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진실

정치나 뭐 그런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안 주고 산 지 오래지만, 한번씩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JTBC 뉴스룸에서 사드 관련 기사가 오류가 있다는 이야기다. 골자는 간단하다. JTBC가 미국의 Star and Stripes라는 언론의 영문 기사를 번역해서 보도 하였는데 그 번역이 오류가 있었다. 문제는 이 오역이 단순한 오역이 아닌 의도된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원문들을 확인해보자. 첫째는 영문 기사이며 둘째는 이를 번역한 한글 뉴스이다.
http://www.stripes.com/news/guam-anti-missile-unit-s-main-focus-is-north-korean-threat-1.388070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71635
뭐 영문 기사가 길지도 않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후반부의 이 문장은 다음과 같다.
Site Armadillo feels remote because it is. It’s in a jungle clearing miles from the main Andersen base, and the roar of a massive generator that could light a small town envelops all. The site is bounded by the densely wooded Conservation Area No. 50 on one side. “The only thing that we know lives in there are two pigs, Pork Chop and Bacon Bit,” Slown said of the pair named by soldiers. “They’re pro-Army, yes sir.”
그리고 JTBC 한글 번역문은 다음과 같다. 지난 1월,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는 괌 사드 포대 현지 르포 기사에 “발전기의 굉음이 작은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라고 소개했습니다.성조지와의 인터뷰에 나선 사드 운영 요원은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 뿐”이라며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뭐 더 궁금하면 원문 다 읽어봐도 된다. 내가 이런 사소한 문장의 번역을 조목조목 반박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그냥 대놓고 오역을 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저런 오역을 실수로 했을 리가 없다. 만약 진짜 실수인데 내가 이런 비난을 하는거라면 미안하다. 나는 jtbc 기자의 영어 수준이 이 정도로 한심할 줄은 몰랐으니까 사과해야한다. 실수의 가능성을 제쳐놓으면 더러운 의도가 눈에 보인다. 너무나 명백한 의도이다. 있지도 않는 말들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 자아아 여기서 그림을 그려보자. 언론은 대중에게 기사를 전달하고 대중은 그 기사를 토대로 많은 현실 정치에 대한 의견을 가지게 된다. 평이한 사실 전달부터 조작된 사건, 사고, 수 많은 은폐된 이야기까지 전달하는 기관이다.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요즘 같은 매스매스한 시대에 대중은 사회의 전반적 사실이나 상황을 전적으로 언론의 보도에 의지하고 있기에 언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해선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지만 ‘진실’을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진실’ 전달은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지금 이건희 기사만 봐도 어디 똑바로 기사화 되지도 않지 않는가? 뭐 정부는 정부대로 여러 이야기들을 숨기고 막고 그러고 있을테고. 하지만 그러한 장애 조건 속에서도 ‘진실’을 대중이 알기 위해 ‘올바른’ 언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 좌파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대중을 개, 돼지로 기만하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수많은 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힘이 언론이다. 자아아 이 그림에 다시 jtbc의 보도를 대입해보자. jtbc는 ‘진실’을 전달할 언론으로써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사드 반대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였고 그 기사의 일부 내용이 ‘진실’과는 거리가 먼 오도와 기만으로 가득차있다. 그 단순할 정도로 무식한 기만의 방식은 어찌 이리 ‘진실’을 은폐한다고 믿어온 세력이 행해오던 방식과 다른지 않는가… 정보 배포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의견을 사회에 주입하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는 모습은 독재 시대에 정부의 지배를 받던 언론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냥 화나서 쓴 글이라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은 더 없지만 한가지 덧붙여야하는게 있다. 바로 팩트의 문제다. 아주 예전부터 역겨울 정도로 자주 들은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 팩트라는게 어디 있냐고? 팩트라는 것도 다 구성된 개념이고 객관성이란 건 존재하지 않다고. 더 나아가 세상 모든 일은 정치적이다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뭐 그 긴 말에 반박할 생각이 없을 뿐더러 거의 대부분의 골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말들이 jtbc 그리고 다른 언론들의 수많은 의도적 오도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팩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조작하려했던 의도마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정보를 손에 쥔 언론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해서 방송하는 일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론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한가지 더 비판하고 싶은 말이 있다.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뭐 궁시렁궁시렁. 뭐 좋은 이야기다. 중립이 어디있겠는가? 근데 내가 보기에는 jtbc의 모습이나 흔히들 말하는 사회의 악이랑 도대체 무슨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 언론이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저번에 윤창중이라는 사람이 자기 블로그에 한탄 글 쓰면서 난리쳤던 적이 있었다. 이 윤창중이 어떤 사람이었냐면 2013년 청와대 대변인을 역할을 안고 박근혜 대통령과 방미를 했었는데 당시 자신을 보조하던 인턴을 성추행 했다는 혐의를 받았었다. 그 발단은 이상한 미국 한인 커뮤니티에 의혹의 글이 올라오고 귀국 후 일이 확산되어 사회적 큰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여기서 전개 과정을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윤창중 본인은 계속해서 자신의 혐의를 부정한다. 사건 이후 귀국하고 대변인 자리를 경질 당했지만 자신은 억울하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 본인은 사건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추후 사건 확대를 바라지 않는다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렇게 사건 수사는 중단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 윤창중이 했다는 증거는? 언론에서 자주 떠드는 증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한 진술서인데, 이 조사 당시 윤창중 본인이 성추행 행위를 모두 시인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담은 기사는 봤어도 이 진술서를 본 적은 없다. 도대체 이 진술서는 어디서 나온걸까? 윤창중이 미국 방미 당시 술에 빠져 살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에 대한 증거는? 하나 같이 근거 없는 기사들이었다. 그가 했다고 여겨지는 일에 대한 비판은 넘쳐나지만 그가 그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우리 같은 대중은 세상의 정보를 다 알아볼 수가 없기에 언론이 주는 정보에 의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도 대중이랑 다를 바 없이 윤창중을 공격하고 있다.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 다시 말해 윤창중이 성추행을 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하는데 내가 찾아본 바로는 그런 건 한개도 없이 윤창중, 그리고 정부 욕하기 바빴다. 그러던 와중에 시간은 흘러 2016년이 되었고 윤창중은 화가 끝까지 난 상태에서 대한민국 언론을 비판하는 컬럼을 본인의 블로그에 올린다. 그러자 언론들은 미친 듯이 윤창중을 인신공격하는 기사와 사설을 내놓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사실을 확인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창중 씨가 성추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모른다. 사실 딱히 관심이 없다. 그냥 언론의 꼬라지를 보니 한심한 지경이다. 이 같은 병신 같은 짓거리도 언론의 자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닌게 분명하다. 그냥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 바닥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요즘 신문이고 뉴스를 잘 보지않고 정치, 사회적 일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내 변명일까? 나는 무책임한 시민인 걸까? 잘은 모르겠고 음악이나 하나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