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언제부턴가 길을 걸을 때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응시하게 된다. 물이 흐르듯 나도 길 위를 흐르고, 툭,툭,툭,툭 발걸음 단위로 나의 흐름은 쪼개진다. 그리고 나무는 발걸음 단위로 그 형태를 달리한다.

나무, 특히 나뭇가지가 하늘과 건물을 배경으로 그려내는 선들이 매력적이다. 곧지도 구불구불하지도 않게 나뭇가지는 뻗어가다가 나뉘어진다. 나뉘어진 가지는 다시 뻗어가고 나뉘어진다. 그렇게 나무는 자신을 중심으로 현란한 선을 밖으로 뿜어낸다.

나뭇가지가 만드는 선은 쉽게 그려내기가 어렵다. 규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또 변칙이 가득하다. 그 선을 그 끝에서 나무로, 또 나무에서 가지 끝으로 눈을 따라가다보면 도무지 규칙을 종잡을 수 없고, 규칙과 패턴을 찾다보면 어느새 걸음의 목적지에 도착하고는 한다.

걸음의 진동과 함께 나무는 여러 각도에서 자신을 선을 그려내는데 어느 지점에서 보더라도 그 기이한 선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어떤 날은 바닥만 바라보고 걷기도 한다. 날이 좋아 햇살이 선명하게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밤에 가로등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그 종 잡을 수 없는 선을 한층 더 기이하게 만든다.

나뭇가지를 직접 바라볼 때는 그 부피감이 느껴지지만, 빛에 투영된 그림자에는 부피감은 사라지고 상상의 여지가 생겨난다. 어떻게 이런 선이 그려질까 상상하다가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흔들리면 머리가 지끈해지고 이내 상상을 포기하고 감상하게 된다.

나무를 배경이 아닌 피사체로 바라볼 때 나뭇가지는 파란 하늘을 가르고, 건물에 멋진 패턴을 그려내고, 또 해를 지워내고 빛을 남긴다.

그런 나뭇가지가 부러울 때가 많다. 탄생했을 때부터 프로그래밍 된대로 살아가기만 해도 그렇게 멋지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처럼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언젠가 틈이 나면 나뭇가지를 손이 아닌 컴퓨터로 그려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