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투표...

 

그냥 요새 선거철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난리다. 이번 지방 선거 때 최대 8장의 투표지에 도장을 찍는 지역도 있다는데, 그런 곳에서는 정말 인물을 보고 찍기는 어렵다. 남는건 조그마한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버릴 것 같은 정책과 당, 그리고 외모와 성별 말고는 없지 않은가? (뭐 요즘도 동네 고깃집에서 뭐 사주는 것 같긴 하던데…)

뭐 그건 그렇다 치자. 평소에 아무것도 모르다가 투표하기는 정말 싫다. 난 정말로 내 손 안에 주어졌다는 주권을 믿지 않는다. 투표를 통해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내 주권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사실 주권은 다수에 의해 행사되는 것이지 한 표에 의해 행사되는 것이 아니다. 다수에 의해 당선이 된 순간 이 사회에서 소수 의견은 뭉개지고 무시 당할 뿐이다. 이 다수 의견이 선인지 옳은 지를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더 문제시하고 싶은 것은 이 다수 의견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선거철 시도 때도 없이 발표하고 또 입 바른 말 한다. 또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찾아낸다. 언론은 정부한테 또 삼성한테 검열 받고 기사를 쓴다. 여론조사는 매번 수행하며 매번 잘못됐다고 서로 소리치지만 한번도 그 과정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 포털 사이트에는 댓글 조작이니 뭐니하는 것이 판친다. 온갖 집단에서 댓글 조작을 하고 있는데 마치 자신이 지지하는 쪽은 그런 짓을 안 할 것이라고 믿는다. 모두가 인물에 대해 떠들어대지만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게 투표를 한다. 그리고 사회는 떠들어댄다. 성스로운 주권 행사라고… 모두가 믿고 있다. 자신의 주체적 이성을 지니고 있다고. 또 자신이 누구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그냥 자신의 이득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신의 부동산, 보조금, 세금 등등을 보고 투표를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투표를 안 한다고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웬만해서 무투표가 자신의 투표를 무게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도저도 없는 선의지니 도덕이니 주권 행사니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자신의 지역과 자신의 부모, 주변 환경, 그리고 티비와 인터넷에서 배운 것, 불완전한 기억, 그리고 자기의 이득을 짬뽕으로 한 괴이한 자기 믿음일 뿐이다. 그 괴이한 자기 믿음으로 투표해라. 그리고 타인이 그 괴이한 믿음을 가지고 투표하기 싫다는 것에 성스러움이니 민주주의니 토 달지 마라. 어쩌면 그 성스럽다니 뭐니하는 이야기가 더 끔찍한 투표를 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효표니 그런 쓰잘데기 없는 감상을 떠들어대지 마라. 투표 따위는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니까.

이런 식의 강한 주장을 떠들고나니 한 발자국 물러서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날 죽이려들테니까. 그냥 당신이 뭘 믿든 그게 옳든 말든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더라고 당신을 내 멋대로 생각할 뿐 티내지 않겠다. 하지만 나한테 무언가를 주장한다면 나는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줄 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 OS 공부를 하는 것이 내 삶을 더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