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실패

요새 요리에 빠져서 이것저것 요리 해보고 있다. 그냥 인터넷에 보이는 이런 저런 레시피를 대충 읽고 비스무리하게 따라하기만 했지만 요리들이 제법 맛있었다. 평소에 입맛이 조금 까탈스러운 내가 직접 맛을 찾아간 다는 즐거움에서인지 요리를 자꾸하게 되고, 평소에도 음식 갤러리 같은 곳을 들어가며 새로 만들어 먹을 요리가 있을 지 찾아본다. 

그런 요리를 하면서 나에게서 정말 뜻 밖의 모습이 찾았다. 내 요리를 룸메나 손님에게 대접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정말로 흐뭇함을 느끼는 것이다. 평소에 내 성격을 알다시피 나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일에는 1도 관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타인이 즐겁게 내 요리를 먹는 것에 기뻐하고 또 타인이 내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을 보기 위해 먼저 요리를 하는 내 모습이 정말로 놀라웠다.

룸메가 밤에 다른 사람이랑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 룸메가 술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내일 숙취에 고생할 룸메를 위해 죽을 해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룸메가 숙취에 힘들어 하면서도 내 죽을 기쁘고 먹고 감사할 모습을 상상하니 얼른 죽이 만들고 싶었고 집에 여러 재료를 생각하며 끓일 죽을 상상했다. 당장 있는게 야채들 뿐이니 야채죽을 하기로 했고 집에 있는 여러 채소들을 다지고 볶고 또 밥을 불렸다. 그리고 죽을 끓이는데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나는 이 냄새가 아까 가스레인지에 흘린 죽이 타서 난다고 생각하고는 무신경하게 죽을 계속 끓였으나 냄새가 점점 심해지고 무언가 이상한 사태를 감지한 나는 죽을 끓이기를 중단했다. 그러고 냄비를 확인해보니 냄비 바닥에는 죽이 새까맣게 타있었다. 눌러붙지 마라고 계속 저어줬지만 아마 처음 불세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아… 죽에서는 탄 향이 계속났고 나는 정말로 슬퍼졌다. 내일 룸메가 죽을 기쁘게 먹으면서도 그 맛에 실망할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물론 괜찮다고 말해주겠지만 정말로 슬프다. 아…

죽을 엄청 많이 했는데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이 죽을 창 밖에 던지고 싶다. 그러면서 이런 일에 우울해하는 나 자신에게 놀란다. 새벽에 정말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