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콩자반

아빠랑 마주보며 식사를 하는 식탁 위에 검은콩자반 있었다. 이 검은콩자반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화가 치솟는다.

평온한 목소리로 운을 띄운다. ‘내가 편식을 하는 편이 아니고, 심지어 야채를 매우 좋아하는 편인데 이 검은콩자반은 진짜 맛이 없어서 못 먹겠네요. 이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어릴 때 아빠가 이거 먹으라고 맨날 소리치고 화내고 안 먹으면 비난했던거 생각하면 억울하네요.’

아빠도 내심 납득이 가는지 겸염쩍게 웃으며 말한다. ‘이 맛있는 걸 왜’

이 나이 먹고 생각해보면 정말 억울하다. 검은콩자반은 진짜 맛없다. 일단 단 음식을 평소에 먹지 않으며, 밥 먹을 때는 달달한 반찬에 입도 안 대고, 요리나 베이킹을 할 때 설탕을 적게 쓰는 내 입맛을 생각하면 저건 맛있을 수가 없는 반찬이다. 저 겉에 찐득한 물엿은 그 촉감도 별로고 맛도 별로다. 씹을 때는 간장과 물엿, 그리고 콩껍집의 짙은 향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탁하고 어두운 향이 나는데, 그 맛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어릴 때 검은콩자반이 식탁 위에 놓여있으면 괜히 몸이 움츠러들고 안 먹는다고 아빠가 화내면 내가 편식하는 나쁜 아이가 된 것 같고,,, 억울하다 억울해.

이제는 내 입맛이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어릴 때는 잘 설득할 방법이 있었을까?

모르겠다. 뭔 소리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했더라도 아빠의 감정은 격해졌을거고 난 위축됐을거다.

내 삶의 가치관에 많은 지분을 아버지의 교육이 차지하고 있기에 아빠의 격한 비난을 쉽게 넘어갈 수가 없다. 아무리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도 그 말들이 나를 키웠기에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나 자신이 사리분별, 가치판단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지만 아빠의 말들에는 그런 것들이 안 된다. 사실 대화를 하면 되지만,,, 아빠랑 대화가 잘 안 된다. 서글프게도 아빠는 대화를 못하는 편에 속하고, 나는 아빠한테 하도 당한게 많아서 아빠가 소리를 치면 큰소리로 되받아치고 있다,,,

사회에서는 쉬운데,,, 그냥 무시해도 되고,,, 다른 정치적 방법을 강구해도 되고,,,

검은콩자반을 보면 울적해진다.

그래도 오늘 밤 별똥별을 여러개 봐서 기분이 약간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