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일기 - 22년 6월 셋째 주말

(2 Live Crews - Do Was Diddy) (딱히 들을 필요는 없지만 궁금하다면,,,)

(Pink Floyd - Shine On You Crazy Diamond)

친구가 주말 어떻게 보냈냐고 묻길래 “파주, Drink, 왕릉, 인천, drink, modeci, walk around, temple, 일산, drink” 이라고 답했다. 꽤나 빡빡한 주말이다.

내 라이프 스타일과 차는 아주 잘 어울린다. 매우 즉흥적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차를 진작에 구매했을 것이다. 맨날 자정에 어디 가버리니 차도 안 막히고 좋다. 이번 주말 도파민의 시작인 파주도 당연 밤 12시에 차를 끌고 간 것이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파주삼릉에 갔다. 왕릉은 참 웃긴게 왕릉을 솟은 고지대에 만들어놓고 그 주변에 울타리를 쳐서 실제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저지대에서는 왕릉이 보이지 않는다. 뭐 꼭 볼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대단한 무언가를 보고 싶은게 사람 마음 아닌가. 뭐 나름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파주삼릉에는 산책 코스가 있는데 사람도 적고 길도 꽤나 길고 아름답다. 되게 다양한 새들이 지저귀는데 함께 걷던 친구가 무슨 새일지 궁금해했다. 새잠 같은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할 것 같다. 아쉽게도 근처에서 무슨 축제가 있어 축제 스피커 시스템으로 전달되는 퍼커션 소리와 사람 목소리가 계속 들려 온전한 숲의 경험을 하지 못 해서 조금 아쉬웠다.

파주삼릉 옆에 공릉 저수지도 돌아가는 길에 지나봤는데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저수지 바로 옆에 논밭이 있고 주변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어서 편안하고 온전한 컨텍스트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지만 시간이 없어 많이 다니진 못 했다.

그러고 인천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아울렛에서 테크노 신발을 사고 서울로 복귀해서 술을 마신다. 어쩌다 상수리라는 바를 자주 가게 되는데 마음이 그렇게 편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상수리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건 물론 좋다. 상수리에서 일찍 자리를 끝내고 모데시에 가서 또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소주한병을 언제나처럼 길에서 꽂고 춤을 춘다. 그리고 간만에 FF를 가봤는데 역시나 끔찍한 곳이다. 노래도 별로고 사람들도 별로다. 알고는 있었지만 같이 있던 친구가 락과 메탈을 울부짖으며 FF 타령하길래, 그래 한번 느껴봐라 하고 데려갔더니 친구도 매우 실망하고 축 쳐졌다.

친구집 돌아가서 자고 다음날 엽떡을 먹는다. 친구랑 술 먹다가 엽떡이 맛있니 마니 해서 먹어봤는데 역시나처럼 맛없다. 같이 느긋하게 칠링하며 음악을 듣다가 친구가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 앨범을 튼다. 핑크플로이드는 종종 들었지만 저 앨범은 정말 한동안(한 6년?) 듣지 않았다. 안 듣던 오랜 기간 여러 다양한 음악을 듣고 다시 핑크플로이드로 돌아오니 나오는건 감탄과 경외 뿐이다. 친구랑 둘이서 그 긴 곡들을 들으며 같은 타이밍에 신음(?), 탄식을 내뱉는데 되게 귀엽고 로맨틱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메탈을 틀었고 거기에 뭐 푸시니 마더퍼커니 하는 가사만 들리길래 2 Live Crew의 Do Wah Diddy를 틀어줬다. 이게 그 유명한 Parental Advisory가 처음 붙은 음반이다. 뭐 골자는 이렇다.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저급한 가사를 미친듯이 내뱉는 플로리다 힙합인데 꽤나 쉽고 중독성 있게 부른다. 심지어 Do Wah Diddy 멜로디를 그대로 쓰니 얼마나 친숙하지 않은가? 잘은 모르겠지만 당시 청소년들이 많이 따라불렀을 것이다. 그 꼴을 본 미국 부모들의 마음이 쉽게 공감간다. 그래서 검열을 하니마니 하는 법적 공방이 뮤지션, 레이블과 Tipper Gore를 필두로 한 Parents Music Resource Center(PMRC) 사이에서 벌어졌고 결국 Parental Advisory 딱지 붙이는 걸로 합의가 됐다. 친구랑 이 노래를 듣는데 웃기고 기록에 남기고 싶은 감상을 남겼다. 첫번째 파트에서 보석을 주면 뭐 해주는 여자가 있어서 돈을 주고 성 서비스를 받은 후 그 여자를 패고 다시 돈을 돌려받았다는 가사가 있는데 여기에 친구가 ‘이건 공정 거래가 아니잖아! 그래서 이 노래가 그 당시에 사회에 논쟁이 되고, Parental Advisory 딱지를 받은거야?’라고 말한다. 물론 비꼬는 농담이다. 친구의 말이 너무 웃겨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고 도파민 일기를 쓰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친구가 자신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같이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그 일련의 프로젝트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는 항상 나에게 누구와 함께하는지, 자신의 친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로보며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나 또한 굳이굳이 따져보면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명시적으로 말해본 적이 없고 생각도 해본 적이 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함께해왔던 친구들과 어떤 교류를 했는지 생각해본다. 그들이 가진 시선과 생각들, 그리고 각자가 가진 멋진 부분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친구들과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같이 밤 산책을 주로하며 도시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던 친구, 만나면 술을 주구장창 마시면서 돈 버는 이야기와 주식 이야기를 주로 하는 친구, 또 만나면 주구장창 술을 마시며 우정의 소중함과 똑똑함과 빛나는 것일 이야기하는 친구, 술을 마시면서 종일 음악을 같이 듣는 친구, 같이 숲을 다니고 드라이브하면서 음악에 같이 머리를 흔들던 친구,,,, 말하자면 끝도 없다. 각 친구들 마다의 생각과 삶을 대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 사이의 활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친구랑 헤어지고 옥동집에 곰탕을 때리러 가려했으나 이미 마감을 한 지라 지나다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가 매우 맛있었다.

에너지가 남아돌아 혼자 북한산 자락에 절에 갔다. 서울이지만 되게 깊은 숲에 가서 소리를 듣는다. 조용하지만 온전한 자연은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근처길래 친구 집에 차로 데려주다가 또 술을 마신다. 친구는 여러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친구의 독특한 배경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즐거웠다. 이야기 하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약간 정신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억지로 따라가지 않고 들으며 그 독특한 세계에 빠져들어본다.

이렇게 주말을 보내면서 약을 전혀 먹지 않았다. 처방 받은 데파코트를 먹으면 조증이나 우울 증상이 줄어드는데 그 효과가 꽤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라 나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내 변화를 쉽게 알아챈다. 술을 마시다보니 주말에 안 먹었는데 당연 조증 한번씩 왔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지만 약을 먹어오다보니 이제는 조증인 상태와 편안하고 안정적인 상태가 쉽게 구분 가능하고 느껴진다. 그 덕에 약을 안 먹더라도 내가 조증이 온 것을 쉽게 인지하고 그 들뜨는 기분을 조금씩 완화해보려고 해본다. 호흡을 느껴가며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어보고, 내가 조증이 온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나와 친구한테 말하고, 내가 과하게 반응하고 행동할 때 내가 지금 뜰떴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러고는 그 행동을 안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지금 이런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이것만으로도 꽤나 사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조증 후에 오는 우울도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우울이 오더라도 우울도 같은 방식으로 대해준다. 그렇게 지내니 꽤나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물론 너무 많이 돌아다녀 몸은 좀 피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