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종일 의욕 부족에 시달려 죽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은 코딩하고 논문 읽고 미팅하고 살아야지. 저녁 쯤 되니까 그냥 다 짜증난다. 겨우 어찌어찌 집에 들어온다. 당장 할 일이 많은데 모르겠다 일단 침대에 로그인한다. 뒹굴거리면서 디시나 하지만 알다시피 노잼이다. 뭐 재미있는게 없다. 이럴 때는 도파민을 채워주는 ADHD 노래도 의미 없다. 아 그래도 할 일이 많다. 일단 새로 주문한 장난감 남땜질 해야한다. 온갖 짜증을 머릿속으로만 부리며 침대에 일어나 작업 식탁에 앉는다. 눈 앞에 초콜릿이 보인다. 맛있겠다. 뭐 자주 주워먹는 인간은 아니지만 먹는다. 한 입, 두 입 먹다보니 기분이 조아진다. 아,,, 이거구나. 당 떨어져서 그렇게 짜증이 났구나. 그 이후 모든게 좋다. 납땜도 즐겁고 음악도 즐겁다.
오늘 낮에는 기분 좋게 동료랑 점심을 먹고 동료를 집에 데려와 커피를 내리고 참외를 깎는다. 사실은 내리는게 아니라 올려마신다. 커피가 매우 맛있다.기억해두자. 로부스타 G1 원두. 연구실에 가서 편안하고 신나게 일을 하다가 친구한테서 아침에 온 연락을 보게된다. 오늘 전주영화제 예매 시작일이니 예매하라고. 어 그렇구나? 별 생각없이 프로그램 쭉 살펴보는데 코야니스카시가 있다. 스즈키 세이준도 있다. 고민 없이 바로 예매하러 갔으나 이미 매진. 아까까지 기분이 좋았는데 죽고 싶어진다. 매우 우울해진다. 친구한테 가스라이팅을 계속 박는다. 너 때문에 오늘 기분 좋았는데 다 망쳤다고. 코야니스카시가 있는거 알면서도 왜 미리 말 안 했냐고? 내가 연락 안 받으면 전화를 했어야지. 다른 친구한테 죽고 싶다고 카톡이나 보낸다. 그러니 그 친구가 영화쪽 이사한테 물어볼 수도 있니 마니 말 꺼내길래 또 닦달한다. 아 빨리 뜯으라고! 이러다가 문득 정신이 든다. 아 안 돼. 무조건 예매해야해.
바로 웹 인스펙터를 켠다. 현재 잔여 좌석을 확인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하다. 아 귀찮을텐데. 일단 요청 로그들 따고 요청을 replay해본다. 된다. 쿠키를 죽이고 replay 해본다. 된다. 아싸 구현이 쉬워진다. 그러고 이러쿵 저러쿵 해서 30분만에 예매 봇을 만든다. 아주 빠르게 티켓을 구할 수 있게된다. 아까 기분이 정말 거지 같았는데 봇을 만들고 나서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쳐날뛴다. 다 만들고 신나서 계속 팔짝팔짝 뛰어다니면서 Take Me to the River 신나게 부르면서 다닌다. 물론 토킹헤즈 버전이다.
그러고 집에 와서는 신나게 친구랑 함께하는 작업 관련해서 준비한다. 그러다가 또 당이 떨어진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소용없다. 짜증난다. 머리가 아프다. 참을 수가 없다. 으으으. 니코틴에 뇌가 망가진걸까? 그 니코틴 빡센 전담을 개같이 피워대니 뇌가 망가졌나? 짜증나서 초콜릿을 찾으니 없다. 진지하게 고민한다. 아 뭐가 있지? 냉장고에는 무슨 토마토 뿐이다. 빨리 과일청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어떡하나? 매우 짜증이나서 뭘 할 수가 없다. 편의점에서 뭘 사야겠다. 초콜릿? 초코우유? 몰라 일단 가본다. 덴마크 요구르트가 2+1이길래 그걸 산다. 그거 하나를 마시니 좀 진정이 되는데 그래도 뭐가 안 된다. 아씨 어쩌지. 그래도 좀 정신이 든 상태에서 냉장고를 다시보니 딸기가 있다. 냉큼 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요즘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 밤에 뭘 더 먹기도 싫다. 탄산수를 마신다. 좀 진정이 된다.
그래도 내일 볼 공연을 생각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항상 이런 식이다. 일을 하기 싫다가도 일을 잡으면 즐거워 미쳐버린다. 그러고는 교수님을 하루에도 몇번을 찾아가 미팅을 한다. 그러고 집 오면 신나서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또 짜증난다. 이유도 모르겠다. 집 구조를 바꿔야하는데 못 바꿔서 짜증나나? 친구한테 선물 받은 틔운 씨앗이 도무지 배송될 생각이 없어서 그런가? 쌓인 설거지? 단 걸 못 먹어서? 내 머리가 개같이 나쁜 것을 인식해서? 아 모르겠다.
집구조 바꾸는 것도 그렇다. 계속 종이 위에 그림 그리다가 짜증나서 오토캐드로 그리다가 짜증나서 접는다. 새 책상 사이즈를 정해야하는데 도무지 감이 안 온다. 결국 그냥 당근에 싸게 올라온 큰 책상을 산다. 사고 난 다음에 측량을 시작한다. 그러고나니 갑자기 모든게 맞아떨어진다. 모든 장비가 책상에 올라가지만 책상이 매우 넓어진다. 집 구조도 매우 좋아진다. 요즘 집을 오면 매우 기분이 좋다.
항상 이런 식이다. 어떻게 시작하지 않으면 막혀버린다. 그래서 저질러야한다. 근데 어떤 건 저질러도 해결이 안 되기도 한다. 그냥 기분만 나빠진다.
도무지 내 몸을 알 수가 없다. 내 인생은 그래도 좀 알 것 같다 싶었는데 내 몸은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굴러먹는지 이해가 안 간다.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