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노나 라이더

최근에 넷플릭스를 애용하고 있다. 일단 넷플릭스는 정말로 편하다. 예전처럼 열심히 토렌트로 난리치며 다운 받고 자막 찾을 필요 없이 바로 스트리밍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돈을 내고 보는거니 심적으로도 가볍다(사실 별 차이 없다. 이렇게 생각해야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가 꽤 마음에 든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건 이 시대의 일원이 된 것 같다. 요즘은 뭔가 컨텐츠를 소비(혹은 향유)하고 그거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누는 것이 소통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 소통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잘 하는 일이 소통이라고 불리우니 편하다. 그냥 열심히 보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된다. 말만 조금 잘하면 뇌가 섹시하다고 한다… 뇌섹남이라느니 sapiosexual이라던지… 뭐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어쨌건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넷플릭스는 예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지배하던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처럼 모두의 화제가 되고 거기에 참여하는 건 이 시대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넷플릭스에 대해 쓰려고 했던 건 아니고 제목대로 위노나 라이더에 쓰려고 한다. 최근에 친구 본다길래 기묘한 이야기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다.(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우애를 돈독하게 할 수 있다.) 1화를 켜자마자 나오는 출연진에 위노나 라이더가 있었다. 오!? 한동안 정말로 안 보이던 위노나가 나온다니 오… 세상에… 라고 생각하며 그대를 가득 안고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근데 멍하니 보다가 느낀게 어? 위노나는 어디에? 라고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여주인공이 위노나 라이더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정말로… 그 순간… 너무 슬퍼졌다… 정말로 없다… 그 위노나는 없다… 그냥 미드에 나오는 주부가 있을 뿐이었다. 이건 정말로 말이 안 된다. 너무나 가슴 깊이 충격이 느껴졌고 총 8화의 미드를 보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미드는 정말로 재미없어서 아마 평소라면 끝까지 보지도 않았을텐데 위노나에 대한 상념이 가득차 있다보니 어쩌다보니 다 보고 말았다.

지금 내가 쓰는 이 말들은 정말로 예의없는 글인 것 같기는 하다. 위노나 라이더라는 인간 사람이 본다면 정말로 기분 나쁠 수 있다. 하지만 위노나라는 존재 혹은 개체는 어떤 이미지이기도 하다. 수많은 이미지들의 연속, 그리고 그 이미지와 결부된 텍스트와 컨텍스트, 그리고 이미지들의 관계나 배포가 결정되는 자본. 사실 나에게 위노나는 이 모든 요소들을 지배하는 어떤 존재였던 것 같다. 스크린 속의 그 모습은 정말로 압도했다. 일반적인 스크린 속 미녀의 미학을 산산조각 내고, 그 빛이며 조명이며 구도까지도 압도해버리는 그런 존재처럼 느껴졌다. 지금 내 옆을 숨쉬는 인간처럼 느끼지는 않은 것 같다. 위노나는 하나의 압도적 이미지였다. 그녀는 스크린을 지배하고, 캐스팅을 지배하고, 할리우드의 이미지를 지배하는 압도적 이미지였다. 나에게 있어서 위노나는 할리우드의 ‘스타’처럼 빛나지 않았다. 그녀는 all eyes on me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이키델릭 세계 속 esp를 쓰는 존재일 것만 같았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그녀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예뻤다. 여전히 어리고 예뻤다. 하지만 그녀는 무미건조한 이미지 속의 한 요소에 불과했다. 그저 정해진 그 세계의 법칙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정확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사람이자 배우였다. 정말로 당황스럽다. 도대체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으며 어떤 법칙이 개입되었는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육안으로 분명히 알 수 있는건 분명 나이였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 때 위노나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나이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정말로 단지 몸의 기능이 쇠퇴하는 생물학적 죽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치 이 시대에서 지방에 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도시는 빛이 모이는 곳이고 시골은 이와 대조되는 어둠의 공간이다. 도시는 시간을 지배하고 이미지를 지배한다. 반면 시골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곧 시간의 종말이며 현대적 유희의 종말이다. 우리 주변에 범람하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보면 항상 젊은 것이 빛난다. 젊지 않은 존재가 젊은 존재가 즐기는 유희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중년의 사랑, 중년의 취미, 중년의 꿈, 중년의 열정, 중년의 유혹, 중년의 락스타. 이 모든 것들이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관심이 가지 않는 일들에 속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가 들고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위노나가 단지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그녀는 정말로 예쁘다. 그저 나에게 있어서 그녀는 이제 할리우드의 배우로 다가올 뿐이다.

참고로 저 mgmt 노래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에서 엄청 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