렇게 토마토 김치 두부를 해먹었는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상상한 그 맛이 그대로 났다. 아까는 요리를 제약된 환경에서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그것보다 나의 대지 위에서 하는 일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내 삶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재료들의 대지에서 요리가 탄생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토양을 더욱더 풍성해지고 나만의 즐거운 영토가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표현이 나오고는 한다.
아래는 토마토 두부 김치
소비가 아닌 창작으로 표현되는 취향
이 시대의 취향이라는 것은 소비로 형성된다. 자신의 사는 옷, 듣는 노래, 가는 장소 같은 것들로 자신을 표현하는게 당연한 시대이지만 난 그런게 재미없다. 바로 저번 글에도 썼던 것처럼 음악을 만들지 않는 DJ는 재미없고 창작을 하지 않는 힙스터는 그저 고위힙스터를 위한 반사판에 불과하다.(고위힙스터는 더이상 힙스터라고 불리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요리는 정말로 좋은 창작 활동이다. 요리는 Ctrl-C, Ctrl-V가 불가능하기에 온전한 재현이 아닌 개별적 창작이 언제나 요리에서 이루어지며 누가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그 피드백이 즉각적이며 세상에 내놓겠다는 큰 포부 없이 자신의 창작물을 쉽게 즐기고 평가할 수 있다. 또 매일하는 활동이기에 경험과 취향을 쌓아나가기도 좋은 활동이다. 정말 최고 아닌가??? 다들 요리를 하자!!!
맛의 여정의 시작
내 요리의 대지 위로 해와 달이 지나다보면 내 대지는 어느새 다양한 향미와 선명한 맛의 취향을 담게된다. 그 순간 나의 대지는 나의 요리만을 싹틔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맛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요리를 먹으며 요리를 한 사람의 섬세한 손길을 상상하고 그 손길을 이끄는 요리사의 성격과 감정을 상상하기도 하고 쓰인 재료나 조리법을 생각하며 요리사의 출신 지역, 즐겨보는 레시피북(혹은 유튜브)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다른 지역의 요리들을 먹으며 내가 쓰던 재료의 상상도 못한 새로운 활용법이나 생소한 재료의 맛을 즐기며 다른 맛의 세계를 여정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 소풍을 갈 때 친구들과 김밥을 바꿔 먹으며 각자의 개별적인, 하지만 온전한 맛의 세계를 탐방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요리이다. 내 요리의 대지에 쌓인 나의 맛 취향은 남과 구별된 특별한 나를 구축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설탕이 단맛을 낼 뿐만 아니라 다른 맛의 살리고 새로운 맛을 살리듯이 나의 취향은 나의 대지는 이 세상의 여행할 때 즐거움을 살리고 더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나의 영토로의 초대
나의 영토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행지가 된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내가 해주는 요리는 나의 영토로의 초대이다.
아래는 오늘 여친이 놀러와서 처음 시도해본 바지락 칼국수와 겉절이, 그리고 딸기 셔벗이다. 칼국수를 워낙 좋아해서 직접 만들어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잘 나와서 매우 행복함. 겉절이도 처음해보는데 꽤 재미있다.
무엇이 맛있는가
그래서 넌 어떤게 맛있는데? 질문을 종종 받기에 짧게 고민해본다.
기초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신선한 재료이다. 너무 당연한 걸 곰곰이 생각해본 적 있는데 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썩은 음식을 먹을 때 헛구역질 하는건 그냥 유전적으로 결정난 이야기다. 상한 음식을 먹을 때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해야 더 오래 살아남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선한 것을 좋아한다.
밸런스도 중요하다. 너무 과한 건 싫다. 이게 너무 주관적인거라서 쉽게 말 못하겠지만 내 취향으로 말하자면 많은 식당의 제육은 너무 달다. 엽떡은 터무니 없이 매운 맛이 강하다. 한국의 후식인 볶음밥은 너무 조미료향이 과하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신전떡볶이는 한국의 맛의 역작이라느니, 크리스피 도넛의 단맛은 끝장난다고 하니 남에게 밸런스니 뭐니 말하기가 어렵다.
사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엄마의 요리이다. 엄마의 요리가 나의 취향을 결정한다. 앞서의 떡볶이도 그렇지만 내가 하는 많은 요리들은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들이다. 엄마가 하니 나도 따라하는 것도 있겠지만 엄마가 해준게 맛있는데 밖에서는 그 맛을 못 즐기니 내가 하는 것이다. 사실 무엇이 맛있다 맛없다 라는게 매우 주관적인건데 그 주관이라는건 대개의 경우 어릴 때부터 즐겨오던 맛의 경험에서 오는거라고 대충 상상해보면 엄마의 맛이라는건 절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걸 조금 더 생각해보면 엄마의 요리라는건 그 가족이 사는 지역의 특산물, 특색, 조리법이 이어지기도 하고 가문의 특색이랑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가족의 지향(웰빙, 지속가능한 소비 같은거)도 요리에 담기게 되고 그것이 나의 취향이 되는 것이다.
여담으로 예전에 동료에게 엄마의 요리가 맛의 취향을 결정한다고 말하니 동료가 질색을 한다. 자기는 어릴 때 소고기가 싫었단다. 맨날 가족들과 소고기를 먹으면 소고기를 바짝 익혀서 먹는데 그렇게 익힌 소고기가 너무 질겨서 싫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고 대학 선배가 사준 덜 익힌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었단다. 그러면서 ‘너희 어머니는 요리를 잘해서 그런 말이 나오겠지만 우리 엄마는 요리를 못해서 너 말에 공감할 수 없어!’라고 하니까 딱히 할 말이 없어지더라.
번외 1. MSG 조미료는?
기본적으로 MSG 조미료를 좋아한다. MSG의 유해성이니 뭐시기는 관심도 없고 나도 조미료를 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밖에서 요리를 먹을 때 먹게 되는 조미료 범벅 요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맛 밸런스 측면에서 너무 조미료 맛이 과해서 싫어하기도 하지만 조미료를 쓰면 너무나 맛이 너무나 조미료 중심으로 변해버린다. 아무리 사골과 양지사태를 오랜 시간 정성들여 우려서 설렁탕이나 곰탕을 만들어내도 조미료를 넣으면 그 오랜 노력이 잘 느껴지지 않으며 다양한 재료를 풍성히 넣어도 조미료를 넣으면 그 맛들이 가려진다. 그렇게 조미료가 두드러지다보니 어느새 사람들 맛 취향에 합의가 생긴 것 같다. 조미료 맛이 나는 것이 맛에 가장 중요한 요소! 그리고 업장 입장에서 최대한 적은 재료와 시간을 들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드려다보니 조미료 중심의 요리를 주로 먹게 된다. 이게 결국 시장 최적화이자 상품화, 표준화의 과정이다. 표준화된 요리가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건 순전히 음식을 섭취하기 용이하기에 좋아하는거지 즐거운 활동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MSG 조미료인 다시다와 미원 중에서는 미원을 훨씬 선호한다. 다시다는 진짜 꼭 써야하는 경우에만 쓰고 미원은 기분에 따라 쓰고 싶을 때 쓴다. 다시다를 한번 써버리면 그 요리는 다시다맛 요리가 되어버리고는 한다. 미원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나마 향이 다시다에 비해서는 중립적이다.
내가 조미료를 안 쓰는건 아니다. 저번에 마파두부 만들 때만 해도 이금기 삼신기(굴소스, 두반장, 고추기름)을 써서 만들었다. 물론 맛도 내 취향이다. 참고로 아래의 난을 버터의 굽냐 마냐로 고민했는데 놀랍게도 버터랑 마파두부가 잘 어울린다. 아래 토마토 소고기 스튜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요리인데 레시피 몇개 훑어보고 여자친구 취향을 고려하여 여러 채소와 재료들을 오랜 시간 끓였더니 무척이나 맛있는 스튜가 나왔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나랑 맛 취향이 비슷하여 좋아한다. 조미료를 안 넣고 큰 솥에 크게 끓였다보니 먹을 때는 작은 냄비에서 다시 끓여 조미료를 치고 먹는데 설탕과 소금의 양을 달리 해보기도 하고 치킨 스톡을 넣어보기도 한다. 설탕과 소금을 취향 것 넣으면 다양한 야채의 향이 어우러지며 풍부한 맛이 났는데 치킨 스톡을 넣으니 맛있기는 한데 야채 향을 다 죽고 그냥 식당에서 먹던 평범한 향이 나더라.
번외 2. 돈 없다는 건 구라
사실 돈을 아끼려고 요리하는거라고 말하지만 하는 짓을 보면 구라에 가깝다. 여자친구 맛있는거 먹이겠다고 온갖 재료들 펑펑 사는 것도 그렇지만 1주일 전에 키친에이드 스탠드 믹서와 푸드 프로세서를 사는 마당에 절약은 무슨 절약인가,,,(나에게는 싸구려이긴 하지만 잘 동작하는 스탠드 믹서가 있고 푸드 프로세서는 알겠지만 원래 자주 쓰는 주방 가전이 아니며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도 없다). 이 두녀석들의 가격을 보면 절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아래의 사진의 봐라. 반죽기가 너무 예쁘지 않은가? 중고로 사려고 매물을 보니 한국 사람들은 가장 키친에이드스러운 엠파이어 레드를 안 사고 흰색, 핑크색, 메탈색 같은 걸 주로 사는데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새거 사버림 ㅋ. 어릴 적 어머니가 빵이 구워주실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