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첫 한강 수영을 했다.
블로그 글 몇번 읽어봤으면 술 쳐먹고 한강에 들어간 게 한두번이 아닌 것을 알 것이다. 해서는 안 될 짓인데,,, 술로 뜨거워진 몸과 머리를 식힐 방법은 한강에 뛰어드는 것 밖에 없었다. 아니,,, 사실 한강만 보면 달려들고 싶은데 술 먹으면 그 욕망을 참지 못해서 뛰어든거다.
먼저 친구와 남대문에 간단한 수영용품을 사러간다. 가기 전에 진주회관에 들렀으나,,, 정오에 이미 2시까지 대기 인원이 있다길래 포기하고 시장 안에 식당에서 열무 비빔밥을 한 그릇 한다.

열무비빔밥은 언제나 맛있다. 옆 테이블의 일본이 커플이 비빔밥 비빔밥 뭐라고 하길래 ‘한 숟갈 하실래요’ 하니 극구 사양한다.
밥을 먹고 남도사에 도착하니 줄이 있다,,, 기다려야지

15분 정도 기다린 후 매장에 들어가서 친구가 쓸 용품 몇개를 사고 잠실대교로 출발! 차가 그렇게 막히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듣기로는 잠실대교 옆에 수없이 많은 수영인들이 수영을 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이 안 보인다,,, 흠,,, 심지어 출입로는 철문으로 닫겨 있다,,, 흠,,, 그래도 강변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녹색 부이를 달고 수영하는 사람이 한 명 보인다. 모르겠고 일단 수영할 채비를 해야겠다. 먼저 강에 다가가서 물에 손 넣고 수온을 확인해보니 시원하지 않다. 웻슈트 개시는 글렀고 그냥 수영복만 입자.
차에 돌아가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여러 채비를 하고 보니 아까 우리가 서있던 입수 위치에 해경 배가 있다. 흠,,, 뭐지 싶지만 수영복을 입고 근처로 가본다. 아까 봤던 녹색 부이의 어르신이 나와서 해경과 이야기 중이고 우리가 채비할 사이에 입수한 다른 분도 물 밖으로 나오는 중이다.
어? 수영 안 되나? 된다더만???
해경과 열심히 떠들고 있는 녹색 부이 어르신 가까이로 다가가 대화를 옆 듣는다. 어르신은 해경들한테 화를 풀고 계셨다. ‘최근 여기서 익사 사고 발생했을 때도 내가 여기 있었어!’, ‘그 사람이 오리발도 차고 안전부이도 하고 있었단 말야!’,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아닌데 죽었어! 왠 줄 알아?’, ‘수자원공사가 수문을 갑자기 열어버려서 그렇다고’, ‘지들이 자는 시간에는 수문을 닫은 채 방치해두다가 사람들 수영하는거 뻔히 알면서 수문을 열은거라니까?’, ‘걔들이 살인마야!’.
약간 억지스럽지만,,, 어르신의 수영에 대한 열정은 느껴진다. 해경들도 공무원 특유의 ‘아아 네~ 어르신’ 스탠스로 듣다 질려서 도망친다.
나는 어르신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여쭙는다. ‘수영하지 말라고 합니까?’. 어르신은 큰소리로 외치신다. ‘무슨 소리야. 법적으로 우릴 막을 권리가 없어!’, ‘누가 신고해서 해경도 어쩔 수 없이 온거야! 우리보고 나가라고는 안 해!’. 그렇다. 어르신은 최근에 한강 익사 사고와 언론에 관심이 두려우신거다. 그는 한강에서 계속 수영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말해주시길 주에 4번은 한강에 와서 수영을 하신다고 한다,,, 아까의 역정은,,, 그의 열정이었다.
심지어 녹색 부이 어르신은 ‘오늘 물살이 쌔니 더 재미있을거야! 너울 칠 때 수영을 하면 온몸에 도파민이 싹 돌거든!’이라고 말씀하신다. 그의,,, 나사 풀린 말에 정신이 아득하지만 계속 들어본다. ‘한강 수영 해봤지? (네!) 저기 수문만 조심하고 물살이 쌔니 오리발 꼭 끼고!’, ‘자네들이 갔다가 돌아올 때쯤에 비가 온다는데 잘 됐어! 비가 오면 물살이 쌔서 수영이 짜릿해지거든!’. 이 말을 할 때 어르신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있다.
어르신이 미친 소리를 하는 걸 알고있지만,,, 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이 어르신,,,, 왜인지 닮았다,,, 나랑,,, 내가 친구들에게 신나서 떠들 때 친구들이 내 눈에 맺힌 광기가 무섭다고 토로하는데 이제야 그 눈빛이 무슨 눈빛인 지 알게됐다,,, 녹색 부이 어르신의 미래의 나다.
해경이 갈 때까지 어르신이라 떠든다. 해경이 우릴 막을 권리는 없지만 서로 간의 존중이랄까? 눈 앞에 뻔히 있는데 수영하는건 서로 민망하니 잠시 기다리며 해경에게 예의를 차린다. 5분 정도 있다가 해경 배가 떠났고 우린 녹색 부이 어르신에게 작별을 고한 후 바로 입수하러 한강으로 향한다.
먼저 철문을 담 넘듯이 넘고 물가로 가는데 물가에,,,, 족히 8키로는 넘어보이는 물고기 시체가 넘부러져 있다. 무슨 민어 같은 종류의 물고기였는데 냄새가 지독해서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빠르게 수경, 수모, 안전부이, 숏핀을 차고 입수한다.
배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라 갑자기 깊어지지 않았고 수온은 맨몸으로 수영하기 딱 적당했다. 문제는 물살이 생각보다 쌨다. 수영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편하게 수영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었다. 모르겠고 일단 출발하자.
첫 출발은 상쾌하다. 이번 여름에 바다에서 수영을 엄청 많이 해서 그런지 한강에서의 수영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너울거리는 물살이 호흡을 하는 얼굴에 들이닥칠 때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해변의 파도와는 다르다. 해변 파도는 비교적으로 규칙적 간격으로 정해진 방향에서만 오는 반면, 너울거리는 한강은 매우 불규칙하게 일렁인다. 이게 심장을 뜨겁게한다. 나도 그 어르신처럼 도파민이 돌고 있다.
같이 온 친구가 처음에 적응을 못하고 주춤했지만 이내 적응하고 같이 신나게 수영한다. 강 건너편까지 수영을 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길다. 그래도 즐겁게 수영하다보니 어느새 강 건너편 근처에 도달한다.
원래는 강 건너편 모래톱에 잠시 서서 쉬려고 했으나 이쪽 강변에는 그 말 많고 탈 많은 수문이 있어서 물살이 쌔다. 최대한 수문에서 먼 강변으로 접근해보려고 했으나 물살이 쌔서 진입이 안 된다. 더 하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 수월하지 못했다. 일단 물살이 쌘 수문 구역을 빠져나가는게 쉽지 않다. 간신히 수문 구역을 빠져나가니 힘이 빠져서 몸이 쳐진다,,, 아까 쌩쌩할 때는 잠시 쉴 때도 발동작을 하며 입영 자세로 쉬었지만,,, 힘이 빠지니 그냥 부이에 매달린다,,, 심지어 부이에 몸을 맡긴 채로 발동작을 했지만 종착지는 멀기만 하다. 어쩌겠는데 가라앉는 몸을 억지로 띄어야지. 살아돌아가야지.
사실 수문 구역 빼고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못 했다. 돌아갈 때 힘들기는 했지만 쉬면서 수영하니 하니 아까 못 봤던 경치도 볼 수 있다. 한강 한복판에서 서울을 둘러보며 둥둥 떠다니 서울이 정말 역동적으로 보인다. 이 도시,,, 짜릿한 레져 도시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수영해서 종착지에 돌아왔다. 성공에 기쁨 같은 건 안 느껴진다. 입수 전에도 그렇게 두렵지 않았고, 수영도 비교적 수월했다보니 성공의 성취감이 없었던거다. 그 대신 짜릿한 즐거움이 전신에 남아있다. 그냥 즐겁다. 너무나도 즐겁다.
수영을 마치고 간이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석양을 보며 치맥을 조진다.

행복하다.


기록을 확인해보니 수문 구역에서 너무 헤매긴 했다. 전방을 보며 자유형을 하는 것이 어색해서 경로도 삐뚤빼뚤하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아니 즐겁다.
녹색 부이 아저씨는 35분만에 왕복을 했다는데 그 기록이 대단하고 느껴지는 동시에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산꼭대기를 바라보고 살다보면 결국 산 꼭대기에 오를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