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를 3일 내내 즐겼다. 행사가 시작하는 금요일 당일까지 제주도에 있었기에 몸에 피로가 가득했지만 축제는 즐거웠다. 먹고 마시고 뛰고 놀고 떠들고 캠핑하고 주구장창 놀 수 있는 행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8/10 금요일
전날 제주도에서의 숙취와 수면 부족 때문에 많이 못 즐김. 친구 둘과 같이 캠핑했는데 덥긴 했지만 캠핑은 좋다.
로맨틱펀치 : 신난다. 관객들이 열심히 슬램을 해대길래 따라해봤다
자우림 :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김윤아 씨의 기교나 실력은 훌륭했으나 무대를 휘어잡지 못했다. 허전한 느낌을 주는 공연이었다. 많이 더우셨는가 싶었다
마이크로닷 : 개병신
8/11 토요일
친구 한명은 커넬워크에서 같이 점심 먹고 떠나고 둘이서 즐김. 전날 밤에 심각한 각성 상태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피곤했으나 낮잠을 잔 이후 컨디션이 매우 좋아짐
크로스페이스 : 컨셉 확실하고 연습이 아주 잘 되어있다. 축제에 최적화된 밴드
칵스 : 신나는 공연이었지만 구미 당기는 음악은 아니었다
마이크 시노다 : 마음이 아프다.
나인 인치 네일 : 전혀 안 듣는 장르이지만 밴드의 실력은 정말 엄청나다. 그 보컬부터 세션 한명한명 내공이 상당하다. 공연 시간도 압도적이고 공연 매너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연 중 조이 디비전의 digital을 커버했는데 그 사운드에 압도 당했다. 커버곡을 극도로 엄격하게 평가하는 커버 대법관을 감동시켰다. 연주 실력과 기본기 충실한 보컬만으로 대단한 커버곡이 나온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선우정아 : 아는 노래도 별로 없지만 호기심에 공연장을 찾았는데 그냥 입만 벌리며 웃기만 했다. 말 그대로 그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환호고 자시고 그냥 입만 벌리면서 듣고 있었다. 라이브 때는 앨범과 편곡을 달리 했는데 그 덕에 공연장을 쫄깃쫄깃하게 바뀌었다. 말랑말랑한 공연장을 마음대로 휘어잡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 블루디 비트루츠 : 별 생각 없이 간 공연인데 재미있었다. 장르에 익숙하진 않지만 즐겁게 즐길 수 있었으며 공연장 분위기도 좋았다.
8/12 일요일
몸에 무리가 있으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아침에 찜질방에 가 냉수 찜질을 하니 몸이 개운해짐. 친구가 발 아파서 힘들어함.
아도이 : 힙스터들한테 인기 많길래 가 봤으나 라이브는 그냥 그럼. 친구 말마따나 이런 류의 노래 라이브가 좋기 어렵다. 하지만 음악 자체도 거의 보따리상 느낌이다. 여기서 보따리상이란 외국의 인기 있는 아티스트의 예술을 ‘그대로’ 수입해오는 예술가를 지칭한다.
라이프 앤 타임 : 미쳤다. 실력이 압도적이다. 자신들의 음악을 만드는 밴드의 자신감이 공연 내내 전해졌다. 그 당당함이 멋있다. 첫 곡 첫 소절부터 관객들이 부르게 시켰다.
새소년 : 워낙 자주 듣던 이름이다보니 가봤다. 보컬이 간지나긴 하나 공연은 별로였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보컬이 여자인 줄 몰랐다. 소년이라는 단어는 남성을 연상시킨다.
Suchmos :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간 공연이다. 전혀 모르고 갔지만 공연의 완성도가 정말로 대단했다. 밴드 모두가 열정적이며 재능이 넘친다. 친구 말처럼 일본에 음악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중간중간에 성실히 한국말을 하는 모습이 귀엽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 또한 앵콜을 외치며 열광했는데 모두가 밴드에 반한 것 같았다.
Hoobastank : 오래되고 유명한 밴드. 즐겨듣는 장르가 아니라 할 말이 없다.
Walk the moon : 잘 몰랐지만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혁오 : 친구는 좋아하지만 나는 취향이 아닌지라 공연을 즐기지 못했다. 노래를 들으며 먹은 묵사발과 동치미 냉면이 맛있었다.
My Bloody Valentine : 펜타포트를 온 이유. 두번째 줄에서 관람함. 공연 시작 전부터 미친듯이 몸이 뜨거워졌다. 앞에 스태프가 계속해서 귀마개를 건네준다. 귀 아플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운드를 귀 막고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밴드가 등장할 때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한눈에 봐도 그들은 장인들이다. 라이브는 앨범과 곡 느낌이 완전 다르다. 앨범에서는 보컬과 기타 소리가 노이즈 속에서 부각된다. 라이브를 안 봤다면 못 믿을 지 모르겠는데 앨범의 곡들은 리드미컬하다. 라이브에서는 보컬은 거의 들리지도 않으며 기타 소리도 앨범에 비해 희미하다. 노이즈가 음악 내내 지배한다. 이런 노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 공연 처음 잠시 눈을 뜨고 밴드를 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고 공연을 즐겼다. 눈을 뜨면 인지에 어려움을 느꼈다. 지금 이 소리를 내 눈 앞에 사람들이 낸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참하게 쏟아져 나오는 노이즈를 듣다보면 인간 이외의 세상을 상상하게 된다. 우주, 아공간, 비인간, 비신체, 비자연. 이 모든 세계의 빛, 시간, 공간을 지배하는 법칙은 내가 서있는 대지의 법칙과 계를 달리 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소리를 내 눈 앞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연주한다는 사실이다. 말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