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2023

후지의 재미있는 모습들

캠핑 팁

봤던 공연들

좋은 음악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고 생각한다. 뭐 발라드에 대가리 흔들고 있긴 웃기니 다른 기준으로 말하면 잡생각이 안 들고 음악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그걸 로그인 한다고 표현하고 로그인 실패 혹은 로그인에 걸린 시간으로 공연에 만족도를 표현한다. 짧게 지나가면서 5분 정도 본 공연들은 적지 않는다.

1일차

IDLES

로그인 : 3분 19 처음으로 본 메인 스테이지 공연. 좀 뒤늦게 간 지라 다 보진 못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라이브 사운드가 좋더라.

Yves Tumor

로그인 : 실패 20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막상 라이브 사운드는 최악. 공연장인 Red Marquee 사운드가 약간 이상하기도 한데 의도하지 않은 오디오 클리핑이 매우 거슬림. 라이브 밴드 사운드이긴 한데 원래 곡 자체가 디지털 기반 사운드다보니 어색한데 썩 맞지도 않음. 키가 다르고 노래 실력도 영,,, 근데 Yves Tumor 모두가 알다시피 진짜 섹시하다. 젠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대중 문화의 최전선에 서있는게 보인다. 좀 더 대중 지향이며 비주얼 중심이다 보니 관객에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고 미디어 세대답게 촬영 카메라에 되게 집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스크린에 라이브 모습을 쏴주지도 않는 공연장에서 그래야 했을까 싶다.

Cory Henry

로그인 : 3초 소요 21 스테이지 가까워 질 때부터 들려오는 펑크 사운드에 몸이 절로 움직인다. 워낙 좋아하던 사람이고 라이브는 환상적이었다. 저절로 움직이는 몸.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신났고 코리 헨리는 마지막 꼭 끝나자마자 나 노래 더 할꺼라고 소리 질러버린다. 운영측에서도 제지하지 못할 정도의 열정이 가득한 공연장이었다.

Yo La Tengo

로그인 : 10분 22 엄청 보고 싶었던 공연이나 체력 바닥… 하지만 연주는 훌륭. 하지만 대만족. 처음에는 미친듯이 걸려있는 기타 페달과 노이즈 사운드가 너무 자기 도취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어느새 그 사운드에 빠져든다.

Denzel Curry

로그인 : 5초 23 너무 힘들어서 그냥 쉬러 가는 길에 들러 잠시만 보자 했지만… 그 폭발적인 목소리와 몸짓에 감탄함! 워낙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냥 인자강 중에 인자강이다. 사실 더운 날 1시간 이상 공연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이 인자강이라고 생각하는데 덴젤 커리는 그들을 아득하게 뛰어넘는다. 주먹질 하는 듯한 랩과 공중 날라차기 같은 동작들… 대단하다

Strokes

로그인 : 1시간 사실 스트록스 보러 후지 간 거 였는데 공연은 약간 실망스러웠음. 스트록스 사운드가 라이브랑 스튜디오 버전이랑 다를게 없고 줄리안이 노래는 진짜 잘 불러서 음악은 정말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진짜 그냥 편안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줄리안이 퉁퉁해지고 뭔 이상한 헬스 장갑 같은 거 한손에 끼니 미국에서 매일 보는 정비소 아저씨 같았다. 톤앤매너라고 하려나 그런건 그 쿨한 줄리안이지만 겉모습은… 없구… 정비소 아재 몸에 갇힌 줄리안이… 그래도 어릴 적 1집을 핫트랙스에서 사면서 혹시 너무 야해서 애새끼한테 안 팔지 않을까 걱정하고, 매일 밤마다 시디플레이어로 재생해서 듣던 그 스트록스라서 보다보니 멋있어보임. 줄리안이 뭔 킹타령하고 백룸 여자타령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역시 니가 짱하고 납득하게 됨

Ryoji Ikeda

로그인 : 1초 내가 요즘 하고 싶은 음악이랑 관련 있어서 배우기 바빴음. 딱히 말하지 않으련다. 최고

Vegyn

로그인 : 실패 라이브로 뭐 하는데 그냥 그랬음

Overmono

로그인 : 3분 24 DJ 셋 때릴 줄 알았더니 라이브셋이었다. 둘이서 쿵짝대는데 무대가 높아 뭘 만지는지 정확히는 못 봤지만 909를 실시간으로 만지고, 패치케이블이 있는 녀석을 만지는데 아마 신스 모듈 중에 Function 계열과 이펙트 계열들을 만지는 듯하며 에이블튼 푸시류의 뭔가를 실시간으로 만지는데 흔한 말로 DOPE다. 그냥 의리로 보러 갔다가 대박

EY∃ × COSMIC LAB

로그인 : 1분 오버모노 보고 술 좀 마시면서 사람들이랑 떠들고 놀다 텐트에 돌아가려는데 어디 안철순에서나 들려오는 뭐시기저시기코어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어 역시 이 밤에 빠질 수 없는건가 하고 듣는데 매우 좋다. 뭔가 싶어서 확인하니 Boredom 멤버더라. 명불허전. 실시간으로 모듈레이션을 거는데 매우 훌륭함. 한국에서 맨날 듣던 뭐시깽이코어랑 급이 다름. 듣자마자 광기의 댄스를 추다가 몸이 소리 질러서 참음.

씻고 자니 6시반, 근데 해가 뜨거워 텐트가 온실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9시에 깸 ㅠ

2일차

Weyes Blood

로그인 : -200일 25 나중에 뜬 라인업에 등장한 와이즈 블러드! 내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을 준 뮤지션! 너무나 아름답다. 저번 앨범 컨셉대로 흰 드레스를 입고 하늘하늘 춤추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오! 나의 여신님! Wild time을 안 불러줘서 아쉽. Vunerable한 여성들과 함께 내 인생 구원해줘 떼창 불렀다.

Gogo Penguin

로그인 : 1분 26 많이 보구 싶었고 연주력 갑.

Caroline Polachek

로그인 : 30초 27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라이브 보니까 그 인기가 납득이 된다. 진짜 노래, 몸, 몸짓, 얼굴이 비현실적이다.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몰랐고 표현력이 좋은지 몰랐다. 진짜 오우야!

Slowdive

로그인 : 50분 28 평생을 좋아하던 밴드. 라이브 기대를 안 했는데 역시나 실망스러움. 항상 궁금한게 쟤들은 수블라키 스페이스 스테이션 스튜디오 녹음할 때 기타 이펙트세팅을 까먹은건가? 맞는게 430ms? 정도의 딜레이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수블라키 스테이션이 스테레오로 활용해서 노이즈가 역동적으로 양쪽 귀를 울리는데 라이브에 듣기에는 별로… 보컬도 잘 안 어울리는 느낌. 근데 후반부로 가니 점점 자기들이 편암하게 할 수 있는 노래들을 하니 트랜스가 온다. 마지막은 정말 정신을 놓았다.

Cory Wong

로그인 : 1초 29 같은 시간에 공연하는 푸 파이터즈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 않고 가봤더니 진짜 어나더월드. 정말 최고. 최고 중 최고다. 진짜 연주 더럽게 잘한다. 모든 세션 연주력이 터무니 없고 이렇게 많은 구성원이 솔로를 잘하는 건 처음 본다. 보통 솔로가 취향이 안 맞거나 별로일 때가 많은데 정말 장난 아니었다. 특히 코리 웡의 연주는 터무니 없다. 곡 전개력도 장난이 아닌데 진짜 보통 음악가라면 사람들 지루하게 만들기 짝이 없는 느린 전개를 3분 넘게 정말로 멋지게 연주하면서 사람을 홀리다가 전개를 심화하니까 사람 미쳐버린다. 나만 미치냐? 주변 모두가 미쳐버린다. 공연이 끝나고 보통은 다른 헤드라이너(루이스콜) 보러가기 바쁜데 다들 움직이지 않는다. 코리 웡은 들어갔지만 관객들 모두 매우 흥분해있어서 미친듯이 연주자들에게 환호성을 보내고 돌아가지 않는다. 나와 모든 관객은 그 순간 한마음이었다. 제발 더! 재미있게도 전날 스트록스 공연에서 연주자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모두가 외치던 앵콜은 그저 의례상 외치던 앵콜 같았다. ‘아직 공연 시간이 남았으니 잠시 물 마시러 혹은 술 쳐먹거나 여자랑.. 뭐 암튼 그런 이유로 들어간 거 안다. 좀 쉬었으니 나와라!’ 근데 이번에는 모두 한마음으로 멋진 음악에 감사를 표하고 한 곡만 더 해달라고 열정적으로 외친다. 역시 좋은 음악은 위대한 것이다!

Louis Cole

로그인 : 실패 멋진 사람인데 앞에 코리 웡을 봐서

Hakushi Hasegawa

로그인 : 1초 30 난 하쿠시 하세가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원래 엄청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시간으로 키보드로 드럼 때리는데 급이 다르다. 진짜 말도 안 된다. 말이 안 돼. 좀 많이 슬펐다. 전날 EY∃도 그렇고 하쿠시 하세가와도 그렇고 일본에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니 마음 한켠이 좀… 답답했다. 너무 큰 격차가 느껴졌달까…

Romy

로그인 : 실패 새벽에 공연이라서 어제랑 같은 멋진 테크노 라이브셋을 기대했지만… 음… 걍 EDM 디제이더라. 얼굴이 친숙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The XX의 로미더라. 매우 후졌음. 다들 춤추는데 찐따된 기분 ㅠ

Bed

로그인 : 20초 31 로미에게서 도망쳐서 내려오니 하고 있는 루키 공연. 포스트 펑크? 쯤 되는데 연주력 죽인다. 그냥 죽인다. 보컬 리얼 쇼맨 섹시 기질 넘치는 놈이었는데 퍼포먼스는 끝내주게 해준다. 순식간에 빠졌고 많은 관객들이 미쳐있었다. 앵콜에 응해 계속 음악을 해주다가 운영측이 제지하니까 마이크 던지고 가버리는 패기~

이러고 난 다음에 밤새 클럽 자리에서 흔들다가 겨우 7시에 잠들고 9시에 깬다 ㅠ

3일차

Oki Dub Ainu Band

로그인 : 30분 32 궁금해서 가봤는데 재미있었음. 이상한 전통악기랑 샤미센인지 뭔지에 이펙트 엄청 넣어서 거의 사이키델릭 수준으로 거는데 재미있다. 사미센인지 뭔지 싶은 전통 악기 Timbre가 자체가 매력적인데 이펙트를 걸면 뭐가 되나 싶었는데 마지막 곡 가니까 모든게 납득된다. 관객들도 다 고차원의 세계로 간 듯하다.

100 Gecs

로그인 : 10초 33 하이퍼팝은 좋아하지만 백겍스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라이브 보니 좋더라. 정말 라이브에 특화되었다. 전자음 때려박는 목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으면 별 감흥이 없었는데 눈 앞에서 소리 지르면서 전자음을 때려박으니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옴. 하지만 여전히 취향은 아님.

Black Midi

로그인 : -20분 34 펜스 바로 뒤에서 대기타고 봄. 공연 20분 전에 음향 세팅 때 나와서 연주하는데 미침. 공연은 압도적. 광적인 연주력을 맨 앞에서 보는데 정말 연주가 끝내주고 멤버들의 합이 장난아니다. 슬램은 안하려다가 마지막에 그 구렁탕에 끌려들어갔는데 나잇값 못하고 날뛰다가 앞사람 뒷통수에 코 박아서 아프다. 딱히 적을 필요를 못 느낀다. 그냥 최고!

FKJ

로그인 : 실패 뭐 연주 잘하고 멋있는데 Tadow 같은거 그냥 뒤에서 재생하는 느낌으로 하니 라이브 느낌이 덜 남. 피아노 잘 침

Weezer

로그인 : 10초 처음에 My name is jonas 불렀나?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쳐짐. 원래 좋아하지도 않아서

이후 아쉽게도 피곤해서 기절.

도쿄에서도 지하아이돌도 보고 술 쳐먹고 모르는 여러 일본인들이랑 놀고 먹고 음악 얘기하고 선술집에 있는 가라오케 기계로 서태지 노래도 부르고 매우 신났음.

TLDR

돈과 시간을 무지 많이 쓰기는 하지만 어떻게 여유를 내서라도 또 오고 싶은 곳! 거의 24시간 쉬지 않는 음악 속에서 술 먹고 흔드는게 최고!

도쿄 ETC

역시 도쿄는 도쿄! 음잘알이 무지 많음.

후지 전날 지하 아이돌

덕후는 아닌데 궁금해서 가봄. 예상외로 아이돌들이 매우 예쁘고 춤과 가창력도 훌륭. 3팀을 볼 수 있었는데 기획과 전략도 다르다. 열심히 개구리처럼 뛰는 사람들, 야광봉을 흔드는 사람들이 귀여움.

후지 다음날 술

걍 도쿄를 쏘다니며 술을 마시는데 즐거움. 싼 주세 덕에 위스키를 퍼마시면서 바 사람들과 점원과 이야기하는데 어쩌다 스티브 라이히 이야기를 한 일본인이 했고 그 술집에 있던 4명 중 4명이 전부 스티브 라이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번 전시 스티브 라이히의 기법을 참고하여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니 다들 바로 알아듣고 즐거워해준다. 좋은 음악 추천도 많이 받고 음악가인 바텐더가 틀어주는 음악은 최고! 결국 거기 있던 손님과 2차를, 2차의 바의 사람들도 추가하여 3차를 간다. 3차 선술집은 가라오케 기계가 있었는데 ‘교실이데아’를 불러주며 기강을 잡아준다. 한 사람이 Golden Slumber를 부르고나니 여러 일본인 동시에 Carry that weight를 불러준다. 같이온 일본인이 픽시스 불러달라고 하니 불러주고 다 불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