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가 나의 욕망을 불지르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준비하는 밴드에 보컬이 없는데 니가 보컬을 배워서 밴드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는 이야기였다. 듣는 순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노래를 못 한다는 사실은 만천하가 알고 있다. 그리고 내 발음은 나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다. 당연 나는 친구의 제안(인가?)을 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그리고 내 노래 엉망인 건 알잖아?라고 덧붙였다. 친구도 당연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맨날 길 가면서 노래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친구는 내가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을 알면서도 제안을 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프런트맨으로 서면 밴드 매우 잘 팔릴 것 같다고 생각한단다. 나의 평소 그럴 듯한 언행과 약간의 먹물, 그리고 돌발적인 미친 짓은 프런트맨 역할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 했다. 그 말을 듣는 그 순간 나의 상상력을 힘차게 굴렀다. 내가 락밴드의 프런트 맨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어울린다. 무대 위에서 미친듯이 춤추고 괴악한 짓만 골라서 하고, 그러면서 관객의 시선을 즐기고, 그 환호를 재료 삼아 미친듯이 자기애를 키우고 더 미친짓을 하고 무대를 구르고 뛰고 또 헛소리를 늘어놓고 자기애에 빠지고… 너무 잘 어울린다. 노래를 못 한다는 것만 빼면… 무대 위에서 나는 분명 Dr.Frank’n’Furt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라이브 공연 때 한번 프랭크 박사 코스프레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자 남자 한명씩 양쪽에 끼고 밤을 보낼 것이다. 또 어느 날은 잡지사와 인터뷰를 할 것이다. 질문자의 문화 지식을 대충 가늠해보고 어떻게 야부리를 털지 결정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원하는 대로 입을 털어댈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온갖 재담을 늘어놓을 것이다. 대중을 유혹하려고 미친듯이 안달났을 것이다. 입술은 예쁘게 눈을 진하게, 동작은 우아하게, 노래는 과격하게. 그 모든 것들은 오직 대중을 유혹하기 위해서 다듬어질 것이다. 인기를 위해서는 무슨 짓거리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나는 언제나 쇼맨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도이며 도도는 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