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o is a dodo is a dodo is a dodo

내 블로그의 이름은 Dodo is cat이다. 블로그 이름을 지을 때 이런 저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냥 dodo로 할 수만 있었다면 큰 고민 없었겠지만 그 주소는 이미 누가 쓰고 있었고 다른 주소로 하려고 하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었다. 사실 도메인 이름이라는 것은 그 블로그의 성격을 보여줘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블로그를 할 때 목적의식이 아주 분명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코딩 블로그나 만들어 취직에 도움이나 되길 바랬던 것 같은데 지금 블로그 글을 보면 코딩은 온데간데 없고 잡다한 뇌내망상 뿐이다. 저번 글에도 썼지만 코딩에 대해 쓰려니까 딱히 쓸게 없다. 요새 뭐하고 있는지 쓰려고 하니 귀찮고 별 의미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다른 블로그처럼 설명글 쓰려고 하니 더 귀찮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면 일단 논문부터 쓰지 여기다 올리기도 좀 웃기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결국 코딩 글은 없고 일기만 가득하다. 어쨌건 그런 꼬라지니 도메인 이름 정하는건 여간 까다로운게 아녔고,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로 했다. 도도는 고양이에요!

왜 고양이냐라고 묻는다면 고양이가 좋아서다. 고양이는 멋있었다. 홀로 어둠 속을 도도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이 멋있었다. 고양이는 도시의 어디든 다닐 수 있다. 담장, 옥상, 하수도 등등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존재다. 고양이는 항상 위험에 직면해있다. 천적으로부터, 또 사람으로부터 위험이 있지만 보통은 빠른 몸동작으로 위험을 피해간다. 고양이는 항상 도도하면서 귀여웠다. 나는 언제나 그런 고양이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별로 고양이가 되고 싶지 않다. 여전히 고양이가 좋지만 예전처럼 나(도도) - 고양이 도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Dodo -> cat이라고 했을 때 도도가 상기시키는 이미지는 cat의 이미지에 포함되어야 할까? 그렇다면 도식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dodo의 이미지 중 cat에 포함되는 이미지가 있을 때 그 dodo라는 인간에서 고양이로의 변환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일까? Dodo의 이미지 중 cat의 이미지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할 것인가? 여기서 cat의 이미지는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도식의 연결고리가 엉성하다.

Dodo is a cat은 종결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의 예시에서는 고양이를 향한 종결이 중점이었지만 사실 도도라는 종결점으로 고양이를 가져다 붙이는 방식도 있다. 문제는 그 수식 구조가 만들어내는 흐름은 단방향에 가깝고 일시적이다. 다시 말해 재미가 없다. 조금 더 재미있는 문장이 필요하다.

순환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에셔의 그림에서처럼 처음과 끝은 이어지고 그 흐름은 무한히 상승하는 구조. 전경이 후경이 되고 후경이 전경이 되는 메타 의미. 요소들 간의 관계 맺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의미. 이런 것들을 원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보다가 읽고 말았다.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 정말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이다. 처음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오… 정말로 놀랐다. 짦은 문장에 [rose, is, a,] 이 세개의 단어의 순환만으로 멋진 문장을 만들어냈다. Rose가 rose라고 하면서 rose와 rose는 다르다. 매번 읽을 때마다 rose는 또 달라진다. 그리고 문장은 4번의 rose로 끊기지만 rose는 종결이 아닌 연속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연속의 끝은 각 개인의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5번을 누군가는 100번 rose들을 만들어낸다.

좋은 문장에 대해 많은 말을 하는 건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냥 dodo is a dodo is a dodo is a dodo에 대해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미에 대한 문장을 보고 바로 rose에 dodo를 넣어보았다. 정말 내가 바라던 문장이 그대로 나와버렸다. 문장은 매우 간결하며 그 구조는 명확하고 또 그 끝을 담고 있지 않다. 끝과 시작은 이어져 더 이상 끝과 시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미는 한정적이지 않다. 첫 도도는 다음 도도와 다르며 그 도도는 또 그 다음 도도와 다르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모두가 연상하는 도도의 의미는 다르며 그 의미 연상의 연쇄는 각자에게 다르게 나타나며 이 문장은 그 연쇄를 유도한다. 이 연쇄 고리의 길이는 정말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나의 에너지의 크기에 비례한다. 이 문장은 연쇄를 촉발시키는 trigger이며 연쇄의 장이다. 연쇄는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 도도의 관계는 자유로우며 사슬이 아닌 그물을 이룰 수도 있다. 그 연쇄는 단순한 의미의 연장이 아닌 에너지의 흐름을 담고 있다. 그 확장의 양태를 내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줄 수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문장이다.

Dodo is a dodo is a dodo is a d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