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고는 한다. 참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다,,,
일단 음악은 정말 말하기 어렵다,,, 비틀즈를 말하자니 너무 당연한거라 정보 전달의 가치가 없다. 질문에는 나의 취향을 알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건데 거기에 대고 ‘비틀즈요!’라고 하면 알 수 있는게 없지 않은가,,, 너무 당연하니까.
수많은 음악가들이 떠오른다.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음악가들,,, 다 주절대기에는 너무 많다. 물론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대며 대화를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지만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형식의 질문에 상응하는 간결한 대답이 좋지 않은가.
벌써부터 말이 많다.
예전에 썼던 글에 적은 말이 맞는 듯하다.
My Bloody Valentine, Cocteau Twins, Stereolab
‘평생 3개의 앨범만 들을 수 있다면 뭐?’ 같은 질문을 친구한테 받았는데 떠오르는건 위 세 그룹이다. 요새 듣는 음악이 대부분 전자음악, 테크노 류이지만 막상 다급한 상황에서 찾는 근본은 이런 것들이다.
따지고 들면 피곤하니,,, 좋아하는 음악을 꼽는건 최대한 피하도록 하자.
그러면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일단 기분이 안 좋다. 난 영화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시네필 아닌데,,,
여러 후보들이 생각난다. ‘공각기동대’, ‘파이트클럽’, ‘중경삼림’,,, 영화 목록을 쭉 정리하다가 생각이 든다,,, 명색의 힙스터인데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데이빗 린치 영화를 말해야하는거 아냐? 시발,,,
뇌가 썩을 대로 썩은거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이딴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는거다.
영화에 대한 말들은 너무 지저분하다. 컷이 어떻니, 상징이니 주제의식이니,,, 지루하고 현학적이다. 그리고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심장을 멈추게 하는 말들이 너무 많다.
오염된 정신을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한다. 내 심장을 뛰게하는 영화는 뭐지.
록키 호러 픽쳐쇼
이번에 배우 팀 커리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록키 호러 픽쳐쇼를 다시 봤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주절주절대며 좋아하는 이유를 언어화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어렵다.
이 영화는 그냥 심장이 뛴다. 처음 붉은 립을 바른 입술이 Science Fiction을 부를 때부터 온 몸이 간질간질하다. 영화를 보며 미친듯이 따라부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활짝 벌린 입은 노래를 따라부를 때만 닫기고 몸은 춤추기 바쁘다.
Dr. Frank-N-Furter는 너무나도 섹시하다.
영화는 Kinky한 문화와 세상만을 그리는 척하지만 열정적인 음악 밑에는 외로움, 삶의 유한함, 정상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깔려있다. 그 음울감이 심장을 울린다.
The darkess must go down the river of nights dreaming
Flow morphia slow, let the sun and light come streaming
Into my life, into my life
괴기스러워 보이는 집사가 이 부분을 부를 때 그의 우울과 생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참고로 영상 속에 이 노래를 부르는 배우는 Rocky Horror Picture Show 뮤지컬을 만든 사람이다. 모든 곡을 본인이 작업했으며, 원래 배우였기에 직접 연기를 하며 부르는거다.
모든 곡들이 뜨겁다. 모든 곡에 대한 코멘트를 쓰지는 않겠다. 이 영화를 안 봤다면 한번 보도록 하자.
영화를 실제로 보면 엉성하기 그지 없다. 컨셉 자체가 B급 + SF영화이기에 스토리가 정신없으며 더빙 및 촬영 퀄리티도 들쭉날쭉하다. 특히 사운드 믹싱이 개판이라 영화를 보다가 짜증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만 보면 몸이 뜨거워져서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다. 즐겁다. 그냥 즐겁다. 어떤 현학적인 주절거림이 필요없다. 마치 음악과 같이 직관적이다. (뮤지컬이니까,,,?)
Rocky Horror Picture Show를 다시보니 내가 뭘 좋아하고 왜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지루하고 현학적인 사람 같지만 난 꽤나 직관적으로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시각 예술에 비해 음악은 직관적이다. 미술, 영화와 같은 시각 예술은 시각적 경험과 훈련 없이 즐기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음악의 정서는 그 어떠한 배경이 없어도 청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농담처럼 말하는 ‘고학력 음악’까지도 말이다.
이걸 깨닫고 보니 한동안 뇌가 오염됐구나 생각든다. 데이빗 린치는 뭔 데이빗 린치야! 난 내 심장을 바로 뜨겁게 하는 것들이 좋다. 물론 데이빗 린치는 좋다^^
이번 할로윈에는 Dr.Frank-N-Furter 코스플레이나 할까,,,
