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수영

파로호에 가서 수영을 했다.

발단은 이렇다. 토요일에 신안에 무슨 락페에 신타로 사카모토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급하게 신안을 가려다가,,, 이미 늦은 것을 깨닫고 포기하고, 그 여파로 욕구불만에 빠졌다. 후우우,,, 날도 좋은데,,, 뭐 없나? 불꽃축제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별 관심 없었기에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한강에서 수영하면서 불꽃축제를 보면 어떨까? 바로 친구한테 전화를 한다.

나: 한강에서 불꽃축제를 한다는데?
친구: 그게 왜? 니가 그런걸 왜 말 하는데. 사람 많은데 안 가잖아
나: 그건 그렇지. 들어봐. 한강에 몰래 들어가서 물 위에서 수영하면서 불꽃축제를 보는거야
친구: 그래서
나: 그러니 지금 당장 준비하자. 6시에 보는걸로 하고. 야 근데 한강 입장료(과태료)가 얼만지 확인해보자.
친구: 그래 일단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볼게

그 이후 세부 작당모의를 했다. 어디서 입수를 할 지? 어디서 볼 지? 통제 구간은 어딘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궁리를 하는데 대화를 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걸 깨닫는다. 둘 다 경찰에서 쫓겨나는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운이 좋아봐야 물에서 10분 버티다 쫓겨날게 보인다. 후우우,,,

일이 잘 안 풀리자 친구가 갑자기 파로호에 가자고 제안한다. 콜! 그렇게 파로호를 가게 됐다.

늦은 시간에 출발했다보니 10시에 가까운 시간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직전에 고라니인지 사슴을 칠 뻔 했는데,,, 급브레이크로 가까스로 멈춰서 박지는 않았다. 안 쳤으니 별 일 아니다.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니 별이 쏟아진다. 날이 맑고 달도 안 떴다. 아,,,

빠르게 짐을 풀고 바로 호수로 뛰어든다. 오리발만 끼고 배영을 하며 별을 바라본다. 아,,, 나는 우주를 유영하는 중이다. 그렇게 한시간 가까이 물 위를 별과 함께 떠다니며 우주 여행을 즐겼다. 별똥별도 많이 봤다. 아쉽게도 우주 여행 중에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해서 사진은 못 찍었다.

대신 나와서 한 컷

나와서 빠르게 술을 조지다가 잔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사실 굳이 먹어야하나 싶다. 그 시간에 우주 여행이나 더 할 껄 그랬나.

먹다가 친구는 자고 나는 브라이언 이노나 들으면서 몇 잔 더 걸치다가 잔다.

잘 때 쯤은 달이 떴는데 달이 무지 밝더라. (이땐 구름이 많았지만 우주 여행을 할 때는 정말 맑았다!)

술 먹고 눈을 뜨니 화사한 녹색 그리고 푸른색 광선들이 눈으로 쏟아진다.

일단 화천 시내를 들러 간단한 해장을 하고 커피를 사고 빵을 사고 인생 네컷을 찍고 돌아온다. 파로호로 돌아가는 길에 딴산 유원지에 잠시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 자전거, 달리기 하는 사람 등등 자연 속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파로호에 돌아와 수영을 하려는데 어떤 아저씨 한명과 아줌마 3명이 오더니 호수에 정박된 모터보트를 타고 나간다. 오,,, 여자 셋과 함께 보트 여행이라니,,, 좋구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수영을 즐긴다.

저번에 왔을 때랑은 완전 다르다. 수영이 편하다보니 이제 물이 무섭지 않다. 부이 끈을 놓고 온 친구를 버리고 혼자 저 멀리 떠다니며 수영한다. 큰 호수 가운데에서 산과 물을 보며 수영을 하는 것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너무 벅차고 감동이 커서 생각이 없어진다. 충만한 즐거움이 전신을 타고 흐르니 물이 차갑지도 않다.

파로호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오랑캐를 대파한 호수라는 뜻이다. 한국 전쟁 때 이 호수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고 많은 중공군이 죽었다고 한다. 호수에 바닥에 많은 중국인 시체가 수장되었다고 한다.

파로호는 댐에 의해 생긴 호수이다보니 수심이 매우 깊었는데 아마 내가 수영한 곳 중에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일 듯하다. 빠져죽을까봐 무섭지는 않았지만 자유형을 하며 물 아래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심해(?)는 어둑어둑한 긴장감을 준다. 침잠해있는 어둠을 마주하기는 두려웠지만 그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느끼는 긴장감은 수영을 짜릿하게 한다. 깊은 물 속이 궁금해서 다이빙도 시도해봤지만 부이를 달고 있어서 그렇게 깊게 가지는 못했다. 사실 무서워서 못 간 거 아닐까?

그렇게 2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시마이친다. 물론 파로호에서 철수하는거지 수영을 시마이 치는건 아니다. 북한강에서도 수영을 해야만한다!

화천 시내 바로 옆에 북한강이 흐른다. 강변 도로를 따라가며 수영을 하기 적합한 위치를 탐색하는데 붕어섬이라는 곳이 보인다. 수영하기 좋아보이기에 바로 차를 붕어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수영한다.

강이지만 물살이 쌔지 않아 수영하기 좋다. 강 건너편까지 한번 갔다왔는데 수영도 잘 되고 기분이 좋아 한번 더 왕복한다. 하루 사이 수영이 더 늘은 느낌이 든다. 수영은 안 두려운데 강에 보트가 다녀서 치일까봐 무섭더라,,, 호루라기 사야겠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화천 붕어섬은 시내에서 차로 1분 거리다,,, 붕어섬 안에는 한적한 테니스장도 있고 카약 대여소도 있다. 자전거, 오토바이, 보트, 수영, 카약, 달리기, 캠핑, 테니스,,, 화천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처럼 느긋한 국도다. 가는 길에 우락부락한 오토바이 수십대가 잔뜩 서있는 열무국수 집이 있길래 가봤는데 한 그릇 6000원에 맛있고 풍경도 좋다. 식사를 기다리며 앞에 서있는 오토바이들도 구경하는데 오토바이의 엔진들이 무지막지하다,,,

서울 거의 다와서는 잠시 구리의 카페에 가서 커피도 때렸다. 옥상 자리에서 보는 하늘이 예쁘다.

그리고 집 돌아와서 간단하게 생맥과 노가리 그리고 시샤모를 조졌다. 나중에 보니 생맥을 인당 6잔 마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