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호핑

(Four Tet - New Energy)

(Hiroshi Yoshimura - Green)

(Kuniyuki Takahashi - Island)

최근에 계속 숲이 가고 싶었다. 일상을 생활하다가 갑자기 숲을 가고자 하는 강한 충동이 생기고 그 충동을 억제하기 조용히 눈을 감고는 했다. 3주 전에 즉흥적으로 강화도에 갔었는데 그때 섬에 보이는 아무 숲에 차를 대고 걸어들어간 적이 있다. 아쉽게도 그 숲은 인적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고,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차들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그래도 햇살이 좋은 날이었고 나무 사이로 드는 햇살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행복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강화도의 숲을 가고 난 이후 캠핑 의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캠핑의자를 주문했다. 연구실 동료 중 캠핑에 빠진 사람이 있어서 동료의 도움을 받으니 30분 만에 중고 택배 거래를 이루어냈다. 짱짱!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구매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소비 중 하나가 되었다.

강화도 이후로도 계속 숲을 갈망했고 저번 주에는 호수를 갔다. 시화호는 이름만 보면 호수인데 막상 가보면 바다-호수 경계 쪽은 당연 바다 분위기이고 상류로 가도 강 하류 같은 곳이었다. 시화호를 따라서 긴 차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었고 시화호 너머로는 대부도(?) 제부도(?)인가 하는 섬이 있었으며 길과 시화호 사이에는 울창하고 멋진 갈대 숲이 있었다. 어떻게 그 갈대 숲을 너머 시화호 옆에 의자를 놓을 곳을 찾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끄기도 한다. 맥북으로 음악을 틀기도 하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워낙 날씨가 좋았고 시화호 너머로 보이는 한적하고 사람이 없는 섬의 모습도 좋았다. 그리고 뒤로는 갈대숲은 나를 사람들로부터 숨겨줬다. 다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차들이 빠르게 달리다보니 온전한 고요함을 즐기기는 어려웠다.

이번 월요일에는 다른 숲들을 갔다. 처음 갔던 숲은 동네 큰 호수 옆이었는데 대략 그린벨트 지구라서 논밭과 숲 밭에 없는 조용한 동네였다. 어디 공사장에 차를 대고 숲을 파고들어갔다. 인적이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닌 지라 숲 여기저기에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굴러다닌다. 아랑곳하지 않고

좀 더 깊게 들어가니 햇살이 약간 들어올 듯 말 듯한 조그마한 쉴 곳이 보였다. 나무가 주변을 여유있게 둘러싸고 있어 적당한 개방감과 안락함을 왔다. 그곳에서 의자를 깔고 쉰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한다. 아쉽게도 그 곳 또한 멀리 차가 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눈을 감고 온전히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를 즐기려고 해본다. 생각을 비우고 몸의 긴장 풀고 많은 고민들을 숲에게 맡기려고 해본다. 생각은 점점 사라지고 자극을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할 수록 몸이 조금씩 경직되기 시작한다. 마음이 점점 더 불안해진다. 세상의 여러 이미지들과 생각들을 지워내니 온전히 남는 것은 불안 같았다. 불안은 지워지지 않았고 온전히 불안만을 느끼는 내 몸과 마음을 인식한다. 몸은 경직되고 생각을 약간 들뜨기도 하고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불안을 지워낼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주변에 여전히 쉼없이 들려오는 차와 비행기 소리 때문일까? 음악을 틀어봐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음악 소리를 꽤 키우기도 하고 노이즈 캔슬링으로 모든 노이즈를 제거해보아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집 근처의 또다른 야산에 가본다. 여긴 차로 진입할 때부터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2~3키로를 조용한 포장도로를 달리고 또 1.5키로 가량의 산길을 달린다. 분명 어느 정도 포장이 되어있어 차로 다니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인적은 끊겼다. 계속 가다보니 차량 통제를 제한하는 차단봉이 보였고 그 바로 앞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이 있었다. 차를 내리는 순간 온전한 공간의 느낌이 전해진다. 여기는 정말로 조용하구나. 온전히 나와 자연만이 공간을 존재하겠구나. 차에서 의자를 챙기고 산길을 걷는다. 길이 잘 개척되어 있길래 등산로인 줄 알았건만 그냥 묘지로 가는 길이었다. 묘지를 너머 더 이상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숲을 지나다보니 나무에 쌓인 공터가 보였고 그곳에 의자를 깔고 누웠다.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흐트리고 생각을 비워본다. 온전히 생각이 사라지고, 생각이 사라지는 소리와 새와 나무와 바람의 소리만이 내 머릿 속에 가득하다. 몇 초 후 내 마음에 불안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불안이 없는 내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데파코트를 먹지 않았지만 한없이 고요하고 차분하다. 몸은 편안하고 감각은 충만하다. 항상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가슴 중간에 불안의 긴장감이 느끼고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불안 또한 내 오랜 친구이지만, 한켠으로는 이 불안이 항상 나를 옥죄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제 소리와 음악에 집중해본다. 노이즈 캔슬링을 껴도 아까의 숲과는 다르게 온전하게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맥북으로 틀 때에도 음악을 끌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사람과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에 정말로 예민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고 까뮈인가 뭐시기인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은 무지막지하게 무서운 순간이다. 어릴 적 그런 것들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왔으며 사람을 의도적으로 피할 때도 많았다는 것을 떠올린다. 타인의 눈빛을 매우 불편해 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강한 내 모습을 겉으로 내세우기 위해 그런 걸 상대방의 눈빛을 자연스럽게 내 영향 안에 두는 방법을 체득해왔던 것 같다. 그렇게 남을 기만하고, 그리고 나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도 탐구욕, 호기심을 자극한다. 계속 친구들에게 이런 주제를 꺼내며 상대의 눈치와 반응과 여러 말과 수사들을 바라보며 상대에게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또 상대는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 계속해서 음악과 같은 자극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음악을 내가 어떻게 대하는지? 대화에서 음악을 발화하는 모습을 찬찬히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소리-나를 탐구하기 위해 이렇게 숲과 바다와 호수를 여행 다니는 일도 객관적으로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 실제로 밤마다 꽤 고통은 받고 있고 언제나 집착이 심한 내 자신이 항상 그래왔듯 자기 탐구에 너무 집착적이라서 문제이긴하다. 그래도 난 즐거운 자기 탐구의 여행길을 걷고 있다.

(사실 매주 클럽을 다녔다. 클럽가고 다음날 숲가고,,, 양극성 장애를 온 몸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