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받는지 생각이 들었다. 어제 분명 밤 12시에도 문 열었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술집에 가 깔끔한 복장을 한 종업원에게 인사를 받으며 깔끔하게 청소된 테이블로 안내받고 메뉴판을 받고 벨을 누르고 술과 안주를 시키고 기본 안주와 수저를 받으며 술을 받고 안주를 받고 메뉴판을 받고 안주를 받고 술을 받고 가깝고 청결한 화장실을 가고 편하게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온다. 카드도 할 말이 많다. 체크카드에는 unique id가 기록되어 있고 그 카드를 단말기에 ic나 마그네틱이든 어떤 방식으로 인식시키면 단말기는 유효성 확인을 하고 아이디를 확인 후 점원이 입력한 금액에 대한 정산을 중앙 서버에 요청을 한다. 잘은 모르지만 배경 지식으로 더 나아가보면 이때 중앙 서버는 은행이 아닌 결제 대행사이다. 이 요청을 우리가 흔히 쓰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며 보안 통신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제 대행사 서버는 이 요청의 유효성 확인 후 이상이 없을 시에 이 요청을 다시 우리 은행에 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은행은 여러 유효성 확인 후 이상이 없을 시에 나의 계좌에 잔고 값을 98000 내리고 98000이라는 숫자를 암호화한 후 결제 대행사에 다시 보낼 것이다(여기서 수수료가 어찌될 지는 모르겠다. 비즈니스에는 깜깜한 편이다). 그리고 결제 대행사는 또 수수료를 챙기고 난 후 서버에 이미 저장된 술집의 계좌 혹은 뭐시기에 그 금액을 추가한 후 나중에 술집에 돈을 지급할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결제 대행사와 은행은 이 같은 서비스 플로우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것을 설계하고 많은 것을 유지 관리하고 있다. 단말기부터 생각해보자. 결제 대행사는 결제 대행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이지 단말기를 만드는 주체가 아니다. 결제 대행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여러 단말기 제조 업체들과 미팅을 하며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단말기를 찾아낼 것이다. 이 요구 사항이라는 것도 복잡하다. 고객들에게 위화감을 안 주는 디자인이며, 편안한 인터페이스, 안정성과 보안, 그리고 가격 등등 수많은 요구 사항을 고려하여 단말기가 선택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결제는 24시간 언제나 이루어져야하기에 서버는 항상 동작하고 있어야한다. 결제 대행사가 클라우드 환경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클라우드를 이야기해보자. 결제 대행사의 서버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다. 24시간 안정적으로 동작 가능하며, 빠른 네트워크 응답을 할 수 있어야하고, 고객들의 정보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어야하며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고 작아짐에 따라 자유롭게 서버를 늘이고 줄일 수 있어야하며 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자신들에 익숙한 환경에서 조작이 가능해야하며 등등등… 그 요구 사항이 되게 많다. 기쁘게도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업체들은 이 같은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이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 클라우드 업체는 많은 고민을 하고 서비스를 수행한다. 항상 가용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백업 서버가 준비되어있어야하며 근처 발전소가 터졌을 경우를 대비한 예비 전력, 데이터를 저장한 ssd나 하드디스크의 물리적 오류를 대비하기 위한 raid와 backup 시스템, 병목 없는 빠른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한 SDN, 고객 데이터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보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VM 관리 기능과 과금(!) 등등 고려할 건 산더미다.
컴퓨터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이 과정들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어떤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간들의 시간과 돈, 그리고 수많은 자원들이 투입되며 이 과정은 수많은 미팅, 연구, 개발, 테스트, 싸움, 흥정, 영업, 술, 메일, 통화, 대출 등등의 일들이 발생한다. 그 모든 일의 목적은? 우리에게 문장으로 표현되는 그 서비스를 serve하고 돈을 그 대가로 받기 위해서이다. 까먹고 잊었지만 service에 serv는 serve의 그 serve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서브 받고 있는거다. 나 같은 고객이 만족!하고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영업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나의 삶을 살펴보면 모든 것들이 서비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태블릿과 구글 킵 부터 시작해서 핸드폰, 침대, 집, 벽지, 신호등, 경찰, 물, 가스, 음악 스트리밍, 책 등 정말 모든 것이다. 이 모든 서비스들에 사람들의 의지가 깃들어있다. 그리고 그 의지는 단순한 받들어모심이 아니다. 그 의지는 우리의 삶을 관찰하고, 예측하고, 조작한다. 그 의지는 나의 삶 자체를 조작할 수 있다. 애플의 광고를 보면 그 자신감이 철철 흘러 넘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보이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강조한다. 그들은 세상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에 깃든 의지를 돌려 생각하면 나의 인생이 얼마나 레디메이드 인생이었는지 깨닫는다. 나의 삶에서 내가 접촉하고 조작하는 모든 것들에는 누군가의 의지가 깃들었으며 자신은 단지 수많은 서비스들 사이에서 선택만을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 그거 말이다. 사르트르인가가 말했던 그 b 와 d 사이의 c!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나는 소비자이지만 생산자이다. 나는 소비하고 선택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생산자가 되어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그렇게 서비스는 순환하고 돈도 순환한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덴쯔의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과 수많은 공장에서 2교대, 3교대로 돌아가며 일하는 노동자, 아니 우리 모두는 이 순환에 흐름, 순환의 시간, 순환의 세계에 속해있는 것이다.
이 순환의 시스템은 정말로 놀랍다. 보통의 시스템이라는 것은 복잡하면 복잡해질 수록 잘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삐걱삐걱 대기는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오랜 기간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며 인류를 지탱한다. 각 개인이 시스템 속에서 태어나 시스템을 학습하고 시스템 범위 내에서 선택을 하고 시스템을 유지시키거나 개량한다. 그리고 시스템에 동조하지 못하는 자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그는 시스템에서 내쳐져버린다. 수많은 국가, 기업, 기관이라는 집단은 서로 대립하고 또 협력하며 시스템 속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경쟁한다. 그리고 그 경쟁은 보통 시스템을 더 발전시킨다.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인간은 정말로 훌륭한 자원이다. 인간은 욕망하고 열망하고 생각하고 창의적이고 창조하고 웃고 먹고 자고 섹스하고 유희한다.
ps.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의 시간을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