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합니다 선배님들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중 많은 좌절을 겪고 있다.

컴퓨터를 갓 배운 핫바리 주제에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삽질하다보니 결과가 썩 좋지 못하다.

배우는 건 많다. 동시 프로그래밍을 어느 정도 맛 볼 수 있었고 유명한 10k problem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파이썬으로 라우팅 프로토콜을 구현해 네트워크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일을 하는데 작은 규모의 간단한 일이지만 만만하게 보다가는 망쳐버리기 쉽다.

단순 무식하게 다중 쓰레드를 사용해서 각 쓰레드를 핑핑핑 돌려서 처리하다가는 뻑만 날 뿐이더라…

이딴 식으로 만들다가는 답이 없겠다 싶어서 그냥 처음부터 event-driven으로 짜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길.

멋도 모르고 자바 뭐 만들 때 핸들러라는 것을 써봤을 뿐 event-driven에 대한 이해도는 제로에 가까웠고 배우는 과정은 고난의 과정이다.

이틀째 잡고 있는데 부족한 나의 머리를 절실하게 느낀다.

꽤나 스트레스였는데 이틀 간에 낮잠을 포함한 모든 꿈에서 event-driven 문제를 풀고 있었다.

한번은 꿈에서 학교 식당 결제 프로그래밍을 수정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여기 스테이트가 잘못 정의되어 있어서 결제가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 잠에서 깨고 밥을 먹으러 가야하는데 꿈이랑 현실이 분간이 가지 않아 밥을 못 먹는다고 생각하면서 10분을 고민하면서 그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결국 꿈임을 깨닫고 감사하며 밥을 먹었다.

지금은 event-driven이 어느 정도 머리에 그려지고 이틀 안에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핸들러, 콜백으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python의 asyncio가 좀 재미있어 보여 coroutine으로 짜다보니 좀 와닿지는 않는다.

다 배우는 과정이겠지.

어쨌든 공부는 재미있고 내가 뭘 더 공부해야할 지 잘 알 것 같다.

이 공부가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리눅스 커널을 철저하게 뜯어봐야겠다.

심심할 때마다 보는데 뭔가 event-driven의 끝판왕인 듯한 리눅스 커널의 설계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어디 가서도 못 한다 소리 들을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스케쥴러 부분과 네트워크 부분을 집중으로 봐야겠다. sk_buff 이 녀석이 좀 꼬인 녀석 인 것 같은데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저번에 친구가 나의 이 같은 인정 욕망에 대해 지적했는데 난 아직 뭐가 문제인 지 잘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나는 언제나 인정 받고 싶었다.

그 누구라도 나를 인정해주길 바랬고 나를 신뢰해주길 바랬다. 나를 좋아해주길 바랬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싶었다. 그 누구도 나보다 많이 아는 것을 용납 못 했다.

그건 곧 내가 인정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경제학과를 가고 한 동안 잊고 살았다. 나의 그 욕망을.

처음 컴공과를 오고 그 욕망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갈망하게 되었다.

여기있는 그 누구보다 잘 하고 싶고 그 누구에게서도 잘한다고 칭찬 받고 싶다.

물론 알고는 있다. 세상에 어마어마한 사람들은 많고 나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여기서 내가 제시한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는 어떻게든 인정을 받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

그게 내가 설정한 문제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결국 이런 류의 자기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던데 이게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돌아올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당장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인정 받는 일인 듯 하다.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선배님들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이제 컴퓨터를 배운 시점에서 컴퓨터 공학이 쌓아온 체계를 바라보면 존경 그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천재적인 발상, 미래를 바꾸려는 의지, 현실을 만들어가는 힘, 해커 정신, 이 모든 것들은 언제나 경외감을 일으킨다.

지금 내가 허접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에 쩔쩔 매지만 빌 조이는 혼자 tcp/ip를 구현하셨다…

그 체계를 볼 때마다 놀라움을 느끼고 존경하게 된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능력이라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겠다.

언제나 음악을 올렸으니 하나 올려본다.

최근에 자주 듣는 음악인데 음악가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