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우연히 브라질 사람들이랑 같이 술 마신 적이 있다. 다른 연구실과 회식을 했는 날이었다. 조금 늦게 회식에 참석한 나와 내 친구는 다른 연구실 소속의 브라질 사람 2명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우리 4명만 따로 나와 맥주 창고 같은 곳에 2차를 나갔고 이후 각자의 친구들의 부르기 시작하더니 브라질 출신의 사람이 7명이나 되었다. 바에서 마시고 또 편의점에서 마시고 길게도 마신 것 같다.

난 몇 년 전부터 거의 매일 보사노바를 들었다. 알다시피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노래이기에 나는 그들과 보사노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사실 나누기 전에 예상은 했다. 보사노바야 이제 옛날 노래니 우리가 트로트에 관심 없는 것처럼 그들도 보사노바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반쯤은 맞았지만 브라질 청년들은 보사노바를 트로트 정도로 취급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이다 보니 어느 정도 존중의 자세로 보사노바를 대하는 것 같았다. 뭐 그래도 그들에게 있어서 옛날 음악은 옛날 음악이다.

대뜸 보사노바를 좋아한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브라질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어디 사느냐? 와 같은 질문은 했고 브라질을 와봤냐? 라는 질문을 받았고, 가보고 싶다!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다라고 대답을 했다. 자아 보사노바를 좋아하며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 다음 전개가 무엇인 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브라질 친구들이 묻는다, 진짜? 어디가 제일 가보고 싶냐고. 답은 뻔하다. 이파네마 해변에 가보고 싶다. 

그 대답을 하는 순간 브라질 친구들은 내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눈치 챘고 우린 이파네마 해변에 대한 이야기와 보사노바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그 친구들이 대뜸 하는 말이 그쪽에 혼자 가지마라. 브라질 사람이랑 동행하는게 아니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좀 슬프긴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곳은 아닐 수 있구나… 그렇게 보사노바 이야기를 했고 Astrud Gilberto 이야기를 하고 또 Joao Gilberto 이야기를 했으며,  Antonio Carlos Jobim 이야기를 했다. 역시 브라질 사람인지라 음악가 각자의 근황도 이야기 해줬다. Joao Gilberto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대중 음악가이며 모두가 아는 음악가지만 여러 경제 문제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같은 이야기는 나에게 매우 신선했다. 보사노바를 향유해왔지만 언제나 보사노바는 항상 음악으로 향유했지 어떤 브라질이라는 국가와 국미의 삶과 연결지어 생각해본 적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상당 수의 노래가 삼바와 춤에 미쳐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브라질이라는 국가와 연결시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브라질 친구들이 보사노바에 대해 서술할 때, 그들의 생활 속에서 흘러나오는 보사노바를 들을 수 있었다. 보사노바는 라디오에서 나오고, 음악가 티비에서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신문에 나오며, 교과서에도 나오며, 가끔은 실제로 보기도 한다. 브라질은 내 마음 속 보사노바의 소유권을 확인 받은 것이다.

이런 얘기 중에 재미있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 후앙 지르베르투라고 읽는 줄 알았는데 사실 후앙이 아니라 조앙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브라질 사람들은 J를 ㅎ로 발음 안하고 ㅈ으로 발음 하는 것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여기저기 주변 사람들한테 안토니오 카를로스 호빔이라고 입 털고 다녔는데 호빔이 아니라 조빔이었다… 뭐 그렇게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브라질 음식과 술 이야기를 나누고 밤새 즐겁게 놀았다. 

모두가 브라질은 진짜로 위험한 곳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던 건 정말로 놀라운 부분이었다. 항상 타국에 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당연한게 전쟁 중인 나라가 아니며, BRICS 소리도 들었으니 사람 사는 곳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브라질 친구 중 한 명은 대학 다닐 적 총을 든 강도를 2번이나 만난 적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카니발도 위험하니 조심해서 가야한단다. 인생에 브라질을 가볼 수 있을까?

뭐 한가지 더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브라질 친구들이 들려준 브라질 인기 곡들이다. 다들 이 노래 들어보라며 들려주는데 전형적인 남미식 돈자랑 힙합? 같은 것이다. 좀 싫은 곡들이었고 브라질 친구들 모두가 싫어했다. 본인들은 왜 그런 음악이 인기 있는지 이해 못한다고 말했다. 역시 여기나 저기나 차트 1위 곡을 안 좋아하나보다.

아 참고로 위에 Amy가 부른 girl from ipanema는 처음 들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줬다. 저 노래는 정말로 많이 커버가 됐지만 Astrud Gilberto 부른 것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준 노래는 정말 한 곡도 없었다. Amy는 Amy다. 저 노래를 저렇게 자기 식으로 맛깔나게 부르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 수록 Amy는 더욱 더 새로워진다. 그녀가 음악에 담은 다양한 리듬은 들으면 들을 수록 깊어지고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