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사이저는 도대체 뭘 하는거야 - 오실레이터

신디사이저! 오! 신디사이저!

듣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대는 단어지만 사실 신디사이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신디사이저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직접 만지고 들어보면서 알아가보자.

오늘 배울 녀석은 오실레이터다.

저 거대한 괴물은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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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광신도가 깔려 죽을 것 같은 기계 덩어리 옆에서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위와 같은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사진 속 인물은 한스 짐머다). 도대체 저 알 수 없는 선들과 노브가 가득한 괴물 고철덩이는 뭘까?

그렇게 무서워하지말자. 사실 신디사이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비공학자가 보기에 저 기계를 만든 사람과 다루는 사람이 마법사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들도 다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다. 공학자들과 음악가들도 거대한 신디사이저를 이해하기 쉽게 부분부분으로 쪼갠 모듈로 관리한다. 시스템을 통채로 이해하는게 아니라 작은 몇개의 구성요소를 이해하고 그걸 결합해서 큰 시스템을 만드는거다. 다시말해 몇개의 모듈의 개념만 이해하면 거대한 시스템을 이해할 수도 만들 수도 있다는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본 구성 요소만 이해해도 신디사이저의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소리는 파동!

저번 글의 내용을 짧게만 복습해보자.

소리가 파동이라는 이야기는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근데 이 파동이 어떻게 발생하고 전달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위 시각자료를 만들어봤다.

시각자료 좌하단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가장 기본적인 사인파의 전기신호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 신호의 값이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스피커에 전달되고 전기 신호에 반응해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한다. 이때 스피커 앞의 공기가 움직이는데 스피커가 앞으로 움직일 때는 공기가 압축되고 스피커가 뒤로 움직일 때는 공기가 팽창하게 된다. 스피커 앞에서 압축 혹은 팽창(희박)된 공기는 주변으로 퍼지게 되는데 이 퍼져나가는 공기 밀도의 압축과 팽창이 소리다. 그리고 이 압축과 팽창된 공기가 우리 귀의 고막을 만나면 고막을 진동시키면서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실레이터! 모든 것의 시작!

오실레이터(Oscillator)는 파동을 만드는 녀석이다. Oscillation이 ‘진동’ 혹은 ‘계속 왔다갔다 함’을 뜻하는 것을 생각해볼 때 오실레이터가 진동을 발생시켜 파동을 만드는 녀석인 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간단한 시각자료를 만들어보았다. 아까 스피커 시각자료에서 봤던 사인파가 그래프에 그려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번 시각자료 하단에 있는 ▶ 버튼을 눌러보자. 지금 나오는 소리가 사인파가 초당 220번 진동할 때 나는 소리다. 둥글고 청아한 소리가 난다.

소리가 안 난다면 무음모드를 끄자! 아이폰의 경우 옆에 딸깍이 그거!

이제 주파수(Frequency) 슬라이더를 오른쪽으로 옮겨보자. 주파수는 초당 진동하는 횟수를 뜻하는데 주파수가 높아지니 그래프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진동이 더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들어보자. 주파수가 올라가니 음정(Pitch) 이 높아진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고음이라고 말하는 건 주파수가 높은 파동이고, 저음은 주파수가 낮은 파동인거다.

이제 진폭(Amplitude) 슬라이더를 좌우로 움직여보자. 그래프의 진동의 높낮이가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진폭이 바뀌면 소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들어보자. 진폭이 올라가면 소리의 크기가 커지고 진폭이 줄어들면 소리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책상을 쌔게 치면 책상이 많이 흔들리고 충격음이 커지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실레이터는 시각자료처럼 정해진 주파수와 진폭의 파동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신디사이저가 소리를 만들 땐 오실레이터가 파동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거다.

사인파 밖에 없어요?

사인파 말고 다른 형태의 파동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아까의 시각자료에 파형(Waveform)이라는 조작 가능한 영역이 하나 추가됐다. Sine, Triange, Sawtooth, Square라는 항목들이 있는데 도대체 뭘까? 백 견이 불여 일견이다. 하나하나 눌러보자.

눌러보면 각 항목에 붙은 이름들이 직관적으로 이해됐을 것이다. Sine은 아까 본 사인파이고, Triangle은 삼각형 모양의 진동을 만든다. Sawtooth는 한글로 톱날이라는 뜻인데 파형을 보면 아까 삼각파랑은 조금 다르게 파형이 완만히 내려가다 수직으로 오르는 톱날 같은 모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quare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각 파형의 소리는 어떨까? 백 견이 불여 일문이다. ▶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들어보자.

아까 들었듯 Sine은 단순하면서도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난다.

Trinangle은 어떤가? 아까 사인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면서 약간 거친 소리가 들린다.

Sawtooth는 그 전과는 다르게 어지럽고 거칠면서도 화려한 소리가 난다.

Square의 경우 분명 소리가 화려하지만 아까 Sawtooth 보다는 정제된 듯한 사운드가 들린다.

세상에 다양한 파형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오실레이터는 Sine, Triange, Sawtooth, Square 파형의 오실레이터를 기본으로 소리를 만든다. 실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각 파형의 소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Sine 파형의 소리 - DTFM

예전 전화기에 다이얼을 누를 때 나는 소리 기억하는가? 그 소리가 사인파 소리다.

아래의 다이얼을 눌러보자

아까 듣던 사인파랑 약간 다른데 2개의 오실레이터가 동시에 소리내서 그렇다. 예를들어 ‘도’, ‘솔’을 동시에 소리 냈을 때 나는 화음 같은거 말이다.

다이얼을 누를 때 나는 소리를 DTFM(Dual-Tone Multi-Frequency)라고 하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다이얼을 누를 때 우리의 전화기가 기지국(전화망 설비)에 각 다이얼 번호당 약속된 두개의 사인파 소리를 보내고 기지국을 그 소리를 읽고 번호를 인식해서 전화를 연결한다.

Triangle 파형의 소리

우리가 병원에서 듣는 ECG 모니터 소리가 Triangle 파형인 경우가 많다(Sine이나 Square를 쓰기도 함). 소리를 재생해보면 박자가 불규칙하다는 걸 알게될텐데 버그가 아니다!

Sawtooth 파형의 소리 - Nokia Ringtone

Sawtooth 파형의 소리가 거친 소리가 거북하게 들릴 수 도 있지만 친숙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Sawtooth는 예전 전자기계가 자주 내던 사운드다(나머지 파형도 다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래의 ▶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들어보자.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친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유명한 노키아 벨소리가 Sawtooth 파형의 사운드다. Raw와 Filtered 버튼이 있는데 Filtered를 누르면 그 전 전화기 글에서 배운 하이패스 필터가 걸려서 예전 노키아 벨소리와 더 가까워진다.

Waveform도 이것저것 바꿔가며 소리를 비교해서 들어보자. 주의할 사항은 Filtered 상태에서 Sine 파형을 들으면 소리가 거의 죽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원래 그런거다. 이 부분은 다음에 배음과 FFT를 배울 때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Square 파형의 소리 - 슈퍼 마리오

모두가 아는 슈퍼 마리오의 멜로디가 정확하게 Square 파형의 소리다!

8bits 음악이라는게 사실 오늘 배운 기본 파형을 가지고 만든 음악이다보니 90년대 초반 정도까지 나온 게임의 음악들을 잘 들어보면 오늘 배운 파형들의 소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つづく (다음 편 예고)

아니??? 저 단순하고 멍청한 듯한 사운드로 어떻게 그렇게 화려한 음악을 만들 수 있는거지?라고 의문을 품는게 당연하다. 그건 신디사이저는 오실레이터가 만든 소리를 그대로 쓰는게 아니라 그 소리를 변형하고 조합하여 무궁무진한 소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 모듈레이션, LFO를 알아보며 좀 더 재미있는 소리를 찾아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