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한양대 본점 띵똥와플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면서 와플을 배달 주문 시켰다. 속으로 와플이 다 그게 그거지 했지만 뭐 띵똥와플이 맛있으니 아무렴 어떤가. 배달된 와플이 두개인데 하나는 요거트 생크림 사과잼이구 하나는 누텔라 딸기 초코칩. 누텔라 뭐시기는 그냥 그런데 사과잼은 맛있다. 특별히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맛있으니 그냥 오케이이다.
여자친구가 와플 들으면서 무슨 노래 듣지 묻길래 위의 노래를 내가 틀었다. 썸네일부터 거지 같으니 거부감이 들면 안 누르면 된다.
케익하우스라는 귀여운 노래에 가사에 반복해서 나오는 ‘케익’이 ‘게이’로 들리는거에서 착안해서 나온 병맛 영상이다. 기억이 맞다면 당시에는 판도라티비? M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플랫폼에 올라왔던 기억이다.
저때 합필갤 시절에는 모든게 개판이었다. 영상의 소스들도 개판이고 리믹스 품질도,,, 사실 빠삐놈은 퀄이 가장 좋은 편이지 당시 합필갤에서 나오는 합성물들의 퀄리티는 정말 조악하고 저급하다. 지금 보면 웃음도 안 나오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무지 재미있었다.
저땐 창작이 우선되었다. 당시 합필갤, 디시의 모든 커뮤니티 참여자가 합성물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림판으로라도 조악하게 합성물을 만들던 걸 생각해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창작에 참여했었다. 그리고 합성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댓글로 의견을 남기며 합성물을 평가하기도 하고 드립을 치며 창작물에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더하고 창작물을 다양한 종류에 게시물에 끼워넣으며 창작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다 창조의 과정이다. (드립이라는 단어도 다 이 시절에 갤러리에서 떠들다가 나왔다)
저 옛날 합필갤 시절과 다르게 지금의 밈에 참여자들은 창조에 관여하지 않는 듯하다. 지금의 밈들은 대부분,,, 당장 떠오르는 밈이 3개 있다. 그 강아지 같은거 확대 축소 하면서 뽀삐뽀삐뽀 뽀삐뽀 하는거랑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그리고 너 T발 C야.(오래된거 밈이라고 말했다고 뭐라고 하지말자. 이제 맨날 아저씨 소리 듣는 틀딱이다,,,). 뭐 언뜻보면 3개 모두 틱톡, 인스타, 유튜브 같은데에 여러 개인들이 직접 영상물을 찍어올리면서 창조에 참여하는 듯 싶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참여만이 두드러질 뿐 창조와는 거리가 멀다. 다들 이미 주어진 말이나 필터를 활용해서 자기의 삶에 밈을 채색하기 바쁘지 밈이 창작 변형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 틀딱 새끼가 뽀삐뽀 소리에 역겨움을 느끼고 안 좋은 말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인다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더 이야기 해보자. 저 빠삐놈을 살펴보면 따라가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소스들의 집합이다. 근데 이 소스들이라는게 한 사람 긁어모은게 아니다. 그냥 어떤 창작물이 나오면 거기에 새로운 소스를 넣거나 기존의 소스를 조합하다보면 저런게 나오는거다. 이때 직접 창작자가 온전히 새로운 영감을 받고 새로운 소스를 넣는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의 경우에는 커뮤니티의 살아숨쉬는 말들이 창작물을 흡수할 때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의 소스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의 창작물은 단순한 밈의 재현이 아니라 작던 크건 밈을 창조한다.
플랫폼의 변화, 중독의 일상화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뭐 선후관계 상관관계를 따지지 않겠지만 지금의 중독 문화 속 개인들에게 창조에 쓸 정신 에너지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ㅋㅋㅋㅋ를 치기 바쁘고 따라하기 바쁘다. 빨리 따라하지 않으면 뭔 일이라도 생기나. 사실 왜 따라하는지도 의문인데 그건 내가 반골 아싸 찐따 기질이 있어서 이해 못하는 듯 하니 그려러니 하련다.(그러려니 해줘라)
난 일상에서 밈을 잘 쓰지 않는다. 거부감이 큰 것도 있지만 나의 언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흑인들에게 자신들의 일상 언어로 창작하는 힙합을 어디 칭챙총 새끼가 스웩 거리면서 지들의 것도 아닌 언어로 힙합을 하면 후져보이기 것처럼 이 시대 문화에 참여자가 아닌 내가 밈을 쓰는건 후져보이기에 밈을 쓰지 않는다. 근데 남들은 이 문화의 참여자라고 느낄까? 뭘 그렇겠거니 생각하는데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그냥 컨텐츠 생산자-소비자의 관계 속에서 소비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밈을 소비차원에서 바라보면 지금 밈의 고도화가 이해가 간다. 지금 밈의 창작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에 금전적 이득이 따른다. 그렇기에 많은 수의 경력자들이 돈을 받아가며 창작하는 이 시대의 유튜브, 틱톡 영상들은 짜치지 않는다. 밈의 상품화이다. 아까 빠삐놈 영상을 잘 보면 중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나온다. 이제 이런 글을 올렸으니 난 또 열심히 변명해야한다. 빠삐놈이 노무현 대통령이 죽기 전에 나온 영상이고 당시에는 고인 모독의 의도가 없었다. 그러면 이 영상을 지금 공유하는게 고인 모독 아니냐고 묻는다면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합필갤의 대표 창작물을 보여주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 상품은 대중 소비자를 어필하지 못하기에 시장에서 퇴출된다. 어째 시장 논리에 종속된 말들을 나의 언어라고 쓸 수 있겠는가. 어째 세상은 매끈해지기 바쁜걸까. 이제는 진짜 이 매끈한 세상에 숨막힌다.
밈의 박제 또한 지적하고 싶다. 인터넷을 기웃거려보면 디시, 트위터, 더쿠 같은 커뮤니티의 글들이 캡쳐되어 공유된다. 그리고 거기에 쓰이는 표현이 일상을 침투한다. 그 모습을 보면 미술품들이 숨막히게 매끈한 화이트 큐브의 미술관에 박제된 모습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아 진짜 숨막히네.
이제 디시에도 합필갤 같은건 없다. 힛갤이 사라졌고 실시간 베스트도 대부분 중독성 게시물들 뿐이다. 내가 틀딱이라서 도태되었기에 이 시대 문화를 잘 이해 못한거라고 누가 말해줘라. 난 진짜 이 매끈하게 돌아버린 세상에 숨 막힌다.
덧붙이자면
사실 합필갤이 그 당시의 주류 문화라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금의 표현으로 치면 꽤나 음지에 가깝운, 하지만 제일 큰 음지라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는 안 달라진다. 지금의 음지 문화라는 것도 컨텐츠 소비에 바쁜 건 다들 알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